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오늘날 대형 포유동물들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요람이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최근 5만년 전만 해도 지구의 모든 대륙에는 오늘날의 아프리카에 필적할 만한 매우 다양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에는 털북숭이 매머드와 검치 호랑이 같은 빙하시대 상징동물이 서식했고, 호주의 오지에는 자이언트 캥거루와 2.7톤이나 나가는 웜뱃이 있었다.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숲 도처에는 고릴라 크기 만한 여우원숭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모든 동물들은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곳곳에 퍼져나간 지난 5만년 동안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아프리카 대형초식동물의 멸종은 고대 인류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설명하는 비디오의 한 장면. CREDIT: Lisa Potter / University of Utah
초기 인류족이 멸종 범인아니다?
그런데 대형 포유동물들이 가장 많이 서식한다는 오늘날의 아프리카조차 2.7톤이 넘는 대형 초식동물은 다섯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50년 동안 전문가들은 이를 설명하면서 공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의 고대 인류족의 영향을 지적했다. 즉 인류 조상들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훨씬 긴, 거의 700만년 동안 아프리카에 존재해 왔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도 더 일찍 아프리카에서의 멸종을 유발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지난 수백만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대형 포유동물들이 사라지게 된 것은 도구를 사용하는 초기 인류 조상들의 탓’이라는 오랜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나왔다.
이들 연구팀은 대신 장기적인 환경 변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에 의해 초원이 확장하며 멸종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관련 동영상
장기적인 환경 변화로 초원 확장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3일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미국 유타대 인류학과 조교수이자 자연사 박물과 고고학 큐레이터인 타일러 페이스(Tyler Faith) 박사, 매서추세츠 애머스트대 존 로원(John Rowan) 박사, 시카고대 앤드류 두(Andrew Du),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 폴 코흐(Paul Koch) 박사가 참여했다.
페이스 교수는 “초기 인류족(hominin)이 고대 아프리카 동물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수십년 동안 제기돼 왔으나 실제로 이 시나리오를 시험하거나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대형 포유류 동물군에 끼친 인위적 충격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한 단계로서, 초기 인류 조상들에 대해 오랫동안 견지돼 왔던 견해에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대 인류족이 멸종에 끼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7톤 이상 나가는 아주 큰 초식동물종(megaherbivores)에 초점을 맞춰 동아프리카에서의 700만년 동안의 초식동물 멸종 기록을 정리했다.
460만년 전부터 장기적 쇠퇴 지속돼
오늘날에는 코끼리나 코뿔소 등 단지 다섯 종류의 대형 초식동물이 남아있으나 과거에는 종류가 훨씬 풍부했었다. 예를 들어 300만년 전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라펜시스)는 에티오피아의 하다르에서 기린 세 마리와 코뿔소 두 마리, 하마 한 마리, 코끼리 네 마리와 초원지대를 공유했었다.
이 종들이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고고학자와 고생물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다만 도구를 사용하고 육식을 하는 인류족의 진화가 그 원인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금까지의 주류 의견이었다.
페이스 교수는 “우리 분석에 따르면 대형 초식동물의 다양성 쇠퇴는 460만년 전부터 꾸준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돼 왔다”고 지적하고, “이 멸종 과정은 인류 조상들이 도구를 만들거나 혹은 동물을 도살한 가장 초기의 명백한 증거가 나오기 전, 그리고 호모 에렉투스처럼 실제로 이 동물들을 사냥할 수 있는 인류종이 출현하기 100만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00만 년 동안 아프리카 대형초식동물의 다양성(회색) 감소는 고대 인류족의 영향이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와 그에 따른 초원의 확장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460만년 전 시작된 대형초식동물의 쇠퇴(적색 점선과 그림자)는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초기 인류족 출현 이전에 발생했다. CREDIT: John Rowan
100개 이상의 화석집합체로 장기변화 계량화
페이스 교수팀은 지난 700만년 동안에 걸쳐 있는 100개 이상의 화석집합 데이터세트를 사용해 동아프리카 대형 초식동물의 장기적인 변화를 계량화했다.
연구팀은 또한 기후와 환경 동향 및 그 영향에 대한 독립적 기록들을 조사했다. 특히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식생 구조의 안정 탄소 동위원소 기록 그리고 초식동물 화석의 이빨에 대한 안정 탄소 동위원소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700만년 동안에 상당한 대형 초식동물 멸종이 발생해 28개 계통이 사라짐으로써 오늘날 큰 동물이 없는 생태공동체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고대 대형 초식동물계에는 오늘날 아프리카 전체에 서식하는 대형 초식동물들보다 훨씬 다양한 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좀더 자세한 분석에 따르면 대형 초식동물의 쇠퇴는 약 460만년 전부터 시작됐고, 이는 호모 에렉투스의 출현보다 기후가 더 큰 원인이다.
초원 발달로 나무에서 먹이 구한 거대초식동물 사라져
존 로원 박사후 연구원은 “500만년 전에서 1만2000년 전인 플라이오-플레이스토신(Plio-Pleistocene) 시기 대형 초식동물 쇠퇴의 핵심 열쇠는 기후 변화다. 지난 500만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세계적으로 감소하면서 초원이 확장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나무보다는 열대 초본이 자라는데 더 유리하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무는 적어지고 풀 많은 개활지가 열리게 되었다”며, “멸종된 대형 초식동물들은 나무에서 먹이를 얻기 때문에 식량의 원천이 줄어들면서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대 초식동물이 줄어들면서 고대 인류족에 기인했다고 여겨지는 다른 멸종도 설명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점증하는 육식 인류족 사이의 경쟁이 최근 수백만 년 동안 수많은 육식동물 멸종을 초래했다고 추정한다.
페이스 교수팀은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폴 코흐 박사는 “현재 아프리카 육식동물의 멸종 위기도 심각한데, 이 육식동물들 가운데 일부는 검치 호랑이처럼 매우 큰 먹이, 예를 들면 어린 코끼리 같은 특정한 먹이를 선호할 수도 있다”며, “이런 육식동물들은 먹이인 대형초식동물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 교수는 “대형 초식동물의 쇠퇴를 가져온 가능한 모든 촉발자들을 살펴보고 분석한 결과 기후와 환경 변화가 아프리카의 과거 멸종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물론 인류가 고대 아프리카 생태계에 미친 영향도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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