초기 인간족(hominin)은 30만~1만2000년 전의 홍적세 중기 및 후기에 아프리카 안과 밖으로 널리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한 점증하는 고고학적 및 고대 환경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이전에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이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에 비해 특유의 환경 적응력을 지녔고, 이로 인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세계 도처의 다양하고 ‘극단적인’ 환경과 접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현생인류의 능력은 다른 인간족의 생태 적응력과 현저한 대조를 이루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 30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 연구소와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조사는 ‘예술’과 ‘언어’ 혹은 과학적 ‘복잡성’에 대한 최초의 물질적 흔적을 발견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무엇이 우리 인류종을 생태적으로 고유하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하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 인류종은 인간족 조상들이나 다른 친척들과 달리 사막이나 열대우림, 고지대 및 극지방을 포함한 다양한 도전적 환경에 적응해 정착했을 뿐만 아니라 몇몇 극한적 상황 속에서도 특별한 적응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현생 인류는 약 30만~6만년 전 지구 전체를 석권하기 시작했을 때 보여줬던 것처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 특화할 수 있는 생태학적으로 특유한 능력을 가졌다. CREDIT: Image by John Klausmeyer, concept by Brian Stewart, University of Michigan. Aerial view of reindeer herd from zanskar / iStock.
초중기 홍적세 인간족의 환경
호모(Homo) 속(屬)을 구성하는 모든 인간족은 학계와 공공부문에서 종종 인간(human)으로 불리지만 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 집단은 진화적인 면에서 매우 다양하다.
호모 속(즉, 호모 에렉투스)의 일부 구성원은 100만년 전까지 스페인과 조지아(그루지아), 중국 및 인도네시아 지역으로 진출했다. 화석 동물과 고대 식물 및 화학적 분석으로 얻은 정보들에 따르면 이 그룹들은 모두 숲과 초원 환경을 쫓아다니며 이를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호모 에렉투스와 ‘호빗(Hobbit)’ 혹은 호모 플로레시언시스(Homo floresiensis, 1만8000년 전 인도네시아 섬에서 살았던 키 1m 정도의 인간족)가 대략 100만년 전부터 10만년~5만년 전까지 동남아시아의 습하고 자원이 부족한 열대우림 주거지에서 살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저자들은 이에 대해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 했다.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은 25만년~4만년 전 사이에 유라시아 북쪽 고위도 지역에 퍼져 살았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는 추운 기온에 적응할 수 있는 얼굴 모양과 털 많은 매머드 같은 대형동물을 사냥했었다는 사실을 든다.
그러나 저자들이 이 증거를 다시 검토한 결과 네안데르탈인들은 주로 다양한 숲과 초원의 거주지를 이용했으며, 북부 유라시아와 지중해 기후 아래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사냥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막과 열대우림, 산악과 극지방까지
호모 속(屬)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8만년~5만년 전까지 인간족 조상이나 동시대 인간족들보다 더 높은 지대로까지 생활환경을 확장했고, 적어도 4만5000년 전까지는 아시아와 멜라네시아, 아메리카 전역에 걸친 고대 극지방과 열대우림 지역으로까지 삶의 터전을 빠르게 늘려갔다.
이에 덧붙여 저자들은 지속적으로 축적된, 연대가 잘 정리된 고해상도 환경 자료들을 검토하면 우리 현생인류가 티베트 고원과 안데스 산맥은 물론 북아프리카 사막과 아라비아반도, 북서 인도를 가로질러 어느 정도로까지 이 새로운 지역들에 진입해 식민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생태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원 혹은 상이한 환경을 가진 수많은 지역들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의 유래를 현재의 아프리카, 특히 30만년~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적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로 남아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하고 각지로 퍼져나갈 당시인 약 30만~6만년 전 고대 호미닌들의 분포 추정 지도. CREDIT: Roberts and Stewart. 2018. Defining the ‘generalist specialist’ niche for Pleistocene Homo sapiens. Nature Human Behaviour. 10.1038/s41562-018-0394-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이 기간 직후 인간의 거주 및 그와 관련된 기술 변화에 대한 그럴 듯한 힌트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러한 변화의 동인이 미래의 연구, 특히 고고학적 증거를 고해상도의 국지적 고생태학 자료와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더욱 명백해 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논문 제1저자인 패트릭 로버츠(Patrick Roberts) 박사는 “우리 종들과 조상들에 대한 새로운 화석이나 유전적 특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 결과 여러 인간족들이 살았던 기간과 지역들을 짚어내는데는 도움을 주었으나, 그러한 노력들은 생물문화적 자연선택의 다양한 환경적 맥락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보편적 전문가’가 바로 사피엔스의 자리
저자들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는 후기 홍적세까지 인간이 지구 대륙의 대부분에 걸쳐 엄청나게 다양한 환경 지역들을 점거했다는 증거는 곧 인간이 ‘보편적 전문가(generalist specialist)’라는 새로운 환경적 위치(niche)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로버츠 박사는 “전통적인 생태학적 이분법으로는 다양한 자원을 사용하고 다양한 환경조건 아래서 살아가는 ‘보편적인 사람들(generalist)’과, 제한된 식생활을 하고 제한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specialist)’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는 그러나 산의 열대우림에서 채집생활을 하거나 고대 극지방에서 매머드 사냥을 하는 이들과 같은 ‘전문가’ 집단이란 증거가 있으며, 전통적으로는 ‘보편자’ 종으로 정의됐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브라이언 스튜어트(Brian Stewart) 박사는 이 같은 생태학적 능력은 홍적세 호모 사피엔스 사이의 비친족간 광범위한 협력에 의해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친족간 식량 나누가와 장거리 교역 및 의식을 함께 치르는 관계는 이들 집단이 국지 기후변화나 환경 변화에 ‘반사적으로’ 적응토록 하고 다른 인간족들을 능가하고 대체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질적으로 누적된 문화적 지식을 축적하고 끌어오고 전달하는 일은, 물질이나 아이디어 형태로 홍적세 시기 우리 인류가 보편자이자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창출하고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저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의 증거를 바탕으로 현생인류가 지속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각 극한지역들 및 가장 늦은 것으로 생각되는 정착 시기. CREDIT: Maps from NASA Worldview. In Roberts and Stewart. 2018. Defining the ‘generalist specialist’ niche for Pleistocene Homo sapiens. Nature Human Behaviour. 10.1038/s41562-018-0394-4.
이번 고대 인류 연구가 시사하는 점
저자들은 이번 논문의 제안이 아직 가설이며 다른 호모 속 구성원들이 ‘극한’ 환경에서 생활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종의 ‘보편적 전문가’ 위치를 테스트하는 것은 더욱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인간족 삶을 연구하는데 고무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까지는 고비 사막이나 아마존 우림을 포함해 극단 환경에서의 연구는 고인류학이나 고고학적으로 기대할 만하지 못한 것으로 무시됐었다.
이 같은 확장 연구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중요하다. 아프리카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적 요람으로, 최초 인류의 생태적 능력을 추적하는 데 30만 년~20만년 전의 자세한 고고학 및 환경적 기록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호미닌의 상호 교접과 우리 인류종의 복잡한 해부학 및 행동적 기원에 대한 증거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고고학자들과 고인류학자들은 화석의 환경적 연계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스튜어트 박사는 “우리는 종종 새로운 화석이나 게놈의 발견에 흥분하지만, 이러한 발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행동적 의미들에 대해 좀더 세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런 발견에서 새롭게 생태학적 문턱을 넘어서는 점이 있는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호미닌들에서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지대에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외선을 견디는 능력 같은 생태적 및 육체적 이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연구는 그런 점에서 매우 유익한 방법으로 생각되고 있다.
로버츠 박사는 “인간 기원에 관한 다른 정의와 마찬가지로 보존 문제가 인간이 언제부터 생태적 개척자로 나서게 되었나 하는 기원의 문제를 집어내는데 장애가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종의 기원과 본성에 관한 생태학적 관점은 호모 사피엔스가 급속하게 지구의 여러 대륙과 환경들을 지배하게 된 독특한 여정을 비춰준다”고 결론지었다.
이 가설의 시험은 새로운 연구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이며,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보편적 전문가’가 오늘날의 지속가능성 및 환경적 갈등과 관련한 점증하는 문제에 직면해 과연 성공적인 적응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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