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주 1회씩 한 달에 4번 주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주사 없이도 기적의 비만치료제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연구를 통해 장기에 약물을 직접 분사하는 캡슐 형태의 알약을 새롭게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오징어가 추진력 내는 방식을 모방
주사의 역사는 꽤 길다. 대형 포유류에서 약물 투여를 위해 최초로 주사 바늘을 사용한 것은 1656년으로 개에게 알코올과 아편을 정맥 주사했다. 그 이후 주사는 인슐린, 백신, 항체 등 거대 분자를 포함해 치료제 투여의 주요 수단이 됐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날카로운 바늘이 공포감을 주기도 하고, 의료 현장에서도 관리 및 폐기에 비용이 든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은 모두 크기가 커서 주사로만 투여할 수 있다. 소화관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먹는 양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반니 트라베르소 MIT 교수팀은 오랫동안 주사 투여하는 거대 분자 약물을 경구 투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 분해를 막을 작은 캡슐에 약물을 담고, 소화관 내벽에 도착하여 약물을 방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에도 유사한 시스템이 개발된 적 있다. 하지만 미세바늘을 이용해 캡슐을 터뜨리는 식으로 작동해 소화관 손상 위험이 있었다.
연구진은 오징어와 문어 등 두족류에서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할 영감을 얻었다. 오징어는 머리를 둘러싼 막 안에 물을 담았다가, 분출하며 추진력을 얻는다. 이 구조를 모방하기 위해 우선 연구진은 캡슐 밖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데 필요한 압력을 계산했다. 이후 밀어내는 힘을 만들기 위해 캡슐 내 압축한 이산화탄소나 단단히 감긴 스프링을 넣었다.
이어 연구진은 돼지, 개 등 대형 동물에서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의 효능을 평가했다. 캡슐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과 짧은 간섭 RNA(si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담고 동물에게 섭취시켰다. 두 약물은 모두 위장 조직에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또한 주사기로 주입한 경우와 알약으로 섭취 했을 때의 혈류 내 약물의 농도가 유사했다. 또한, 약물 방출로 인한 조직 손상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래햄 아릭 노보 노디스크 연구원은 “조직과 긴밀하게 접촉해야 하는 바늘과 달리, 새로 개발한 약물 전달 시스템은 멀리서도 대부분의 복용량을 전달할 수 있다”며 “인체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슐린, 항체 등 일반적으로 주사해야 하는 약물의 전달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바늘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를 가진 환자들의 치료를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용 후 바늘을 폐기할 필요도 없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향후 플랫폼의 전반적 크기를 소형화하고 신체 전신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소형화가 가능해지면 내부에 필요한 활성 제약 성분의 질량이 줄고, 결과적으로 상품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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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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