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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7-28

남성 육아휴가 늘려야 하는 이유 ‘직장-가정 갈등’ 남성도 여성 못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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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인식이나 많은 언론 보도와는 달리 남성과 여성들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 즉 일이 가족과의 유대를 방해하거나 혹은 가족 때문에 일이 지장을 받기 때문에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전세계에서 25만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난 30년 동안 실시된 350건 이상의 연구를 수년 간에 걸쳐 메타-분석한 것으로, 미국 심리학획(APA)가 발행하는 ‘응용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조지아대 심리학과 크리스틴 쇼클리(Kristen Shockley) 조교수는 “연구 결과가 놀랍다”며, “우리는 본질적으로 연구 대상자들이 보고하는 ‘직장-가정 사이 갈등’의 수준에 관한 한 여성과 남성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결과는 일반 대중의 인식과는 크게 상반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문제가 언론에 표출되는 방식이 우리 사고 방식의 틀을 만들어내고 주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이 이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자신들도 작지 않은 ‘직장-가정 간 갈등’을 겪으리라고 예상하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는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얘기를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도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남성들도 자녀 보육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생각하지만, 겉으로 대놓고 가정사를 말하지 않는다.  Credit: Pixabay
남성들도 자녀 보육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생각하지만, 직장에서 대놓고 가정사를 말하지 않는다. Credit: Pixabay

1차 보육자 아빠 점점 늘어나

이전의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남성들은 소심하다고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남성성에 대한 위협 또는 일에 충실치 못 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을까봐 일과 가정의 관계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에서 수행된 익명, 비공개 조사 등에서는 남성들이 직장-가정 간 갈등에 대해 더 많은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쇼클리 교수는 말했다.

그는 “여성과 같은 정도의 직장-가정 간 갈등을 느끼며 말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남성들이 그에 관해 덮어두고 지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해가 된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린이들의 1차 보육자가 된 남성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여성들이 아직도 어린이 보육과 집안 일 챙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평균적인 아버지들도 같은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퓨 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들도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육아가 자신의 정체성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또한 가정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느라 직업 혹은 직장에 소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경력에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나 남녀 맞벌이가 보편화됨으로써 1차 보육자 아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Credit: Pixabay
우리나라에서나 남녀 맞벌이가 보편화됨으로써 1차 보육자 아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Credit: Pixabay

남녀평등 수준 관계 없이 직장-가정 갈등 호소  

이번 메타 분석에 포함된 연구의 약 절반은 미국에서 수행되었으며, 나머지는 주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실시됐다. 연구팀은 또한 연구를 수행하며 대상 국가의 남녀평등 등급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남녀평등 수준에 관계 없이 남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직장-가정 갈등을 보고했다. 광범위한 남녀불평등이 존재하는 중동지역에서는 직장-가정 간 갈등에 관한 연구가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 쇼클리 교수는 이 지역에서는 아마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서로 다른 하위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직장-가정 갈등’에 대해 남녀 간 약간의 차이들이 검출됐으나 규모로 볼 때 크지는 않았다. 엄마들은 맞벌이 여성이 그렇듯이 가정 일로 직장 일을 방해받는 정도가 남성보다 약간 큰 것으로 보고됐다. 맞벌이 남성들은, 부부가 같은 직업을 가졌을 때 여성쪽이 그렇듯이, 직장 일 때문에 가정 일에 방해를 받는다는 보고가 좀더 많았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일부 연구들은 10년 전에 실시되었으나 거의 절반은 2010년 이후에 발표되었다.

남녀 가사분담과 아빠-자녀 간 유대감을 돈독히 하게 하기 위해 남성 육아휴가와 휴직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redit: Pixabay
남녀 가사분담과 아빠-자녀 간 유대감을 돈독히 하게 하기 위해 남성 육아휴가와 휴직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redit: Pixabay

남성 육아 휴가 늘려야 한다

쇼클리 교수는 남성과 여성이 거의 같은 수준의 직장-가정 갈등을 경험하지만 이를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가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에 여성들은 직장 일로 인해 가정 일이 지장을 받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이번 메타분석에 포함시키지 못 했다. 아버지들의 전통적인 역할은 1차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어서 일을 해서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여성들에 비해 죄책감이 덜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인구에 진입하고, 더 많은 남성들이 자녀 보육 책임을 떠맡음에 따라 미국에서 이러한 성 역할은 변화하고 있다.

쇼클리 교수는 회사와 정부는 융통성 있는 업무 조정과 보육 지원, 유급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 등을 포함해 남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직장-가정’ 정책을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직장 가운데 21%가 여성에게 육아 휴직을 주는 반면, 남성에게 육아 휴가를 주는 직장은 9%에 불과해 미국은 두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하위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수리남, 파푸아 뉴기니아가 남녀 유급 출산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들이라는 것.

미국에서는 아버지들이 평균적으로 매달 하루의 육아 휴가를 받고, 96%의 아빠들이 자녀 출산 후 2주 이하의 휴가를 받는다. 쇼클리 교수는 아빠의 육아 휴직이 늘어남으로써 엄마가 좀더 잘 쉴 수 있고, 배우자 간 동등한 가사 분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빠-자녀 간 유대감이 돈독해 진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7-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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