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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6-03-31

가장 오래된 술은 9천년 된 중국산 과학서평 / 술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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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자가 쓴 ‘술의 세계사’가 아무리 세계 각국의 술의 역사를 재미있게 꾸며놓았다고 해도, 우리나라와 관계가 깊은 중국 술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다면, 한국 독자에게 그리 매력적이 아닐 것이다.

이름도 복잡하고 잘 들어오지 않는 중동 이상한 지방의 이상한 술 이야기가 흥미를 끌어야 얼마나 끌 것인가? '술의 세계사'(패트릭 맥거번 지음, 글항아리)에는 한중일 삼국 독자들을 유인할 확실한 내용이 들어있다.

중국 허난성에서 발견된 '샤토 자후'

중국에서 발견된 술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사실을 이 책은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중국 허난(河南)성 우양(舞陽)현 자후 마을에서 발견된 술이다. 미국 저술가와 양조업자들은 이 술에 ‘샤토 자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터넷에서 샤토 자후를 검색하면 2005년에 연합뉴스가 보도한 이 기사 딱 한 건이 뜬다.

샤토 자후의 라벨 도안 ⓒ 글항아리
샤토 자후의 라벨 도안 ⓒ 글항아리

“약 9천년 석기시대에 제조된 중국 허난(河南)성 우양(舞陽)현 자후 마을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고대 술이 미국에서 맥주로 만들어져 상표로 등록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포도주를 연상시키는 '샤토 자후'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상표 등록돼 가을부터 시판될 이 술은 우양현 자후 마을에서 발견된 포도, 쌀, 꿀, 산사나무 열매를 혼합해 만들어진 고대 술의 처방을 기초로 맥주로 태어난 것이다.”

술의 세계사를 지은 패트릭 맥거번(Patrick Mcgovern)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박물관 과학담당 국장이자 인류학과 겸임교수로 뉴욕타임즈 네이처 타임 등에 고대 알코올에 관한 글을 쓰는 저술가이다.

주로 서양 알코올을 연구하던 맥거번은 1999년부터 중국 방문기회를 얻어 중국에서 발굴된 술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다. 2004년 자후 유적지에서 발견된 글을 미국 국립과학원보에 처음 싣자 각종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술의 세계사

재미있는 것은 맥거번이 9000년 전의 술,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술에 대한 글을 쓴 것 못지 않게 당돌한 생각을 했으니, 바로 9000년 전 술을 되살려 판매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9000년 중국술의 잔류물이 남아 있었다. 이것을 과학자들이 분석했기 때문에 오래된 중국술을 되살리는 길이 열렸다.

맥거번은 고대 술을 되살리는 경험을 가진 양조업자를 설득했다. 델라웨어 주 밀턴의 도그피시헤드크래프트 양조업자인 샘 칼라지오네 그리고 실험정신이 뛰어난 양조자인 마이크 거하트는 신석기 시대 술을 되살리는 일에 착수했다.

미국 양조업자, 과학적 분석 바탕으로 9000년 술 재현

고대 중국에서 재배한 포도를 구할 수 없어서 유럽 포도로 대체했지만, 중국산 쌀과 산사나무 등을 원료로 과학적인 분석에 의거해 만든 샤토 자후는 이렇게 태어났다.

샤토 자후 술병에 들어갈 도안은 주신(酒神)의 도움으로 만들어냈다. 양조업자 칼라지오네는 중국 소녀가 술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긴 머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상반신을 벗은 중국소녀의 모습이었다.

꿈 이야기를 토대로 뉴욕 예술가 타라 맥퍼슨이 그린 라벨엔 소녀의 허리에 글씨를 하나 새겨 넣었다. 술병(酉)과 술병에서 떨어지는 물(水)를 합쳐 만든 글자 술 주(酒)자 이다.

자후 마을은 아주 오래된 악기등이 발견되는 등 중국 고대 문화의 중심지로 부각되는 곳이다.

샤토 자후에 대해 일부 프랑스 사람들이 상표권을 주장하면서 시비를 걸었지만, 미국 고고화학자들은 “고대 음료들은 특허와 저작권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비교적 궁금하게 생각하는 술에 관한 의문 중 대표적인 것은 술이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확실한 정설은 없지만, 추측해볼 수 있는 내용들은 몇 가지 있다. 야생 과일에서 저절로 생긴 알코올을 신나게 마셔대는 영장류가 발견되는 점이다.

원숭이나 사람이나 영장류는 술에 빠져든다

파나마 바로콜로라도 섬에 사는 고함원숭이는 알코올이 풍부한 숙성된 나무열매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함원숭이는 20분 만에 포도주 2병에 해당하는 분량의 알코올에 탐닉한다. 영장류의 조상의 하나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는 밤새 알코올을 마시는데 보통 사람이 와인 아홉잔을 마시는 분량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인간이든 동물이든, 영장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술을 마신다는 사실에 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장류는 생리적으로 알코올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맥거번은 근동의 술, 실크로드 주변 지역, 유럽과 지중해 및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방의 술의 역사를 골고루 책에 서술해놓았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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