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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05-16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비밀은 ‘선크림’ 지구의 북·남극 바뀐 극한 변화에도 황토로 자외선 차단하며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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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사피엔스가 극한 기후 변화에도 생존한 비결은 황토를 자외선 차단제처럼 사용한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ChatGPT

▲ 호모 사피엔스가 극한 기후 변화에도 생존한 비결은 황토를 자외선 차단제처럼 사용한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ChatGPT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고인류와 달리 극한의 기후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비결이 밝혀졌다. 치명적인 태양 복사로부터 호모 사피엔스를 보호한 황토 선크림과 맞춤형 옷 덕분이었다. 미국 미시건대 연구진은 지구의 자기장 변화에 대응한 고인류의 생존 전략을 분석하고, 그 연구 결과를 4월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북극과 남극이 바꿨을 때, 비극이 벌어진다

지구는 자기장을 가진 커다란 자석이다. 자기장은 지구상 대부분 생명체가 삶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기장은 지구 밖 우주에서 날아오는 자외선 등 각종 방사성 입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 보호막이 사라지면 방사성 입자가 대기와 충돌하며 오존층이 파괴되고, 강력한 자외선이 지구로 곧바로 내리쬐어 지표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자기장이 생성되는 곳은 핵이다. 핵은 철과 니켈의 합금인데, 고온·고압으로 인해 녹아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핵이 지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피는 14%에 불과하지만, 질량으로 따지면 약 30%다. 외핵에서는 상하부 온도 차이로 인해 대류가 발생하는데, 이때 전하를 띤 입자들도 같이 이동하면서 자기장이 생겨난다.

▲ 지구 자기장은 흔들리기도, 아예 서로 극을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지자기 역전’은 지구의 역사 동안 약 180번이나 벌어졌다. ⒸNASA

▲ 지구 자기장은 흔들리기도, 아예 서로 극을 바꾸기도 한다. ⒸNASA

자기장이 항상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흔들리는가 하면, 아예 서로 극을 바꾸기도 한다. 북극이 남극이 되고, 남극이 북극이 된다는 의미로, 이를 ‘지자기 역전’이라고 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지자기 역전은 약 4만 1,000년 전쯤 발생한 ‘라샹 사건(Laschamps Event)’이다. 

202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지구의 북극과 남극은 잠시 바뀌었다. 연구진은 뉴질랜드의 한 늪에 반쯤 화석 상태로 보존된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해, 라샹 사건의 시기를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의 자기장이 약해지면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의 질소와 직접 충돌하여 탄소-14 동위원소의 양을 늘리고, 나무의 나이테에도 반영된다.

▲ 뉴질랜드 늪에 보존된 나무의 나이테에서 탄소-14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라샹 사건의 시기를 더 정확히 특정할 수 있었다. ⒸScience

▲ 뉴질랜드 늪에 보존된 나무의 나이테에서 탄소-14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라샹 사건의 시기를 더 정확히 특정할 수 있었다. ⒸScience

연구진은 지자기 역전이 약 4만 2,000년 전에 시작돼 500년에 걸쳐 자극이 역전되는 과정을 거쳐 약 500년간 역전된 상태를 유지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 뒤 다시 250년에 걸쳐 원래 위치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자기장이 역전됐을 때는 자기장이 현재의 28% 수준으로 약해지고, 역전되는 도중에는 자기장이 아예 없거나 6%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하전 입자들이 지구 대기에 부딪히며 극지에서만 생성되는 오로라가 거의 전 지구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앨런 쿠퍼 남호주박물관 박사는 “라샹 사건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나 갑작스러운 동굴벽화의 증가 등 진화상의 미스터리를 설명해준다”며 “인류 조상은 자외선 수치가 오르고, 뇌우가 늘어나는 등 극한 기후 변화에 따라 동굴 피신처를 더 자주 찾았을 것이다. 이는 이 시점부터 동굴 예술이 등장하게 된 점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실패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성공한 일

라샹 사건 전 지구에는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했다. 같은 극한 사건을 겪었음에도 왜 두 종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을까. 미국 미시건대 연구진은 그 이유를 호모 사피엔스의 자외선 차단제 사용, 맞춤형 옷 제작, 동굴 이용 등과 연결 지었다.

연구진은 라샹 사건 당시 지구의 자기장을 재구성하는 모델, 지구 주변 우주의 플라즈마 환경을 모사하는 모델, 그리고 라샹 사건 시기 지구 오로라의 모습을 예측하는 모델을 결합해 우주 날씨를 시뮬레이션하는 새로운 분석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비결을 도출했다.

▲ 라샹 기간 시대에 걸쳐 재구성한 자기권 구성. ⒸScience Advances

▲ 라샹 기간 시대에 걸쳐 재구성한 자기권 구성. ⒸScience Advances

첫 번째 생존 비결은 바로 옷차림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몸에 딱 맞는 옷을 생산하는 기술을 익혔다. 맞춤복은 따뜻한 것은 물론, 음식을 찾아 난로와 거처에서부터 더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이점은 맞춤옷이 강력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레이븐 가비 미국 미시건대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차이점이 있어 운명이 갈렸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인류학 분야의 중요한 과제였다”며 “맞춤형 의복은 태양 복사선이 야기하는 눈 질환과 유아 사망률을 높이는 엽산 고갈 등으로부터 호모 사피엔스를 보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연구진은 호모 사피엔스가 황토의 사용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황토는 여러 종의 호미닌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질이다. 그들은 황토를 사용해 물건을 칠하고, 동굴 벽을 꾸미고, 몸을 장식하기도 했다. 황토는 꽤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제다. 해부학적 증거에서 라샹 시간 현생인류에서 황토의 성분을 발견했다는 것은 당시 인류가 자외선 차단 목적으로 황토를 이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라샹 기간 오로라 영역의 변화. ⒸScience Advances

▲ 라샹 기간 오로라 영역의 변화. ⒸScience Advances

이 연구는 향후 우주 탐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력한 자기장 없이는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정설을 깨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아그닛 무코파디아이 미국 미시건대 교수는 “과거의 기후 변화가 당시의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조사하는 것은 미래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류에게 생길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이는 오늘날의 대기와는 매우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지구 외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연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5-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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