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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객원기자
2018-10-30

"로봇 향한 열정, 천억 원 가치 일궈" 청년 로봇과학자의 스타트업 창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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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착하게 살겠다고 약속 해준다면 방법을 알려주마.”

신생 로봇스타트업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는 12살 때 만나 자신에게 로봇제작 방법을 전수해주었던 로봇 박사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이후 오 대표는 로봇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올해 27살의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6번의 창업 실패 끝에 유럽에서 주목받는 로봇 교육모듈제작 스타트업 ㈜럭스로보를 탄생시켰다.

로봇만 보고 달려온 27세 청년 사업가가 천억 원 가치의 회사를 일궈냈다. (주)럭스로보 오상훈 대표가 25일 환한 얼굴로 자신의 창업기를 풀어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로봇만 보고 달려온 27세 청년 사업가가 천억 원 가치의 회사를 일궈냈다. (주)럭스로보 오상훈 대표가 25일 환한 얼굴로 자신의 창업기를 풀어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실리콘밸리의 한 유수한 IT기업에서는 그의 회사를 1천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을 해왔고, 카카오에서는 매출이 전혀 없던 그의 회사에 선뜻 40억 원의 금액을 투자했다.

오 대표는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너무 평범했던 아이’라고 소개했다. 평범했던 아이가 20대에 이런 창업 신화를 쓸 수 있게 된 저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오상훈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청년기업가 글로벌 네트워킹 컨퍼런스’에 나와 “평범하게 자란 아이가 어떻게 세계적인 로봇 제작의 꿈을 이루고 있는지 그 과정과 성공 비법에 대해 알리고 싶다”며 자신의 실패와 창업 성공담을 공유했다.

‘지박령’처럼 일하고 ‘이상한 소년’이 되어 홍보

사실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럭스로보를 만들기 전 그는 이미 6번이나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색이 있는 유리를 만들기도 하고 스마트 화분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은 여러 방향에서 실패의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을 다지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 대표는 그간의 실패를 자산 삼아 매번 회사의 체질을 단련해나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제품개발에 공을 들이는 일이었다.

그는 출퇴근으로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회사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사무실 시계는 떼어내고 개발에만 몰두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인정 못하고 지상을 떠도는 ‘지박령’ 같이 일했다.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청년기업가 글로벌 네트워킹 컨퍼런스’에 나와 자신의 창업비법을 아태 지역 청년들에게 공유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청년기업가 글로벌 네트워킹 컨퍼런스’에 나와 자신의 창업비법을 아태 지역 청년들에게 공유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결국 오 대표는 자체 기술로 반도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해냈다.

그는 이 개발품이 교육 제품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하고 교육으로 유명한 영국 시장에 주목했다.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낸 관련 회사에 전부 제안 메일을 뿌렸다. 30군데 중 두 군데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오 대표는 런던으로 무작정 날아갔다. 낯선 이국의 땅에서 온 청년들을 만나주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빨리 돌아가라”며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23개의 업체를 찾아가 문을 두들겼다. 가라고 하면 창문을 열고 살포시 홍보전단을 던졌다. 그러자 영국에서는 “한국에서 ‘이상한 소년(Strange Boy)’이 하나 왔다. 이상하다. 조심하라”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끈질긴 노력과 열정은 마침내 ‘기회’로 이어졌다. ‘이상한 소년’이 된 영국에서의 일이 영국 유수의 교육기업 부사장에게 닿았던 것.

마침 그가 한국에 방한하던 참에 오 대표를 찾았고 오 대표는 심야 호텔 로비에 서서 5분 동안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들은 설명을 듣고는 한 달 뒤 공장 실사를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다. 하지만 사회경험이 별로 없던 오 대표는 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걱정이었다.

부모님은 ‘등산’을 권했다. 오 대표는 부모님의 조언을 따라 이들과 함께 등산을 하며 땀을 흘리고 노래방에 가서 영어 노래를 4시간 동안 불러줬다. 함께 바닷가에서 폭죽을 들고 뛰며 국경과 서로의 나이를 잊었다.

진심은 통했다. 영국회사 임원은 “이 회사 정말 멋있다. 같이 일하자”며 제품을 주문했다.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청년기업가 글로벌 네트워킹 컨퍼런스’에 나와 자신의 창업비법을 아태 지역 청년들에게 공유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청년기업가 글로벌 네트워킹 컨퍼런스’에 나와 자신의 창업비법을 아태 지역 청년들에게 공유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그런데 이번에는 자금이 문제였다. 제품을 양산하려고 하니 15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버지는 “집에 있는 돈을 5백 원이라도 가져가면 족보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20대의 청년이 돈을 빌릴 방법은 많지 않았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니 3천만 원까지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나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신용보증기금으로 달려갔다. 사업계획서 100장을 써서 대출을 따냈다. 간신히 대출 승인을 따냈지만 이번에는 연대보증이 문제였다.

열정으로 다시 잡은 기회, 창업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놀랍게도 지칠 줄 모르는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그의 회사는 ‘퍼스트펭귄형 창업기업’으로 선정됐고 이 후 하나은행은 젊은 그의 열정과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연대보증을 서주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제품을 양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산 납품 기한은 4개월이나 지났는데 ‘버그(오류)’는 계속 발생했다. 두 시간씩 자면서 직원들이 교대로 버그를 잡아냈지만 완벽하게 잡히지 않았다.

오 대표는 다시 영국으로 날아가 한 달만 더 시간을 달라고 읍소했다.

다행히 그의 진심은 바이어의 마음을 움직였다. 거래처에서 “너희를 처음 봤을 때 그 진실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믿고 있다”며 흔쾌히 승낙을 받아냈다.

결국 오 대표는 16만 개의 모듈을 완벽히 조립하고 수출할 수 있었다. 이 때의 경험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자산으로 축적됐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제품은 48개국에 수출될 수 있었다.

오 대표는 실리콘밸리 구글홈 팀에서의 인수제의도 언급했다. 적은 월급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인수제의는 큰 유혹이었다.

오 대표는 인수 제의를 받고서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자신에게 로봇 만들기를 가르쳐주었던 로봇 공학 박사를 떠올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로봇을 만들고 싶어 수많은 대학교 교수에게 편지를 썼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장을 해주는 이는 전무했다. 그 중 단 한 명의 로봇공학자가 그에게 대가 없이 지식을 나눠줬다.

오 대표는 “OS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소프트웨어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년 시절 나에게 로봇을 대가없이 가르쳐주었던 박사님처럼 나도 로봇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서 많은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었던 나도 시작했다. 불가능은 없다”며 “창업을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8-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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