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림픽 이모저모] 프랑스 파리는 100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한다. 프랑스올림픽위원회는 경기장의 담을 넘어 파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올림픽이 치러진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올림픽은 역사상 첫 ‘친환경 올림픽’을 내세웠다. 대회 기간 중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모든 경기장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여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위기에서 긍정적인 역동성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림픽에 데뷔하는 신규 종목들
브레이킹,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레저 스포츠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4개 종목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19년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최종적으로 4개 종목을 추가 선정했고, IOC와 집행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결정됐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을 제외하면 모두 새롭게 선정된 종목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올림픽의 세계관 확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올림픽의 인기와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여론이 일면서 IOC와 NOC, 종목별 스포츠 연맹의 고심이 깊었다. 그러다 2014년에 ‘올림픽 어젠다 2020’이 통과되면서 올림픽 새 시대 개막을 알리는 무브먼트가 시작됐다. 이번 올림픽에 신규 종목이 채택된 배경 역시 ‘어젠다 2020’에 따른 것으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4개 종목의 발전과 더불어 올림픽의 대중적 성공, 젊은 세대의 유입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브레이킹, 힙합 정신을 되살린 음악·댄스의 예술
브레이킹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다.
대중에게 비보잉 혹은 브레이크 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브레이킹은 1970년대 뉴욕 사우스 브롱크스(Bronx) 지역에서 탄생한 ‘힙합 문화’를 구성하는 큰 요소다. 당시 사회적 위기와 일상의 폭력, 극심한 빈곤에 대항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해방구가 되었고, 다른 문화의 생성 속도에 비해 속도감 있게 주류문화에 편입했다. 약 반세기 동안 브레이킹의 규칙이 확립되고, 브레이커의 운동능력과 예술성이 향상되면서 브레이킹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2024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무대에 오르게 됐다.
8월 9, 10일 양일간 라 콩코르드에서 펼쳐지는 브레이킹 경기는 예선을 치르고 올라온 비보이 16명, 비걸 16명이 1 대 1 배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수들은 DJ가 선정한 음악에 맞춰 윈드밀, 식스스텝, 플립, 스핀, 프리즈 등의 아크로바틱 무브먼트를 조합한 즉흥 댄스를 구사해야 한다.
심사위원은 음악성, 다양성, 독창성, 기술, 수행력 등으로 구성된 5가지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심사한다. 지금까지 브레이킹 심사에 적용되었던 ‘트리비움 밸류 시스템(Trivium Value System: 신체적 능력·예술적 능력·해석적 능력)’을 기반으로 구성된 지표이기 때문에 바디, 마인드, 소울 등도 세부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크랙커 잭(Cracker Zacks) 미국 댄스브레이킹스포츠협회 부사장은 IOC 공식 미디어에서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댄서가 음악과 자신의 동작을 얼마나 일체감 있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관객을 사로잡는 순간을 만들었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킹, 물리학의 예술
올림픽 예선 시리즈에서 화제가 된 비걸 로지스트엑스(Logistx). 그녀는 직립 상태에서 자세를 전환하여 한 손으로 스핀을 한 다음 백 스핀으로 회전을 하는 탑락을 선보이며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빠른 손발의 이동과 회전 무브먼트, 힘과 유연성의 협응력은 마치 브레이킹이라고 쓰고 물리학이라 읽어야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브레이킹의 기본 동작에는 물리학이 이용된다. 언뜻 체조의 플로어 루틴과 비슷하지만, 힘의 시작과 작용부터가 다르다. 대표적으로 브레이킹은 추진력을 얻기 위한 포즈나 와인드업이 없다. 가속 에너지를 회전이나 위치 전환에 활용하기 위해 달리면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지 물리학을 몸을 통해 이용하는 방법을 훈련하고 무대에서 이를 구현한다.
(*브레이킹 기본 동작: ▲서서 춤을 추는 탑락(Top rock) ▲몸이 바닥에 닿은 채로 추는 다운 락(Down rock)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파워 무브(Power move) ▲동작 중 일정 시간 정리하는 프리즈(Freeze))
윈드밀, 관성 모멘트와 각속도를 높여서 강력하게!
에이미 포프(Amy Pope) 미국 클렘슨대학교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레이킹은 마찰, 관성, 원심력의 하모니”라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먼저 윈드밀. 이것은 몸통이 바닥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수직 회전축을 만들고, 다리를 곧게 펴 V자 모양으로 회전하는 동작이다. 윈드밀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물리학적 원리는 관성모멘트와 각속도이다.
관성모멘트는 회전관성이라고도 불리는데 물체가 회전운동하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브레이커는 이를 이용하여 회전하되, 팔다리를 각기 다른 위치에 배치하여 질량 분포에 따른 회전축에 변화를 준다. 또한, 좀 더 빠르고 역동적인 윈드밀은 각속도(angular velocity)를 이용해 만든다. 이는 특정 축을 기준으로 각이 돌아가는 속력을 나타내는 벡터로서,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과 속도, 회전 반지름을 곱한 값이다. 이 각속도에 관성모멘트를 곱하면 각운동량이 나오는데, 이 값이 클수록 빠르고 센 회전력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브레이커는 그들의 다리를 벌리거나 손을 모아내려 각운동량을 높이는 동작을 구현한다.
헤드스핀, 수직 회전축을 만들기 위해 마찰력과 원심력을 이용
브레이킹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헤드스핀은 땅에 머리를 대고 정수리 축으로 회전하는 기술이다. 해외에서 ‘탈모’ 이슈가 제기됐을 정도로 바닥과의 마찰력이 상당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브레이커는 모자와 의상의 소재까지도 고려하여 이 마찰력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연속 헤드스핀을 역동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윈드밀과 유사한 방법으로 각운동량을 이용한다.
먼저 브레이커가 헤드 스탠드 상태에서 손을 바닥에 댄 채로 다리로 원을 그리며 회전을 시작한다. 이때 각운동량이 발생하는데, 브레이커가 허공에서 손과 다리의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회전 속도를 높이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360도마다 손을 바닥에 대면서 회전이 무너지지 않도록 각속도를 높이고, 다리를 몸 가까이 당겨 관성모멘트를 줄여서 회전 속도를 높인다.
잭해머, 강한 근력으로 질량 중심을 이동시켜
손바닥 하나로 온몸을 지탱하는 ‘잭해머’. 이 동작은 손으로 땅을 밀면서 위쪽으로 힘을 가해 몸을 들어 올리는 파워 무브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질량 중심은 배꼽 근처에 있지만, 잭해머에서 중심은 브레이커의 팔꿈치로 옮겨간다. 때문에 브레이커는 정확한 질량 중심을 찾고, 강력한 힘으로 그 중심점을 유지해야 한다. 포프 박사는 잭헤머는 동작의 난이도가 높은 만큼 “질량 중심을 잘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 강한 근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응용동작인 핸드 스탠드 역시 중력에 저항할 수 있는 강한 근력이 중요하다. 브레이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동작의 기본은 브레이커가 몸을 활처럼 휘게 해 공중 자세를 취한 뒤 다시 핸드 스탠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에 한 손씩 땅에서 공중으로 밀어내고, 다시 한 번에 한 손씩 회전하여 아래로 돌아간다. 상체 근력이 많이 사용돼 힘든 동작이지만, 브레이커들은 이것을 “우아한 에어플레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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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레이킹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선수는 전설의 비보이 ‘김홍열(활동명 홍텐, 40세)’이다.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 최고의 브레이킹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세 차례나 우승했고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쥔 바 있다.
아마도 ‘라스트 댄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김홍열의 브레이킹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8월 10일 밤 11시에 시작된다. 한국 출전 선수는 없지만 8월 9일에는 비걸 예결선이 진행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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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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