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림픽 이모저모] 제33회 하계올림픽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총 27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다.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Venez partager(함께 나누자, Made for Sharing)’이며, 마스코트는 프랑스 혁명을 상징 프리지안 모자를 의인화한 ‘프리주(Les Phryges)’이다. ‘2024 파리올림픽’은 직전 대회인 ‘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돼 개최한 탓에 역대 최초로 3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 됐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 파리는 올해 올림픽 개최로 영국 런던에 이어 올림픽을 세 번 유치한 두 번째 도시로 기록될 예정이다.
올림픽,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의 역사
제33회 하계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 206개국의 1만 500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32개 부문, 329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놓고 겨루게 되는 이번 올림픽. 그동안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은 선수들의 공정하고 멋진 플레이, 종목마다 새로 써지는 신기록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올림픽에서 이전 기록을 경신하거나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영광으로 여겨진다. 특히 세계 신기록은 말 그대로 세계 제1의 기록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러 기록들이 ‘분명히’ 깨질 것이다. 속도를 겨루는 선수들은 0.01초의 간극을 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스포츠과학은 경기력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스포츠 현안과 진단’에 실린 기고문에서 “국가대표 선수는 자신의 종목에서 경기력 결정요인을 99%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국가대표 선수를 위한 스포츠과학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1%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간이 얼마나 더 빨리 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후로 아주 미미한 폭이지만 선수들은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리면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가장 빠른 종목 중 하나인 육상(100m 달리기)과 수영(50m 자유형)을 대상으로 인간이 어떻게,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
육상 100m 달리기 세계 신기록은 우사인 볼트(남자부, 자메이카)와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여자부,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우사인 볼트는 2009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대회 100m 경기에서 9.58초를 기록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9.63초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는 1988년에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10초 49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같은 해에 열린 서울 올림픽 100m 경기에서는 10초 61에 그쳤지만, 200m 경기를 21초 34에 돌파하여 아직도 깨지지 않는 세계 신기록으로 남아 있다.
‘육상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100m 경기는 인간의 한계를 가장 극한으로 테스트하는 종목으로 알려진다. 보통 스타트-가속·중간질주-피니시 단계로 나누는데, 워낙 트랙 길이가 짧기 때문에 기록 향상을 위해서는 모든 단계에서 선수들의 근력과 근지구력이 요구된다. 특히 폭발적인 속도를 내려면 스타트와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100m 경기에서는 저항을 최대로 줄이는 자세에서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가는 크라우칭 스타트를 채택한다. 팔의 스윙은 뒤쪽에 힘을 실어 앞으로 쏘는 자세가 기록 단축에 효과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신체적 요건과 최적의 환경이 갖춰지면 인간은 100m를 시속 60㎞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100m를 5.623초 만에 달리는 속도이며, 우사인 볼트보다 약 3.9초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다.
단거리 선수들의 보폭과 팔의 스윙 사이에 상호작용을 연구한 메릴랜드대학교 생체역학 연구진은 중간 속도에서 최고 속도로 치고 나가는 방법에 대해 ‘공중 부양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발이 땅에 닿는 지지력을 이용하여 접지 시간을 줄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팔의 스윙 속도를 높여 힘을 가하는 식이다. 보통 단거리 선수들의 최고 속도에서 스윙 속도는 0.350초 정도로 측정되는데, 이를 더 단축하기 위해서는 스윙 시간을 0.12초 정도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빠르게 재배치하여 공중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솟값으로 감소시키면 상당한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자인 로스 밀러 매릴랜드대학교 교수는 “스프린트는 매 걸음마다 최대한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최고 속도는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얼마나 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인간의 놀라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한계에 부딪히고, 또 도전하는 중이다.
우사인 볼트가 수립한 100m 달리기 남자부 최고 기록은 1912년 기록이 시작한 이래 약 1초 단축된 것이다. 또한, 1906년 도널드 리핀코트(미국)가 10초 6을 기록한 이후 10초 벽이 무너지기까지 62년이 걸렸다. 62년 사이에 줄어든 기록은 0.65초, 1968년에 짐 하인스(미국)가 기록한 9초 95다.
물의 저항을 거슬러 헤엄치는 수영
인간이 물속에서 빨리 움직이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때문에 수영 종목의 기록은 육지에서 달리는 종목 대비 늦은 편인데, 예컨대 50m 자유형 세계 신기록은 우사인 볼트의 평균 달리기 속도의 4분의 1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다.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롱코스로 구분되는 50m 자유형 세계 신기록은 남녀 모두 20초 초반에 기록돼 있다. 남자부는 2009년에 세사르 시엘루 필류(브라질)가 20초 91초를 기록했고, 여자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라 셰스트롬(스웨덴)이 23초 61에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기록은 1970년 후반에 공인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약 3초 단축된 것이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첨단 기술의 공이기도 하다.
수영은 스포츠과학과 생체역학을 아우르는 기술 발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레이저 레이서(LZR Racer)’는 ‘기술 도핑’으로 불릴 만큼 획기적이었다. 스포츠용품 회사인 스피도(Speedo)와 나사 엔지니어, 생체역학 전문가, 스포츠과학자 등이 협력하여 개발한 초경량 폴리우레탄 소재의 수영복은 이전 세대 수영복보다 항력을 24% 감소시키고 영법의 효율성을 5%나 증가시켰다. 전신을 덮는 형태의 까만 수영복은 물을 튀겨내면서 부력을 추가 제공하고, 몸을 물고기형으로 압박하여 항력을 최대로 낮췄다.
실제로 레이저 레이서를 입고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팀은 세계 기록을 25개나 쏟아냈고, 펠프스는 8관왕에 올랐다. 이후 2008년, 2009년 수영 종목에는 새 기록들이 경신됐지만,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기술 퇴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0년에 전신수영복 착용이 금지됐다.
이처럼 어떤 영법이든 수영은 물 표면과 물속 저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물속 저항은 공기저항의 최대 20배에 달한다.
티모시 웨이 노스웨스턴대학교 생체역학 박사는 “수영할 때 우리 모두는 어깨에 볼링공을 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영에서 기록을 단축하려면 기술을 제대로 익히고 스트로크 속도를 최대한 높이는 방법뿐이라고 덧붙였다.
옷과 수경 외에는 용구가 없어 온전히 몸과 테크닉에 의지하는 수영 역시 훈련의 힘이 크다. 수면과 평행하게 수영하면서 팔을 물과 수직에 가깝게 극적으로 떨어뜨려 앞으로 당기는 ‘교과서적 테크닉’이 수영 선수들의 무기인 셈이다. ‘수영의 황제’라고도 불리는 펠프스도 거의 마니아 수준으로 훈련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을 응원해주세요
속도의 전쟁인 육상 100m에는 남자 총 56명, 여자 총 56명이 바람을 가르며 트랙을 달리게 된다. 남자 100m 예선은 8월 3일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진행되고, 여자부 100m 예선은 8월 1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시작된다.
한국 수영의 새 역사가 기대되는 ‘괴물 세대’가 다수 포진한 수영 경기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생애 첫 올림픽 자유형 50m에 출전하는 자랑스러운 지유찬 선수의 예선경기는 8월 1일 오후 4시에 볼 수 있다. ‘한국 수영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황선우가 출전하는 자유형 100m 예선경기는 7월 30일 오후 4시(한국시간)에 열린다.
이 밖에 일정은 2024 파리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볼 수 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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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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