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에 비해 우리 인간의 문화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의 지식을 습득하여 문명을 만든 것, 잘 발달한 도구를 사용한 것 등의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여겨지던 특성들이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발견되며 우리 문화의 특별함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워졌다. 진화인류학자들은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에 새로운 답을 내놨다. 한계를 두지 않고 개방적 혁신을 거듭한 것이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식의 축적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종은 무엇이 특별한가?’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 세기 동안 고심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 문화가 축적되고, 진화하는 능력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현재 우리의 문화를 만든 것은 어느 한 천재의 성과가 아닌, 수천, 수만 가지의 기술적 발전이 축적된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 외에는 없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연구가 그 정설을 뒤집고 있다. 인간처럼 사회적 동물도 문화를 축적한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토마스 모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와 마르쿠스 펠드먼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동물계 전역에서 인간처럼 문화를 축적하는 사례를 수집하여 기존 정설을 반박했다.
가위개미(leafcutter ant)는 곰팡이를 재배하는 곤충이다. 잎 조각을 물어다가 곰팡이에게 먹이를 주고, 땅속에서 곰팡이를 키워 먹는다. 새로운 여왕 가위개미는 어미의 왕국에서 곰팡이를 한 입 베어 물어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 때 가지고 간다. 인간의 농업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듯, 가위개미 역시 어미가 딸에게, 또 그 딸에게 왕국의 먹이를 만드는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다.
축적으로 만들어진 문화를 구축한 건 개미뿐만이 아니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인간의 언어처럼 무리 간에 퍼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복잡해진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며, 지역에 따라 먹이 사냥을 위해 맞춤형 도구를 직접 만든다.
모건 교수는 “동물행동학 연구의 발전 덕분에 동물의 문화도 축적하며 발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인간 문화를 다른 동물과 차별화하는 특별한 점이 무엇일까를 새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개방성에서 찾은 특별함
두 연구자는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인간이 지배적이고 특별할 수 있는 것은 이전부터 전해진 축적된 행동을 기반으로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 발전의 방향을 제한하지 않는 ‘개방성’에 있다는 것이다.
아침밥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비교적 간단한 아침밥에도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릇과 냄비 등 장비를 준비하고, 냄비에 재료를 넣고 적당한 온도에서 먹기 좋은 농도가 될 때까지 조리해야 한다. 조리가 끝나고 그릇에 담아내야 비로소 완성된다. ‘아침밥’이라는 목표를 위해 장비 준비, 재료 준비, 조리 등 여러 하위 목표를 올바른 순서로 정교하게 실행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계속해서 작동하여 이 복잡한 시퀀스를 기억할 수 있다. 반면, 동물은 하위 목표를 상상하며 정교한 시퀀스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정리하자면, 동물은 포식자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문화를 개발할 수 있지만 개발의 범위가 좁다. 동물 역시 축적을 통해 자연 현상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문화를 구축했지만, 인간은 우리가 전에 접한 적 없는 상황에 문화를 적응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펠드먼 교수는 “부모가 전수한 지식은 동물에게서도 축적되지만 ‘개방성’의 한계로 인해 결국 발달을 멈춘다”며 “우리 연구진은 동물의 문화, 후생유전학, 부모의 영향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진화 시스템과 비교해 인간 문화의 특별함은 개방성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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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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