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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김현정 리포터
2024-08-05

[올림픽의 과학] 올림픽 양궁의 새 역사를 쓰다, ‘주몽’의 후예? 과학적 훈련의 힘 스포츠과학, 최첨단 로봇기술, 3D 프린팅 기술, 그리고 선수들의 땀이 만들어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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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올림픽 이모저모] 2024 파리올림픽을 밝히는 성화는 열기구에 띄워졌다. 올해 4월 16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올림피아의 해라 신전에서 채화된 ‘올림픽의 불꽃’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에 의해 옮겨졌는데, 이례적으로 타국 선수들도 포함돼 있었다. 지네딘 지단(축구), 라파엘 나달(테니스), 세레나 윌리엄스(테니스), 나디아 코마네치(체조), 칼 루이스(육상), 아멜리 모레스모(테니스, 토니 파커(농구), 미카엘 기구(핸드볼) 등을 거친 성화는 마리-호세 페렉(육상), 테디 리네르(유도)가 열기구 성화대에 불을 붙이며 대회 기간에 파리를 밝히게 됐다. 열기구 성화대가 띄워진 튈르리 정원은 인류 최초의 수소 열기구가 띄워진 장소이다.

올림픽 열기가 후끈한 파리

2024 파리 올림픽 대회 7일 차를 맞은 8월 1일, 대회 중반으로 달려가면서 전 세계는 올림픽 열기로 후끈하다. 한국 대표팀도 메달 행진을 이어가며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맺고 있다.

대회 첫날, 박하준-금지현 선수가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올림픽 메달의 물꼬를 텄다. 이어 수영 남자 400m 자유형에서 김우민 선수가 동메달을, 오상욱 선수가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가져왔다. 둘째 날에는 오예진 선수가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데 이어, 반효진 선수가 10m 공기소총에서 한국에 100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 밖에도 많은 종목에서 선수들이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궁 대표팀이 세계 양궁의 새역사를 써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궁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 10연패, 남자 대표팀이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여자 대표팀이 세운 이 기록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양궁 종목이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셈이다. 햇수를 헤아리면 무려 40년간의 대업이다.

그리고 2일 오후(현지시각) 파리 레쟁발리드에 또 한 번 태극기가 휘날렸다. 임시헌과 김우진이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독일을 6 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낸 것.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양궁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외신들은 “한국이 초인적인 계보를 이었다.”, “올림픽 양궁에서 한국은 ‘경쟁’이 아닌 ‘전통’이 됐다.”는 호평을 내놨다. 한국의 반응 역시 뜨겁다. 한국이 양궁을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몽의 후예”, “하느님이 Bow하사!”라고 분석한 밈이 인터넷과 SNS를 달구었다.

양궁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 10연패, 남자 대표팀이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olympics.com

 

주몽의 후예? 과학적 훈련이 없다면 불가능

세계 최정상의 한국 양궁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높다. 혼성 단체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는 “한국은 고구려 때부터 양궁을 잘했다는 말이 있다.”면서 한국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를 질문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을 ‘주몽의 후예’라고 부르는 애칭을 알고 있는 분위기다.

주몽은 고구려 건국신화의 주인공이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따르면 주몽은 매우 출중하고 특히 어릴 때부터 활 쏘는 솜씨가 뛰어났다고 기록돼 있다. 부여에서는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朱蒙)’이라고 부르는 풍습이 있어, 아이의 이름이 주몽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주몽의 DNA 만으로 세계 정상을 차지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따르면 주몽은 매우 출중하고 특히 어릴 때부터 활 쏘는 솜씨가 뛰어났다고 기록돼 있다. Ⓒwikicommons

 

특별한 과학적 훈련 세 가지

전문가들은 양궁 대표팀의 과학적 훈련 방식을 이유로 꼽는다. 대한양궁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선수들은 세계대회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한 훈련장에서 훈련을 진행해 왔다. 실제로 진천 선수촌에는 올림픽 경기장의 조감도를 그대로 반영한 훈련장이 조성돼 있다. 또한, 야외 경기 특성에 맞춰 지형과 날씨의 영향을 고려한 실전 훈련으로 현지 적응력을 높여왔다. 이번에도 센강에서 래쟁발리드 경기장까지 불어오는 바람의 세계와 방향, 입지조건을 분석해 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긴장감을 낮추는 심리훈련과 심박수를 낮추는 호흡훈련도 병행했다. 사람은 고도의 긴장 상태가 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심박수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집중이 떨어지고 손이 떨려서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다. 때문에 양궁 선수들은 심박수를 낮추는 훈련을 진행해 왔다.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 용량을 키워 분당 심박수와 심박수 변동성을 낮추는 것은 기본이고, 심리훈련을 병행하여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대한양궁협회는 센서를 착용하지 않아도 영상 카메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하여 개인 맞춤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결과는 실전에서 바로 나타났다. 도쿄 올림픽 당시 162bpm까지 치솟았던 김제덕 선수의 분당 심박수는 71bpm까지 감소했다. 심지어 손등에 벌이 앉았는데도 흔들림 없이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았다. 김우진 선수, 남수현 선수 역시 68~85bpm 사이를 유지하며, 잠자는 듯 편안한 소위 ‘수면 양궁’을 선보였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과학적 훈련으로 경기력을 향상해 왔다. 사진은 김제덕 선수의 도쿄올림픽 개인전 심박수(좌), 파리올림픽 단체전 심박수(우) Ⓒx캡처

 

가장 힘든 훈련 상대?슈팅 로봇

한국 양궁 대표팀의 훈련에는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특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양궁협회는 현대자동차 그룹과 함께 ‘리커브 & 컴파운드 양궁용 슈팅머신’을 개발해 훈련에 도입했다.

‘양궁로봇’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것은 실제 야외 환경에서 바람과 화살 점수 분포에 반응하여 화살이 정중앙에 맞도록 스스로 조정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외부 환경과 변수에 반응하지 않는 상대이기 때문에 선수와 일대일로 경쟁하면서 고도의 심리훈련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임시현 선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궁로봇과의 훈련에서 상대가 10점만 쏜다는 압박감은 실전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밀 액추에이터를 통해 미리 설정한 각도와 강도로 화살을 일관되게 발사하는 기능을 통해 결함이 없는 화살을 선택하고, 장비의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할 수 있었다.

3D 프린팅 기술로 선수 개인에게 맞춰진 장비를 제공한 것도 신의 한 수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그룹 브랜드 저널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 공정에도 활용되는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하여 선수 개인의 손 모양에 최적화된 그립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그립은 선수들의 힘과 충격에 의해 변형 및 파손될 수 있는데, 아주 미세한 변형으로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선수들의 선호에 따른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개인 맞춤형 그립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첨단 로봇기술이 적용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으로 한국 양궁 대표팀이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hyundai.com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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