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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4-06-26

스티커처럼 떼어내 옮겨 붙이니 ‘전사’가 뚝딱 고성능 전자기기의 화룡점정, 전사 과정 더 간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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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은 고성능 전자소자 제작의 ‘전사’ 공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새로운 전사 기술을 제시했다.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인 동시에 소자 손상도 최소화하여 성능 개선에도 유리하다. ©Nature Materials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구부러지는 전자기기가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다. 고성능 전자기기는 일반적으로 고온 환경에서 제작된다. 고온 환경을 버티기 위해 단단한 기판 위에서 소자를 제작한 뒤 구부러지거나, 늘어나는 새로운 기판으로 옮긴다. 프라이팬에서 재료를 달구거나 튀긴 뒤 예쁜 그릇에 플레이팅 해야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리의 화룡점정이 플레이팅이라면, 전자기기의 화룡점정은 ‘전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사 과정이 소자 제작 못지않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간단하고, 저렴하게 소자를 전사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성능 전자기기 제작의 한계

고성능 소자는 주로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딱딱한 기판에서 제작된다. 유연 전자기기를 만들려면 딱딱한 기판 위의 소자를 분리해 유연한 기판으로 옮기는 전사 공정이 필수다.

소자의 제작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는 전사 과정에서 모체 기판으로부터 고품질 박막을 분리하는 단계다. 기존 전사 공정은 기판과 소자 사이에 존재하는 층(희생층)을 습식 화학물질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매우 반응성이 강하고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업자나 환경에 좋지 않고, 소자 손상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 연구진은 기존 전사 기술의 단점을 해결하고 도장으로 찍은 후 떼어내면 간단하게 전사를 마칠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을 제시했다. ©Nature Materials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에서 소자를 떼어내거나 레이저‧열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고가의 장비나 별도의 후처리가 필요하고 특정 환경에서만 적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광범위한 응용에 한계가 있어 실용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도장으로 찍어 간단히 떼어낸다

김대형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기존 공정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고, 그 연구결과를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발표했다.

우선 연구진은 응력이 서로 다른 박막을 두 층으로 쌓아 올린 기판을 제작했다. 응력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졌을 때 변형된 물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힘을 의미한다. 하층 박막은 적당한 수준의 응력을 갖게 하고, 상층은 강한 응력을 가지도록 하면 응력 구배가 극대화된다. 기판과 닿아있는 박막의 바닥면으로부터 박막 표면까지 응력이 동일하지 않고 점차 증가한다는 뜻이다.

▲ 연구진이 제시한 무손상 건식 전사 프린팅 기술. 서로 다른 응력을 가진 기판을 쌓아 올린 2층짜리 기판을 제작한 뒤 힘을 줘 구부리면 기판과 소자가 쉽게 분리된다. 이후 스탬프(PDMS stamp)를 이용해 제작한 소자를 떼어내면 간단히 기판과 소자를 분리할 수 있다. ©Nature Materials

연구진은 이렇게 제작한 기판을 구부려 박막의 변형 에너지 방출률을 최대화했다. 변형 에너지 방출률이 소자와 기판 사이의 계면 강도를 초과하면 박리가 쉽게 일어난다. 이 기판 위에 소자를 제작한 뒤 스탬프(도장)를 찍고, 기판을 구부리며 스탬프를 들어 올리면 소자가 기판으로부터 간단히 분리된다.

기존 전사 공정과 달리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소자 손상이 적고, 후처리도 필요 없어 전사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규모의 작은 패턴부터 대면적까지 모두 전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3차원 소자 제작도 가능

▲ 스탬프를 이용해 박막을 기판에서 분리한 후 접착층에 옮기면 3차원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접착층의 패턴에 따라 다양한 3차원 구조물로 변형할 수 있어 2차원 형태뿐만 아니라 3차원 형태의 다기능성 소자 제조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IBS

이어 연구진은 새롭게 제시한 ‘무손상 건식 전사 기술’을 3차원 소자 제작에도 응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떼어낸 소자를 옮겨 붙일 기판의 접착층 패턴에 따라 3차원 구조로 바뀔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 소자의 구조, 해상도 및 안정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입체 구조를 갖는 다양한 소자를 제조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전사 기술은 연성 전자, 광전자, 바이오 전자 및 에너지 소자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 적용된다”며 “무손상 건식 전사 기술은 새로운 고성능 전자 소자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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