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쌓였던 직장생활의 피로를 풀기 위한 갖가지 여가활동으로 분주한 금요일 저녁,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직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함께한 까닭은 지난 27일,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이 새롭게 마련한 직장인을 위한 과학문화 프로그램 ‘제1회 사이언스 이브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직장인들이 함께하는 과학문화체험
강혜련 이사장은 “성인이 되면 과학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워 직장인들이 함께 과학을 체험하고 즐기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하면서 “선진국의 경우, 과학관에서 음악회도 열고 자연스럽게 과학과 문화를 접하는 등 과학이 생활 속 문화로 정착돼 있다”며 “오늘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이언스 이브닝 행사가 하나의 과학문화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에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BeauTy is BT’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사이언스 이브닝 프로그램은 화장품 속 바이오공학(BT)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나만의 맞춤형 BT화장품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특별히 이날 화장품 만들기를 통한 과학 체험을 돕기 위해 인하대 STS사업단 연구원들이 지원을 나왔다.
진행을 맡은 박지호 연구원은 “화장품 원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좋은 원료를 일반인에게 잘 알리기 위해서는 화장품이나 비누에 넣어서 알리면 좋을 것 같아 화장품 만들기를 배우게 됐다”며 “화장품을 만드는 작업에는 여러 과학적 원리가 들어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과학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만의 맞춤형 BT화장품 만들기
이날, 학창시절 과학시간에나 봤을 법한 비이커와 스포이드, 그리고 여러 가지 낯선 실험기구들이 세팅되어 있는 자리에 그룹별로 앉은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박 연구원의 자세한 설명에 따라 금방 자신이 원하는 원료를 골라 넣으며 자신만의 립밤과 미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접하는 실험이라 서툴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아이들처럼 신이 나서 체험에 집중했고, 30분 만에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한 가득 제공해 줄 미스트와 촉촉한 입술을 보호해 줄 립밤을 뚝딱 만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화장품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삼사십대 남성 직장인들도 많이 참석했다. 인근 은행에 근무한다는 이종훈 씨와 김택균 씨는 동료의 권유로 함께 참석하게 됐다며 “평소에 화장품이라고는 스킨, 로션 정도 바르는 게 고작인데 이렇게 학교 다닐 때도 써보지 않았던 실험기구를 사용해서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보니 더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속에 숨겨진 바이오공학의 비밀
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끝낸 참석자들은 김은기 교수(인하대)와 화장품 속에 숨겨진 바이오공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 교수는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티벳의 유목민들도 화장품을 갖고 싶어 했던 여행담을 소개하면서 “화장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피부에 검은 색소가 형성되는 것은 자외선에 의해 유전자가 파괴되지 않도록 색소가 지원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없다면 피부암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색소를 안전하게 막는 것이 기능성 미백화장품”이라고 설명했다.
미백 소재로 사용되는 등잔화를 비롯해 보습을 위한 히아론산, 피부노화방지에 좋은 녹차 성분의 카테킨 등 평소 듣기 어려운 용어들이었지만, 참석자들에게는 자신이 좀 전에 화장품을 만들면서 사용했던 원료들이라 이해하기가 한결 쉬었다.
최신 화장품 기술 트렌드 이야기
이밖에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백석윤 팀장이 최신 화장품 기술 트렌드에 대해 소개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분석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백 팀장은 유전자와 줄기세포 등 최첨단 화장품 기술에 접목된 BIO, 생물 다양성 보존과 환경 보호와도 연결되는 GREEN, IT 등 다양한 학문과의 융합을 이루는 SMART, 이렇게 3가지 화장품 기술 관련 Key word를 소개했다.
이처럼 이번 ‘사이언스 이브닝’ 프로그램은 화장품이라는 친근한 생활용품을 통해 바이오공학이라는 어려운 과학과 기업의 최신 기술을 쉽게 접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평소 화장품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서 문화센터 강좌에서 천연비누도 만들어 봤다는 어학원 강사 심혜진 씨는 “문화센터와 비교하면 다양한 실험기구를 사용하는 등 훨씬 더 전문적이고 과학적일 뿐 아니라 그 원료까지 자세히 알려줘 더 좋았다”며 “대학과 기업 등 산학이 협력해서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줘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성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학문화프로그램인 ‘사이언스이브닝’ 행사를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2-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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