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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8-07-09

평창올림픽 드론이 1218대였던 이유 송승환 총감독이 풀어놓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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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부는 강원도 겨울 밤 하늘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고요한 밤하늘에는 드론 1218대가 아름다운 오륜기를 그렸다. 선수들은 횃불을 손에 쥐고 스키 슬로프를 역동적으로 내려왔다. 올림픽기를 맞잡은 이들이 밟는 무대 광장은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걸음걸음마다 오륜기 색에 맞춰 눈 덮인 길이 연출됐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 증강현실(AR), 리프트 무대와 플라잉 무대, LED 촛불과 성화봉송, 1218대의 화려한 드론 등 지난 2월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역대 최고 ‘ICT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가 ICT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쾌거였다.

시청자들은 드론 오륜기를 보는 동안 현장에는 무대에서 올림픽기가 등장했다.  ⓒ flickr.com_www.pss.go.kr
시청자들이 드론 오륜기를 보는 동안 현장에는 올림픽기가 등장했다. ⓒ flickr.com_www.pss.go.kr

올림픽 예술총감독을 맡은 송승환 총감독도 개·폐회식에서 보여주었던 예술적 아름다움과 역사적 성과는 "과학기술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을 진행하면서 벌어졌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역대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가장 잘 드러난 올림픽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은 혼란 그 자체였다. 초창기 진행되던 프로젝트 일부는 사라졌고 예산 집행도 난항을 겪었다. 예산 또한 터무니없이 적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개·폐회식을 치룰 경기장이었다. ‘혹한(酷寒)’ 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치룰 개·폐회식은 초강풍이 부는 허허벌판에 하늘이 뻥 뚫린 노천 경기장이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역대 가장 추운 개회식’, ‘라면도 얼린 강추위’, ‘지붕 없는 개회식, 역대 최악’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건설비가 많이 드는 지붕 덮인 ‘돔’ 경기장 대신 지붕 없는 경기장을 건설한 것은 ‘돈’ 때문이었다. 그동안 평창 동계올림픽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진행돼 왔다. 1000억 원 넘게 책정됐던 올림픽 예산은 6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 증강현실(AR), 리프트 무대와 플라잉 무대, LED 촛불과 성화봉송, 1218대의 화려한 드론 등으로 역대 최고 ‘ICT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은 평창동계 올림픽 개막식. ⓒ flickr.com_www.pss.go.kr
역대 최고 ‘ICT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은 평창동계 올림픽. ⓒ flickr.com_www.pss.go.kr

경기장을 영구시설로 재활용하지 않고 철거하기로 결정되면서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은 임시 건물 형태로 지어졌다. 경기장 문제로 가장 난감한 것은 개폐회식의 무대연출을 맡은 스텝들 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와이어를 묶을 공간이 없었고 간신히 매달은 구조물은 초속 18~20m의 강풍에 휘청거렸다.

강풍과 폭설, 강추위에 지붕 없는 무대, 부족한 예산 등 헤쳐 나가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표현해야 할 이미지도 많았다. 송 감독은 과거 ‘한’ 많던 우리 민족의 이미지를 ‘역동성’과 ‘열정’이 넘치는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과거 우리 한민족의 정서는 ‘한(限)’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바뀌었어요. 88올림픽과 월드컵 때 보여준 우리 민족만의 열정, 역동성이 바로 우리의 정서로 바뀐 것이죠. 이번에는 남과 북과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반도가 ‘평화의 장’이 되었다는 것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다른 올림픽을 관찰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스토리를 가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 평생을 배우로 살아온 그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의 예술성 담긴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준 것은 최첨단 과학기술이었다.

무사 귀환한 드론 1218대, 사전 촬영했다    

송 총감독은 부족한 예산 속에서 예술가의 상상력을 어떻게 과학기술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그는 가장 먼저 리프트 무대를 활용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들을 동시에 등장하고 퇴장시키는 무대장치를 함으로써 한국인의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송승환 총감독은 "한국전통 문화의 가치관과 현대 한국문화예술의 특징인 ‘융합’을 바탕으로 ‘열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무대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송승환 총감독은 "한국전통 문화의 가치관과 현대 한국문화예술의 특징인 ‘융합’을 바탕으로 ‘열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무대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무대 중앙에는 8m 길이의 코어 리프트 무대가 설치되었고 24m의 리프트도 등장했다. 적은 비용 대비 효과는 대단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가운데 무대에는 프로젝션 맵핑 영상이 투영되었고, 리프트 무대를 통해 거대한 동종이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종은 중앙 리프트 무대에서 펴서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펴지게 했다. 내려갈 때는 다시 구겨서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 드럼, 기타를 치는 밴드 연주자들과 수백 명의 장구, 거문고 악기 연주자들도 리프트 무대를 통해 바로 무대에 등장했다 퇴장하게 할 수 있었다.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ICT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플라잉 무대를 활용했다. 영하 20도의 강추위와 폭설, 초속 18~20m의 강풍 속에서 오브제를 매다는 플라잉 무대는 위험천만의 연속이었다. 폐회식 때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LED 석탑은 전 날까지도 고민을 했던 아이템이었다.

두 개의 와이어를 이용해 석탑을 내려야 하는데 전 날 리허설 도중 멈춰야 할 정도로 강풍이 불었다. 수많은 기상데이터를 점검하고 당일까지 고심한 끝에 설치하기로 결정, 당일 초속 0.3m라는 기적 같은 날씨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과학기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1218대의 드론 오륜기에 엮인 이야기도 나왔다. 법규상 드론은 일몰 이후에는 날릴 수 없었고 사람이 움집한 곳에서도 날릴 수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8월 일몰 이후도 가능하다는 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람이 문제였다. 초속 3m의 바람만 불어도 드론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사전제작 촬영을 한 드론을 마치 개회식 당일 날릴 것처럼 편집한 것 또한 눈부신 과학기술의 성과였다. 새벽 2시 아무도 없는 개장 안한 스키장에서 사전 촬영이 이루어졌다. 1300대의 드론이 하늘을 날았다. 그런데 왜 개회식에는 1218대의 드론이 나타났을까. 82대는 추락하고 무사 귀환한 드론이 1218대였기 때문이었다. 송 총감독은 조용히 입술을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혼자만 알고 계셔라”는 주문이 떨어지자 객석은 웃음으로 넘실댔다.

송 총감독은 하루 빨리 인문학과 예술과 과학과의 장벽이 없어지길 희망했다. 그는 “스마트폰 하나로 사회 전체가 변했다. 앞으로 기술이 평준화되면 그 안의 콘텐츠, 디자인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세상을 바꿀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응원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8-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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