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섬유 레이저 분야에서 놀라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물성표준팀이 새롭게 개발한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는 지금까지의 기술을 뛰어넘어 100배의 큰 펄스 에너지를 선보였다. 이는 과거의 nJ 이하의 에너지와 비교하여 압도적인 성능 향상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의 핵심기술인 차량용 라이다(LiDAR) 분야에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단서를 제공했다.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는 과학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모드잠금(mode-lock)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모드잠금은 레이저 공진기(resonator)에 존재하는 수 많은 광 모드들(공진 조건에 맞는 다른 여러 주파수의 빛 모듬)을 정확하게 조화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조화된 광 모드들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매우 짧은 시간 폭의 극초단 펄스를 형성한다. 레이저 공진기에서 광 모드들은 '분산 (dispersion)’과 ‘비선형성 (nonlinearity)’이라는 두 가지 주요한 물리적 효과를 경험한다. 이 둘은 펄스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어떤 특별한 조건에서는 비선형성과 분산의 효과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상쇄된다. 이것이 극초단 펄스 생성의 비밀이다.
펄스 에너지 한계의 극복
레이저 공진기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펄스 에너지는 대체로 감소한다. 그러나 펄스 에너지를 높이고자 공진기 길이를 더 늘리거나 출력을 증가시키면 비선형성과 분산의 상쇄효과가 무너지면서 모드잠금이 깨진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의 펄스 에너지는 약 nJ 이하의 수준으로 제한된다.
기존의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비정상 분산(anomalous dispersion)과 3차 비선형성(3rd order nonlinearity)의 상쇄효과에 의하여 모드잠금이 완성된다. 그러나 이론적인 전산모사에 의하면 훨씬 더 높은 출력 영역에서 비정상 분산과 5차 비선형성(Quinitic nonlinearity)의 상쇄효과도 가능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물성표준팀은 이러한 특별 조건을 찾기 위하여 레이저의 공진기 길이를 수 백 미터로 증가시키면서 모드잠금이 깨지지 않는 조건을 계속 찾았고, 마침내 249fs 극초단 펄스와 80nJ의 높은 펄스 에너지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기존의 것과 비교하여 100배가량 높은 수준의 에너지이다.
차량용 라이다에 활용 기대
이 새로운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는 별도의 증폭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수 십 nJ의 펄스 에너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어렵고 복잡한 증폭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얻은 결과이므로 더욱 특별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물성표준팀은 2017년부터 시작된 이 연구를 통해 안개 낀 날씨와 같이 가시거리가 짧은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한 자율주행 차량용 적외선 라이다 광원을 개발하였다.
라이다는 빛을 목표물에 쏴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시간차를 측정해 거리, 방향, 속도 등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카메라나 레이더로 탐지하지 못하는 정보를 보완할 수 있어 자율주행 차량의 센서를 비롯해 항공기, 위성, 탐사로봇 등을 위한 핵심 관측기술로 꼽힌다. 기존의 극초단 광섬유 레이저는 수 미터 이내의 단거리 측정만이 가능하여 차량용 라이다 센서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차량용 라이다(Lidar) 광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초의 광섬유 레이저이다. 게다가 기존의 905nm 라이다와 달리 파장이 더 긴 2000nm에서 동작하여 기상 악조건에서 더 좋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높은 펄스 에너지 생성 원리를 기반으로, 연구진은 광원의 소형화, 안정화 등 성능을 더욱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2023년 10월 광학분야 저널 상위 순위 5 % 이내인 PhotoniX 저널에 게재되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물성표준팀 임선도 팀장
- 저작권자 2023-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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