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에서 비행하다 먹이를 단숨에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줌’ 기능을 갖춘 새로운 카메라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은 새의 눈 구조를 모방하여 물체 감지에 특화된 카메라를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에 게재했다. 자율 주행차나 로봇, 드론 등 움직임 감지가 필요한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망원렌즈로 노려보다 광각렌즈로 주변까지 살펴
동물의 눈은 서식지와 생존환경에 맞게 최적화됐다. 독수리와 같은 조류의 눈은 주로 높은 곳에서 서식하고 비행하는 생존환경에 맞춰 멀리 있는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우선 새의 눈에는 카메라의 ‘줌’ 기능이 있다. 멀리 있을 땐 망원렌즈로 먹이를 노려보다, 먹이에 가까이 접근할 때는 광각렌즈로 변해 주변 환경까지 살핀다. 그 비결은 망막의 중심와(Fovea)에 있다.
중심와는 망막에 존재하는 작은 함몰 부위를 말한다. 새뿐만 아니라 사람 등 다른 동물의 눈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넓고 얕은 사람의 중심와와 달리 새의 중심와는 깊고 좁은 모양이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중심와에서 굴정되어 망막에 초점을 맺는데, 깊고 좁은 중심와에 도달한 빛은 큰 폭으로 굴절되면서 망막에 맺힌다. 망원렌즈처럼 확대되어 보인다는 의미다.
새 눈의 중심와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새의 중심와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사람보다 5배나 높은 밀도로 분포되어 있어 물체를 더 선명하게 인식한다. 또한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적색, 녹색, 청색)을 감지하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있는 반면, 조류의 눈에는 자외선을 감지하는 원추세포도 있다. 덕분에 새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풍부한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복잡한 환경에서는 물체를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눈을 모방한 생체모방 카메라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새의 눈을 모방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조류 눈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카메라
연구진은 새 눈의 구조와 기능에서 영감을 받아 물체 감지에 특화된 새로운 카메라를 설계했다. 개발된 카메라는 인공 중심와와 가시광선 및 자외선 감지가 가능한 다중 파장 이미지 센서(Multispectral image sensor)로 구성된다.
우선, 새의 중심와 구조를 모방한 인공 중심와를 제작했다. 이후 우수한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활용해 다중 파장 이미지 센서를 제작했다. 서로 다른 파장 영역을 흡수하는 4종류의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사용해 광센서를 제작한 뒤, 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색 필터 없이 색을 구분할 수 있는 센서를 구현했다.
줌 렌즈를 사용해 물체를 확대하는 기존 카메라는 확대된 물체의 주변부는 인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물체 감지 특화 카메라는 시야의 중앙부에서는 물체를 확대하면서 주변부 시야도 제공한다. 덕분에 두 시야의 차이를 바탕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또한, 필터 없이 가시광선 및 자외선을 구분해 감지하기 때문에 시각 정보가 다양해지고, 공정비용과 무게가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 카메라의 물체 인지 및 움직임 감지 능력을 확인했다. 물체 인지 능력 측면에서 새로운 카메라(신뢰 점수 0.76)는 기존 카메라 시스템(신뢰 점수 0.39)보다 약 2배 높은 신뢰 점수를 나타냈다. 움직임의 변화율도 기존 카메라 시스템 대비 3.6배 증가하여 더욱 민감하게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새의 눈은 높은 곳에서 비행하는 과정에서도 멀리 있는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기 유리한 구조로 진화했다”라며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카메라는 물체 감지 능력이 필요한 무인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 응용할 수 있으며 특히 새와 유사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드론에서 장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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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5-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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