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확실치는 않지만 어떤 다른 동물로부터 전염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 이외에 어떤 다른 동물로 전염돼 병을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신종 바이러스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침팬지, 고릴라, 기타 몸집이 큰 영장류가 큰 위협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26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25명의 질병연구자, 환경보호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영장류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를 설립한데 이어 ‘네이처’ 지에 특별 서신을 실었다. 제목은 ‘COVID-19: protect great apes during human pandemics’.
산고릴라 등 멸종위기종, 초긴장 상태
각 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표자이기도 한 25명은 편지를 통해 코로나19가 사람의 사촌 격인 몸집이 큰 영장류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될 경우 지역에 따라 멸종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에 따라 각국 정부, 환경보호단체, 여행전문 기관, 투자기관, 그리고 관련 과학자 자 등에게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몸집이 큰 영장류의 건강관리를 위해 지침을 마련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현재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s best-practice guidelines for health monitoring and disease control’이란 국제기구를 운영 중에 있는데 질병관리, 건강체크 등을 위한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침이 어떻게 작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아프리카를 휩쓴 사스(SARS) 사태 당시 작성한 통계를 인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동안 이뤄진 영장류와 바이러스 관련 연구보고서를 대폭 참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영장류에게 있어서는 미미한 증상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고 밝혔다. (L. V. Patrono et al. Emerg. Microbes Infect. 7, 1–4; 2018).
서신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몸집이 큰 영장류 서식지에 여행객 출입을 서둘러 차단해달라는 것이다. 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영장류를 포획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출몰하는 밀렵꾼들을 철저히 차단해 줄 것을 각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런 조치가 산고릴라와 같은 멸종 위기에 직면한 영장류들을 생존케 해 향후 관광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조치를 서둘러 줄 것을 촉구했다.
WHO, 영장류의 코로나19 합병증 우려
촉구가 이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아프리카 각국에 특별 서신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산고릴라가 350마리 정도 살고 있는 콩고 북동부 산악지역의 비룽가 국립공원(Virunga National Park)은 지난 주말 민간인의 공원 입장을 오는 6월 1일까지 전면 금지했다.
공원 관계자는 타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WHO의 과학자들이 산고릴라를 포함한 영장류들이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 충고를 받아들여 민간인의 공원 입장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고릴라를 비롯 오랑우탄, 침팬지 등 몸집이 큰 영장류들은 사람과 거의 유사한 게놈(유전체)을 갖고 있는 만큼 호흡기 구조도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 영장류들이 자연에 묻혀 살고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노출될 경우 대형 참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650마리 정도밖에 안 남은 산고릴라의 경우 멸종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산고릴라는 아프리카 중부 지역 콩고·르완다·우간다 3개국에 걸쳐 있는 비룽가산맥에 살고 있다.
비룽가 국립공원에 약 350마리, 그곳에서 약 25km 떨어진 브윈디 국립공원에 약 3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데 계속되는 감소로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간다 지역에 있는 브윈디 국립공원도 관광객 출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산고릴라가 일부 생존하고 있는 가봉에서도 민간인의 국립공원 출입을 차단시키며 멸종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영장류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에서는 각국 정부에 세부적인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산고릴라가 아닌 다른 영장류의 경우도 사람과의 거리를 10m 이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하게 접근이 필요할 경우에는 건강 진단을 철저히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각국 국립공원은 지난 2014년 에볼라 사태 때도 감염을 막기 위해 소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으나 지금 에볼라보다 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해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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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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