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담배를 끊어보자고 결심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는 것은 그만큼 담배 중독이 무섭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담배는 습관이 아니라 고치기 어려운 ‘질병’인 만큼 진료비가 지원되는 병원이나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서홍관 사단법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새해 들어 금연 결심을 굳혔다면 먼저 금연클리닉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 몸이 담배에 든 니코틴 성분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 담배를 피우면 뇌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가 증가하며, 그럴수록 필요로 하는 니코틴 양도 더욱 늘어나게 된다.
“담배에 중독되면 흡연량을 계속 늘려야만 우리 몸이 쾌락을 느끼고 안정을 찾게 됩니다. 늘어난니코틴 수용체 수가 다시 줄어들려면 3~6개월이 걸려요. 이 기간을 혼자 힘으로 버티는 사람은 약 3%에 불과합니다. 이때 약이나 심리 상담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성공률을 2-3배 높일 수 있습니다.”
“담뱃값 인상은 특히 청소년 흡연 예방에 효과적”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1988년 3월 당시 김일순 연세대교수가 중심이 돼 ‘금세기 안에 담배를 우리나라에서 완전 추방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고 간접흡연 역시 적잖은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일반에게 상식화된 것은 금연운동협의회의 활동과 노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22년간 협의회를 이끌어온 김일순 회장의 뒤를 이어 2010년 제2대 회장으로 선출된 서홍관 회장은 금연운동을 더욱 구체화하면서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담뱃값 인상. 담뱃값 인상은 협의회의 ‘숙원사업’이었다.
“2005년 담뱃값이 500원 오른 이래 10년 동안 전혀 오르지를 않았어요. 담뱃값 인상은 첫 번째로 청소년 흡연 예방 효과가 가장 크고, 성인들도 끊어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담배 세에서 얻는 수익을 금연사업에 활용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해 초 흡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담뱃값이 제품에 따라 최대 80%, 평균 두 배에 가깝게 인상되었다. 담뱃갑 인상으로 흡연율이 많이 떨어졌다가 일부가 금연에 실패하면서 다시 담배판매량이 늘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담뱃값을 올리는 가격정책과 함께 담뱃갑의 경고그림 도입이나 광고 금지와 같은 비가격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 비가격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한 해 동안 팔린 담배판매량은 43억갑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2015년 한 해 동안에는 33억갑이 팔려 약 10억갑이 줄었습니다. 어떤 금연정책으로도 10억갑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볼 때 담뱃값 인상은 매우 효과적인 금연정책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금연치료 지원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합니다. 금연치료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의료기관에 금연 상담료를 지원하는 체제인데, 의료기관들이 별도 ‘금연치료관리시스템’에 신청자의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꺼리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담뱃갑에 확실한 경고 그림 넣어야”
2015년은 금연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은 한 해였다. 담배세 인상에 따라 정부 전체의 금연 관련 예산이 14배나 늘었다. 협의회가 담뱃값 인상 못지 않은 ‘중요사항’으로 추진해 온 담뱃갑에 경고그림 넣는 일도 지난해 확정이 됐다. 일반음식점을 포함해 호프집, 제과점, 커피숍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빨지 않으면 저절로 꺼지는 화재 예방 담배도 협의회의 노력 등으로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다.
서회장은 올해 중점을 두어 추진할 일로 담배 소매점에서의 담배광고 문제와 제주도에서의 면세 담배 판매금지를 꼽았다. 편의점 같은 소매점에서 담배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고, 반대로 담뱃갑에는 ‘혐오감 때문에 담배 생각이 안 날 만큼 끔찍한’ 그림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 12월부터 도입되는 담뱃갑 경고그림 단서조항에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는 그림은 제외한다는 조항이 들어있어요. 국회의원들이 금연운동을 방해하는 법을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전세계 77개국에서는 이미 그런 그림들을 다 집어넣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런 잘못된 단서조항에 구애 받지 않고 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경고그림을 도입하도록 촉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내국인에게 파는 면세 담배 판매량이 엄청 많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면세담배 판매 금지를 제주 상권에서 반대한다고 난색을 표하는데 국민건강을 위해 당연히 금지해야 합니다.”
“흡연은 소득에 따른 건강 불평등 초래”
우리나라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35%로 OECD 국가 중 3위 내외로서 높은 편이다. 여성들의 흡연율은 통계상 OECD 국가의 평균보다 낮다고 하나 실제 흡연율은 두 배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흡연은 남성보다 건강상 위험성이 더 높습니다. 여성 흡연자는 기형아, 저체중아 출산율이 높고, 자궁 외 임신 가능성도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0대 여성의 흡연율이 여성 평균 흡연율의 두 배에 달해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암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저소득 근로여성과 그 중에서도 텔레마케터 등 감정 노동을 하는 이들의 흡연율이 매우 높은 편인데 시간적 이유 등으로 금연 상담 등을 꺼리는 측면이 있어 이들을 어떻게 돕느냐가 하나의 과제입니다.”
청소년 흡연도 문제다. 10대에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20대에 시작한 것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15세 정도에 흡연을 시작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5배나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담배를 한번 피기 시작하면 끊기가 힘들고 청소년 흡연자들은 금방 중독이 됩니다. 청소년기에 한번 흡연을 시작하면 그 시기에 금연할 확률은 1%도 안될 겁니다. 따라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예방책은 담뱃값 인상과 담뱃갑에 경고 그림 넣는 것 그리고 편의점 등 담배 소매점에서의 담배 광고 금지 같은 금연환경의 조성입니다. 또 편의점에서 담배 팔 때 청소년들에게는 주민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 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담배가 끼치는 사회적 해악의 하나는 소득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점차 커진다는 점이다. 서회장은 “저소득층은 정보나 시간이 부족하여 금연 지원혜택을 받지 못하고, 특별히 즐거운 소일거리가 없어 담배에 의존해 사는 게 현실”이라며,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담배 세수를 활용해 저소득층 흡연자에 대한 방문서비스 등을 통해 금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전자담배를 파는 점포들이 눈에 자주 띈다. 니코틴을 액상화해서 태우는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을 줄까.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생각하는 흡연자들이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으로 전자담배는 담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인터넷 등으로 전자담배를 무방비로 구입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합니다.”
“담배는 만들지도, 팔지도 말아야 합니다”
15년 간 금연운동을 해 오며 올해로 6년 째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유치원 때부터 체계적으로 금연교육을 실시해 근본적인 담배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연 교육을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청소년기의 담배 유혹을 쉽게 물리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시범사업으로 할 게 아니라 대규모 지원을 통해 모든 학교에서 체계적인 금연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5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서회장은 네 권의 시집을 냈고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개나리와 민들레’, ‘지금은 깊은 밤인가’ 등 두 편의 시가 실려 있는 중견시인이다. 금연운동 일만 해도 할 일이 많다 보니 막상 시작 활동은 저만치 접어두고 산다고 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담배는 만들지도, 팔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담배에는 60여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게 수익이 된다고 판다는 것은 이만저만 어불성설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담배가 모두 금지돼 박물관에서 후손들이 담배 피는 사람과 그 피해상황을 밀랍인형으로 볼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박물관에서 훗날 어린이들에게 ‘발암 물질인줄 알면서도 담배를 팔았고, 담배를 피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런 어리석은 일이 어떻게 해서 사라졌는지를 증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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