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2-08-08

무릎부상 위험에 직면한 여자선수들 런던올림픽에서 보는 스포츠과학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운동학(kinematics)이라는 것이 있다. 기계공학용어사전에 따르면 운동을 일으키는 힘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단지 운동 상태만을 다루는 역학(力學)의 한 부분이다. 이번 올림픽에 운동학을 적용하면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과제 중의 하나는 성(性)적 차이다.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운동학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남녀 간의 운동하는 모습이 다양한 부분에서 크게 다른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허프 포스트 지에 따르면 올림픽이 열린 후 메릴랜드, 워싱턴,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진들이 남녀 간의 다른 운동방식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녀 간에 무릎 보호 방식 매우 달라

연구진은 남녀 선수들에게 한 다리로 선 다음 다리를 쪼그려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스콰트(skuat) 운동을 하도록 주문했다. 그리고 이 운동 이름을 '한 다리 스콰트(one-leg squat)' 운동이라고 명명했다.

▲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정유라가 3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코퍼 복스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B조 4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코트에 미끄러진 뒤 실려나가고 있다. 정유라 선수는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경기출전이 불가능하게 됐다. ⓒ연합뉴스

이 운동은 운동선수들에게 필수적인 뛰기, 점프, 균형 잡기 등의 과정들을 모두 혼합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운동 과정을 비디오로 정밀 촬영한 후 컴퓨터의 정밀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다리 스콰트'를 하는 데 있어 남녀 간에 분명한 전략 차이가 있었다는 것. 한 다리로 서서 스콰팅(squatting)을 하면서 여자 선수들은 어깨와 엉덩이에 이르는 상체를 남자들보다 훨씬 더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반면, 남자들은 허리를 구부리면서 양쪽 엉덩이를 뒤로 뺀 다음 다리와 양쪽 엉덩이 간의 '힘의 삼각형(triangle of strength)'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체 근육들을 활용, 마치 어깨 위에 거대한 역기를 들어 올리려는 것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전체적으로 상체 근육이 약한 여자들은 자신의 체중을 아래쪽에 의지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남자들은 엉덩이를 뒤로 뺀 후 가볍게 몸통 근육을 움직이면서 아래쪽에 큰 힘을 가하지 않고 있었다.

남녀 모두 이런 행동을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남녀 간의 다른 신체적 구조가 이러한 다른 행동을 만들었다.

남녀 신체 차이에 맞는 경기 룰은…

특히 여성들은 '한 다리 스콰트' 운동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해서든 몸체 윗부분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여 무릎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개인별 운동 시간을 측정한 결과 남성이 평균 3.18초인 반면 여성은 2.36초로 남성보다 0.42초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이처럼 무릎 보호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전방십자인대(ACL) 때문이다. 십자인대란 무릎 관절에 허벅지와 정강이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뼈를 연결하는 섬유성 결합조직(인대)을 말한다. 두 개의 인대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고 있어 십자인대란 이름이 붙었다. 앞에 있는 것이 전방십자인대, 뒤에 있는 것이 후방십자인대다.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방십자인대. 무릎이 빠지거나 회전하는 것을 막아주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심한 운동을 할 경우,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다. 최근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합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여자핸드볼 정유라 선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문제는 축구·핸드볼·배구·스노보드와 같이 무릎을 많이 써야 하는 운동선수들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에 노출돼 있으며, 특히 뼈와 근육계에 있어 남성보다 약한 조직을 갖고 있는 여자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격렬한 축구경기에 있어서는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직업병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여자 축구선수의 경우에는 강력한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자들 역시 전방십자인대의 부상원인과 위험요인에 대해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남녀 간에 무릎을 보호하는 방법이 크게 다른 것은 신체조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만큼 한 경기에서 남녀 간의 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보다 더 여성 신체구조에 맞는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로부터 강하게 일고 있는 이유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8-08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