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첫 포유류 복제
1996년 7월 5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에서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든 첫 인공 생명체인 돌리(Dolly)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돌리는 핵을 제거한 난자와 암컷의 젖샘에서 얻은 체세포의 핵 치환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수정란으로부터 탄생했다. 이미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암컷의 유전자를 그대로 가진 돌리는 아쉽게도 6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인류에게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고마운 존재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 탄생 후 25년)
초기의 복제 동물 연구는 품질 좋은 식용 가축의 대량 생산을 위해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소를 복제하는 편이 산업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었지만, 양이 선택된 것은 비교적 세대가 짧고 소보다 작아서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기 때문이었다.
이후 2년 뒤 일본 긴키대 연구팀은 복제 소를 탄생시켰고, 이로부터 또 다시 2년 뒤 영국의 바이오벤처 PPL세러퓨틱은 복제 돼지를 탄생시켰다. 이후 인류는 고양이, 개, 토끼 등 20여 종의 다양한 복제 동물을 활발하게 탄생시키고 있다. 또한, 검은발족제비나 프르제발스키말(Przewalski’s horse)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멸종동물 복원은 인간의 허영심일까?)
반면 현재 인류의 동물 복제의 성공률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날 확률보다 훨씬 낮다. 일반 소의 경우를 비교하자면 인공수정으로 새끼가 태어날 확률은 35% 정도이지만, 복제 소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 수준이다. 또한, 복제 포유류 동물은 종종 근육이나 다른 장기가 손상되어 수명이 크게 단축되는 경우가 많다. 소는 지금까지 생존 확률이 가장 높은 동물로 기록된다.
영장류의 복제에도 성공하다!
한편 지난 2018년 최초로 영장류(Primates: 영장목에 속하는 포유류로 쇄골이 있으며 다섯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있어서 자유자재로 물건을 다룰 수 있으며 직립, 사족 보행이 가능한 부류)가 복제되었다.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Institute of Neuroscience, Chinese Academy of Sciences)의 연구진들은 돌리의 탄생에 이용되었던 체세포 핵 치환 기법을 이용하여 종종(Zhong Zhong), 화화(Hua Hua)라는 두 마리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학자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온 소식이다. 대부분의 시도에서 영장류는 배아와 태아 단계에서 죽게 되는데, 이 때문에 포유류 복제 중 영장류 복제는 특히 더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같은 연구소에서 최근 또 다른 새로운 성공 사례가 있었다. 이번에는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 혹은 레서스원숭이, 벵골원숭이라고도 불림, 학명은 Macaca mulatta 또는 Rhesus Macaque)를 복제했다는 소식이다. 연구진은 복제된 붉은털원숭이는 이미 2살인 수컷이며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관련 논문 바로가기 - 원숭이 체세포 핵이식에서의 해부 및 영양막 교체 적용 재프로그래밍 메커니즘)
복제 붉은털원숭이는 과학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독일 영장류 센터의 줄기세포 및 배아 연구자인 뤼디거 베어(Rüdiger Behr)는 위 연구와 기술이 매우 특별하며 생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베어는 중국 연구진이 한 부분은 복제되고 다른 부분은 복제되지 않은 복합 배아를 만들었다고 강조하며, 이는 전 세계 몇몇 연구소에서만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완전 복제 배아를 개발하는 것도 충분히 어렵지만, 위 기술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이나 과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될 만한 것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생명체의 정확한 유전적 사본을 만드는 복제에서의 가장 큰 도전이 복제 동물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앞선 설명처럼 대부분의 복제 동물은 건강이 좋지 않고 수명이 짧다. 또한 기본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세포가 형성되는 방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모든 동물과 생명체는 체세포(somatic cells)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체세포 복제에서 연구자들은 신경 세포와 같은 체세포의 핵을 자체 핵이 제거된 난자 세포에 심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세포는 마치 난자가 수정된 것처럼 작동할 수 있는데, 이 결과 배아가 탄생하게 된다. 수정란은 분열하면서 자신과 같은 세포들을 만들어내고 분열된 세포들은 피부, 심장, 근육 및 신경세포 등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다만, 각 세포핵의 유전 정보는 동일하지만 모든 유전자가 “읽히고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다양한 유형의 세포가 형성되는 방식이다. 이는 복제의 낮은 효율을 암시하며 결과물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과학적인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레고 설명서에서 한 페이지를 건너뛰고 조립하게 되면 당신의 결과물은 상자에 그려진 것과는 다른 것을 만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영장류를 복제하는 것이 특히 어려운 일일까?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이번 연구도 예외는 아니다. 484개의 이식된 배아 중 단 한 마리만이 살아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 한 마리의 성공이 새로운 기술 때문인지 아니면 순수한 우연인지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오히려 베어는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영장류를 복제하는 것이 일반 포유류보다 근본적으로 더 어렵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이러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전 세계에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는 대부분의 연구소에서 원숭이 복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영장류 복제가 특히 더 어렵다는 것은 큰 연관성이 없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베어는 원숭이 복제 연구에서 원숭이를 키우는 것은 생쥐를 키우는 것보다 더 집약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더 느린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 원숭이를 복제할까?
연구자들은 유전자 복제 원숭이 그룹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복제되지 않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일한 실험과 비교할 수 있다면, 생쥐 대상 복제 실험보다 더 큰 의학적 발견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베어는 “원숭이는 인간과 너무 비슷하고 고통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의 박사 과정 때는 감히 원숭이를 복제하려 생각지도 못했다”라며, “이것이 자신의 한계였지만 최근 학계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큰 고통을 유발하지만 현재로서는 인간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 연구를 위해서 원숭이 복제가 적절한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몇몇 연구자들은 원숭이 복제를 통해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심장 질환 및 대사 질환 관련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많은 연구진들이 원숭이 복제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이유는 원숭이와 같은 비인간 영장류가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원숭이 복제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치료를 위한 의학 연구에 도움이 되고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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