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은 다이어트와 상극으로 여겨져 왔다. 금연 후 살이 쪘다는 여러 후기와 연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핑계로 금연을 포기한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배를 끊지 않으면 체중 증가를 막을 수는 있지만, 복부 비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연하면 일시적으로 체중 증가하는 이유
금연이 일시적 체중 증가와 연결된 것은 사실이다. 우선 담배의 타르 성분은 신경절에 있는 수용체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체중 증가의 직접적인 이유도 찾아냈다. 연구진은 니코틴 중독을 조절하는 수용체인 ‘CHRNA2’가 에너지를 태우는 베이지색 지방의 대사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 몸에는 세 가지 종류의 지방이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색지방이다. 백색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착한 지방’으로도 불리는 갈색지방은 에너지를 태우는 역할이다. 즉, 지방 연소를 돕는 지방이다. 이와 함께 평소에는 백색지방과 유사하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갈색지방이 되는 것이 베이지색 지방이다.

미시건대 연구진은 쥐와 사람의 세포에서 니코틴을 주입한 뒤 변화를 살피는 실험을 진행했다. 니코틴이 인식되면 수용체인 ‘CHRNA2’가 베이지색 지방이 에너지를 태우는 열 발생 과정을 일으켰다. 즉, 니코틴 성분이 발열 작용을 일으키고 몸에서 열이 나게 해주기 때문에 열량 소모가 발생해 살이 덜 찌게 된다. 반대로 금연하면 추가 열량 소비가 없어져 상대적으로 살이 찐다.
흡연 = 바나나 우유 체형
하지만 흡연의 체중 감소 효과는 체중보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 소위 ‘눈바디’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득이 없다.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어딕션(Addiction)’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흡연은 복부 지방, 특히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장 지방을 증가시킨다.
덴마트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흡연과 복부 지방 증가 사이 인과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연구진은 한 번이라도 흡연을 해 본 사람 120만 명과 평생동안 흡연을 해 온 사람 45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흡연 습관과 체지방 분포와 관련 있는 유전자를 식별했다.

흡연과 복부 비만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기존 연구들은 ‘혼동’에 취약했다. 혼동이란 독립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연구진은 혼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전 정보도 인과 관계 규명에 함께 활용했다.
연구를 주도한 게르만 카르라스쿠일라 덴마크 코펜하겐대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도 흡연과 체지방 분포, 복부 비만 사이의 연관성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이 연관성이 인과관계인지 여부는 불확실했다”며 “유전 정보는 해당 변수를 줄이거나 제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진은 6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흡연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체중과 복부·내장 지방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자들의 허리-엉덩이둘레 비율(WHR)이 비흡연자에 비해 약 7% 정도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연구진은 복부 지방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지방 구획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연구한 끝에, 흡연 습관이 복부 지방 주위를 감싸는 내장 지방 증가와 더 강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르만 박사는 “흡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든, 평생 흡연을 해왔든지 간에 WHR 측정 결과는 흡연이 복부 지방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증가한 지방 유형이 피하지방이 아닌 복부 안에 깊숙하게 위치한 내방지방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내장 지방은 고혈압, 심장병, 당뇨, 치매 등 심각한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겉보기에 날씬한 배를 가졌더라도 그 속에는 건강에 해로운 양의 지방이 존재할 수 있다. 게르만 박사는 “흡연이라는 건강 위험을 줄이면, 동시에 내장 지방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간접적인 건강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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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4-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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