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더 이상 정보 인프라 기관으로 머물지 않겠다”

[과총 과학과기술 인터뷰대담]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글 : 류준영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 차장(과학과기술 편집위원)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흐름에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3월, 김재 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선임된 뒤 기류가 확 달라졌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세웠다. 시대와의 호흡을 전제로 깔았다. 처음 내놓은 전략이 실하다. 과감한 투자는 AI·빅데이터 리더십 주도 의지를 대변한다. ‘21세기 원유’라 불리는 데이터를 KISTI의 미래로 규정한다. KISTI의 새 출발로도 비쳐진다. 전략은 확장이다. 그리고 연대다. 늙어가는 과학이 아니라 젊어지는 과학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그러려면 스스로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재수 원장은 「과학과기술」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객과 사회의 요구에 즉각 대응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체질 전환을 이뤄야 한다. 우리부터 연구개발과 행정 등 모든 분야에 ‘애자일(Agile) 전략’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애자일 전략은 ‘민첩하고 다양한 시도’에 중점을 둬 한 개의 큰 프로젝트를 정교하게 끌고 가는 것보다는 10개의 프 로젝트를 일단 시작하고, 그중 1개를 성공시키는 접근법이다. 왠지 낯설다. 국책 연구소의 관행 혹은 습관을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저 쓴소리를 내뱉는 수준과는 다르다. 타 연구기관이 곱씹어 볼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 1962년 출범한 KISTI는 슈퍼컴퓨팅, 데 이터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산·학·연 연구자를 위한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의 기술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전문 데이터 연구 기관이다. 데이터가 업무의 시작이자 끝이다. KISTI는 2001년 산업기술정보원(KINITI)과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가 통합돼 통산 59주년을 맞았다. 내년은 창립 60주년, 김 원장은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는 KISTI’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데이 터 활용에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 원장은 “국가적으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과학기술 융합 연구 활성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충, 국민 삶의 질 개선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 구축 기관이란 역할과 책임(R&R)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겠다는 게 아니다. 물론 ‘KISTI가 왜?’라며 물음표를 던지는 이도 있다. 답은 간단하다. ‘밑질 게 없으니까’. 당장은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만 보인다. 그러면 가는 거다.

KISTI는 앞으로 연구사업 전반에 데이터와 AI를 융합해 디지털 혁신을 통해 국가·사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KISTI가 보유한 과학기술 데이터, 슈퍼 컴퓨팅, 지능형 정보 분석 인프라를 디지털 뉴딜 등의 국가·사회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연계하기로 했다. 데이터 기업 육성에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다리지 않고 발로 뛴다. 옛 경영 문법이 그렇게 허물어진다. 김 원장은 중소기업 기술 사업화 지원 창구인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를 ‘DX(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ASTI’ 체계로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간 정부R&D 예산 30조 원 시대로 들어섰다. 국민은 국책 연구소가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할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김 원장의 지난 7~8개월 짧은 궤적만 보더라도 소통과 공감이 전면에 내세워진다. 내년 김재수표 프로세스 2단계는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김 원장은 “선도적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 최고 책임 기관(Chief Data Officer)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조직 재편 추진… ‘페이퍼리스’식의 단순한 변화 아냐

Q. 올 한 해를 돌아본다면.

A. 제게도, 기관에도 뜻깊은 한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환갑이고, KISTI는 59주년으로 60주년을 앞둔 한해였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여서 변화의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기관의 방향성, 연구 과제, 조직 등을 새로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형태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효율적인 조직과 연구 과제를 정리하는 데 전반기 6개월을 보냈습니다. 여태껏 해오던 과제를 잘 마무리하면서 새롭게 변화된 방향에 대한 준비에 더 집중했습니다.

Q.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재편 방식은.

A. 예전 페이퍼리스(Paperless)식의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디지털 ‘변화’라고 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이라고 말합니다. 전환은 뒤로 갈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강과 다리에 비유하자면, 강을 건너지 않고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 기존 페이퍼리스와 같은 정보화 수준일 겁니다. 디지털 전환은 직접 다리를 건너 내가 변화하는 겁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도를 새롭게 디지털 전환에 맞춰 바꿔야 합니다. 그런 후 디지털화하거나 신기술을 적용해 나가는 겁니다. 그래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KISTI가 외부에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려면 우리부터 디지털 전환을 먼저 이뤄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연구자나 기업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각종 불필요한 제도, 신속한 대응을 막는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에자일 방식을 씁니다. 에자일 방식은 현장의 직원들이 빠르게 의사를 결정하고 과감히 시도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직원이 기획을 주도하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운영 방식입니다. 행정과 기획, 정책, 연구 전 분야에 에자일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을 우리 스스로 빠르게 이뤄내겠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는 소통도 빨라야 하고, 실질적인 대응도 빨라야 합니다. 옛 방식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자원을 모으고 실행하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이미 닥친 상황이 지나버리기 일쑤입니다.

기업 지원의 경우, 정보나 분석 데이터 지원, 기획·기술 자문 등을 하고 있는 데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 등을 통해 하려고 합니다. 일명 DX-ASTI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죠. DX 전략 추진을 통해 지역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KISTI는 지난 16년간 국내 최대 산·학·연 네트워크인 전국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와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 5개 지역 조직을 활용해 권역별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전국 회장단만 모여도 100여 곳이 넘습니다.

Q. 기업 지원의 방식은.

A. 우선 ASTI의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데이터 기반 산·학·연 협력을 추진하겠습니다. 또 지방자치 확대와 지방 분권 흐름에 발맞춘 지역 조직 역할 강화를 위해 관리 부서인 지역융합혁신단을 폐지하고, 사업 추진 중심을 본부에서 지역 조직으로 이동시켜 지역 중소기업의 R&D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해 지역 밀착 협업 생태계 마련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DX-ASTI는 워낙 광범위한 데다 모든 분야의 기업이 포진돼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1만 2,000개 기업을 다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별로 DX를 추진할 기업을 선정해서 데이터 흐름 중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프로세서를 재정립해 주려고 합니다. 물론 우리가 모두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동화 기기 개발, 사물 인터넷(IoT) 센서 개발·관리 등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저희 역할은 데이터 흐름 중심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서를 개편해주는 컨설팅을 하고 거기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해 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전통적인 제조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 체질 변화가 이뤄질 겁니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자기들의 영업망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팔아 왔다면, 앞으로는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해외로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유통이란 새로운 영역이 생기는 것이죠. 인력도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특히 약한데, 디지털 전환에 대한 판도 짜고, 프로세서를 개선하고, 컨설팅도 했는데, 막상 실행 단계에서 막힙니다. 실행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데이터교육 센터를 통해 기업에 계신 분들에게 디지털 전환 재교육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Q. 기업이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A. 패밀리 기업으로 지정을 받으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패밀리 기업을 매년 다시 선정하고 있습니다. 패밀리 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그 기업에 맞춤형 요구 사항을 아예 소규모 프로젝트화해서 지원합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패밀리 기업 중 Z사의 경우 지난달부터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기술 인증이 어렵고 레퍼런스(판매 실적)도 없었기 때문에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무엇보다 대기업이 이미 시장을 포진한 상태였습니다. 시장은 매우 보수적이었던 탓에 새로운 중소·중견 기업이 파고 들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현재 해외 진출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인천시와 3년간의 재난·안전 과제로 혁혁한 성과… KISTI 역할·기능 ‘플러스 알파’

Q. 위드 코로나,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KISTI의 역할과 기능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A. 우리가 하는 일에 몸통,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영역이 있다면, 기업 지원은 백엔드 쪽의 일입니다. 프론트엔드는 과학기술 정보, 국가R&D 정보 등 관련 인프라를 갖춰놓고 연구자나 학생, 기업이 쓸만한 과학기술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인프라를 가지고 국가 현안, 사회적 문제를 적극 해결해나갈 계획입니다. 더는 인프라 제공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기관의 특색이 없어집니다. 성과를 내놓으라면 어렵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닦았는데, ‘성과가 뭡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참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인프라 서비스와 함께 우리도 나머지 여력은 국가 현안과 사회적 기여에 쓰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KISTI가 인천시와 함께 지난 3년간 재난·안전 분야 과제를 추진해온 실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천시가 구축한 지역 현실 데이터에 KISTI의 AI·슈퍼 컴퓨팅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결집해 ‘데이터 기반 국민 생활 안전 문제 해결 솔루션’ 4종을 개발했습니다. 먼저 ‘침수 예측 솔루션’은 침수 발생 3시간 전 침수 위험, 발생 지역, 범위 및 발생 원인을 예측·분석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천시는 이를 바탕으로 인명 대피, 교통 통제, 차량 이동 등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미세먼지 모니터링’도 지원합니다. 대기질 IoT 센서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청소차 운행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인 미세먼지 저감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예정입니다. 대중 교통 분야는 버스 노선을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적용해 이용자 편의성, 경제성 평가지표값 시뮬레이션, 최적 노선 대안 도출 등 기능을 제공합니다. ‘지진 피해 분석 솔루션’은 지진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산정하고, 이에 따른 건물 손상도와 건물 피해액, 인명 피해를 예측·제공하는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울주군과 작물 빅데이터 데이터센터 구축… 농업 미래 일구는 ‘데이터 팜’ 사업 가동

Q. KISTI 건물 옥상에 스마트 팜을 직접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A. 울주군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작물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섭니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데이터 팜’ 사업을 본격화하게 됩니다. 데이터 팜은 작황·기상 등 농업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파종과 수확, 농약 살포 등과 관련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스마트 농업 운영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입니다. 또 IoT 기반 스마트 팜 시스템을 개발한 애그리 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굿팜즈’와 함께 버섯 농사와 관련된 챗봇 개발을 할 예정입니다.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빅데이터·AI를 기반한 ‘데이터 팜’ 연구에 착수했으며, 내년부터 본격 추진합니다.

현재 보급 중인 1세대 스마트 팜은 모바일 앱을 연동해 물을 주고 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하드웨어 개념이라면, 2세대 스마트 팜은 지능화된 농업 플랫폼입니다. 빅데이터와 AI를 필요로 합니다. KISTI의 목표는 데이터 팜에 맞춰져 있습니다. 농업기술을 아예 몰라도 누구나 농작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광대한 농지의 옥수수, 쌀, 밀 등의 경작을 자동화·최적화하기 위한 기상 데이터와 작황 모니터링 및 예측 등의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소리 데이터 연구 시작… 메타버스 활용한 ‘VR돔’도 내년 구축

Q. 지난 11월 1일엔 소리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소리기술 지식연구회’를 발족했는데.

A. 이번 연구회 설립도 DX-ASTI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소리 데이터는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던 분야입니다. 소리를 통해 사물이 서로 잇닿아 있는 관계, 즉 콘텍스트(context)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미 소리를 찍는 카메라를 대전에 소재한 한 기업이 개발했습니다. 모든 재난·안전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영상 데이터는 대용량인 데다 처리하는 데도 매우 복잡한 과정을 겪습니다. 데이터를 100% 검증하기 어렵고 정확도도 떨어집니다. 반면 소리는 잘만 학습하면 100% 정확합니다. 플랜트가 많은 한국전력공사나 에너지 분야 생산 현장에선 하자·보수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LNG 시설의 가스 누설을 이젠 소리를 찍어 확인합니다. 파이프를 찍었는데 빨간 점이 생기면 거기서 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소리를 찍는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에서는 실제로 가스 검출 실험을 통해 유용함을 증명했습니다. 요즘 벤츠는 엔진 소리만 들어도 고장을 예지합니다. A라는 차의 시동 켰을 때, 그 음만 들어도 2~3개월 후면 어떤 부품 장치가 고장날 거라고 예상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는 얘기입니다. 소리 데이터는 독거 노인들의 안전을 책임질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집과 옷, 신체 부위 등에 센서를 달면 심장 박동 등의 생체 정보, 넘어졌을 경우 우당탕하는 소리 등을 잡아내 현재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겁니다. 다쳤거나 위독하다고 판단될 경우, 친인척 관계에 있는 분들에게 문자메시지가 가고, 동시에 119 구조대에 도움 요청이 가는 식입니다.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Q. 슈퍼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요즘 뜨고 있는 메타버스에 관심이 클 것 같은데.

A. 이미 오래전부터 R&D 분야에 가상 현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과학적 실험을 보여주거나 증명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슈퍼컴퓨터를 돌려 수학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대중에게 자세하게 얘기를 못 합니다. 이를테면 슈퍼컴퓨터에서 블랙홀 충돌 실험을 시뮬레이션 돌렸는데 이를 보여주고 싶다면, 몇천만 분의 1초를 하나하나 쪼개서 블랙홀이 충돌하는 모습을 가상의 공간에서 형상화하는 겁니다. 무턱대고 그리는 게 아니라 슈퍼컴퓨터에서 연산한 것을 가시화 서버에 보내 알고리즘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작년 ‘VR돔’을 기획해서 가상현실(VR) 과제를 시작했습니다. KISTI 대전 본관 2~3층을 개조해 VR돔 구축에 착수했습니다. 메타버스의 기본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입니다. VR돔은 간단히 말해 전 세계 과학자가 상시 만날 수 있는 사이버 연구실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속 물리학자와 우리 직원이 VR돔에 어떤 형상을 띄워놓고 고에너지 물리학에 대해 비대면 실시간 형태로 학술적 토론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러면 대학·출연연·기업연구소 간 융합 R&D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KISTI는 KAIST 등과 함께 ‘언택트 실감형 오픈 XR 플랫폼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 (NST 지원)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충남, 충북, 세종, 대전 등 충청권에 특화된 R&D 기획도 바로 AI와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대전시가 관련해서 큰 규모의 R&D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 60주년에 VR돔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시연해 보고 싶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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