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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권예슬 리포터
2024-11-28

일기 예보처럼…웨어러블 기기로 내일 기분 예측 수면 패턴 기반, 우울증 80% 조증 98% 정확도로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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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보약이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으로도 연결된다. 지난밤의 수면 패턴을 읽어 오늘 하루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됐다. ⓒGettyImages

잠은 보약이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으로도 연결된다. 지난밤의 수면 패턴을 읽어 오늘 하루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됐다. ⓒGettyImages

일기 예보처럼 내일의 기분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김재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 수학 그룹 CI는 고려대 의대와 공동으로 오늘의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내일의 기분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울증‧조증 등 기분 장애 환자에 국한된 연구 결과지만, 연구진은 향후 일반인의 기분을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저명지인 ‘NPJ Digital Medicine’에 실렸다.

 

생체시계와 기분의 연관성

기분은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밤잠을 설치거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으로 잠이 부족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유는 생체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포함한 생물은 지구의 자전 시간인 24시간에 맞춘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생체리듬은 24시간 주기를 따르는 몸 내부의 리듬으로, 빛과 같은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여 수면, 깨어남을 비롯한 다양한 생체활동의 리듬을 조절한다. 

교대 근무, 계절에 따른 일출 시간 변화,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시차 등 수면 변화는 기분 장애 환자들의 기분 삽화 재발을 유발한다. ⓒGettyImages

교대 근무, 계절에 따른 일출 시간 변화,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시차 등 수면 변화는 기분 장애 환자들의 기분 삽화 재발을 유발한다. ⓒGettyImages

교대 근무 등 생체리듬과 어긋난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이들은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에 더욱 취약하다. 2016년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연구진은 생체리듬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수면시간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주기와 기분 사이의 관련성을 밝혀내기 위해 ‘가족성 전진성 수면 위상 증후군(FASP)’을 앓고 있는 세 가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FASP 환자는 일반인보다 생체리듬이 3~4시간 빠르다. FASP 환자 가족은 공통적으로 겨울에 기분이 더 우울해지는 증상을 보였다. 유전자 분석 결과,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PER3(period-3)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쥐들의 낮 시간(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한 뒤 PER3 유전자 결함이 있는 쥐와 정상 쥐의 활동을 비교했다. 실험 쥐의 꼬리를 잡았을 때 유전자 결함이 있는 쥐는 정상 쥐에 비해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행동을 더 빨리 포기했다. PER3 유전자 결함으로 생체리듬이 바뀌어 우울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수면과 우울증 사이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였다.

 

오늘의 잠이 내일 기분 알려준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수면 패턴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면 기분 삽화를 예방하는 최적의 수면 패턴을 유추할 수 있다. ⓒ삼성뉴스룸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수면 패턴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면 기분 삽화를 예방하는 최적의 수면 패턴을 유추할 수 있다. ⓒ삼성뉴스룸

우울증, 조증 등 기분 장애 환자들에게 수면은 특히나 더 중요하다. 임상적으로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 계절에 따른 일출 시간 변화는 기분 장애 환자들의 기분 삽화(증상이 뚜렷한 시기) 재발을 유도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이에 따라 그간 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다수 이뤄졌다. 하지만 기존 방법은 수면 패턴뿐만 아니라 걸음 수, 심박수, 전화 사용 여부, GPS를 활용한 이동성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해 수집 비용이 높고, 일상적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IBS 연구진은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만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 우선, 연구진은 168명의 기분 장애 환자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기록한 평균 429일간의 수면-각성 데이터를 수집했다. 참여 환자들은 우울증 및 조울증 환자로 대부분 약물치료도 병행 중인 상태였다. 

이렇게 수집한 빅데이터에서 연구진은 36개의 수면-각성 패턴과 생체리듬에 관련된 지표들을 추출했고, 이 지표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알고리즘은 당일의 수면 패턴을 토대로 다음 날의 우울증, 조증, 경조증 정도를 각각 80%, 98%, 95%의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기분 장애 환자의 기분 삽화를 수면-각성 웨어러블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한 결과. (왼쪽부터) 우울증, 조증, 경조증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IBS

기분 장애 환자의 기분 삽화를 수면-각성 웨어러블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한 결과. (왼쪽부터) 우울증, 조증, 경조증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IBS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생체리듬의 일일 변화가 기분 삽화 예측의 핵심 지표임을 발견했다. 생체리듬이 늦춰질수록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고, 반대로 과도하게 앞당겨지면 조증 삽화의 위험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저녁 11시에 취침하고 오전 7시에 기상하는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면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는 식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방법론은 기분 장애 환자의 치료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효과적 기분 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주관적 회상에 의존한 심리 상태 평가를 넘어 객관적 기분 삽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객관적 기분 삽화 지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특히,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생활 중 비침습적이고 수동적으로 기분 삽화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구를 이끈 김재경 CI는 “향후 기분 장애 환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기분 삽화 예방을 위한 맞춤형 수면 패턴을 추천받는 디지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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