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계가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었다. 과학계가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은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에서는 대부분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미국은 매일 100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그 수가 연간 36,035명에 달한다. 캐나다의 경우도 매해 4,000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최근 연간 3만 명 이상이 자살하고 있어 지난 달부터 정부 차원의 새로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사실 자살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우리나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1만 5566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31.2명이 자살한 것으로 들어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자살률(11.3명)보다 3배나 높아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의료계 자살 방지를 위한 노력 촉구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살 원인 중 32.7%에 해당하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는, 정신역동·인지행동·사회심리 등 심리적 원인과 이타적인 모방 등 사회적 원인, 세토로닌계·노르아드레난린계와 도파민계·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과 코르티졸 이상·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및 유전적 등 생물학적 원인 등이 잇으며 이와 함께 단일 원인으로는 우울증과 알코올, 약물 사용 등이 위험인자로 지적받고 있다.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1차적으로 동네의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자살 사망자의 90% 가량이 사망 1년 전에 1차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1달 이내 이용자는 76%에 달한다고 한다. 의사 3명 가운데 1명은 치료하던 환자의 자살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진 가천의대 교수는 19일 워크숍에서 주제강연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을 자주 접하는 1차 의료 단계에서 우울증·알코올 중독 등을 조기에 발견해 자살을 예방하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1차 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는 개원의사들부터 자살위험 요인을 이해하고, 예방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자살이 의학적 부분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자살과 관련된 사전 교육을 받은 바가 거의 없다. "자살예방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8%(35명)에 그치고 있으며, 자살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3.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IT 기술을 활용한 자살 방지 노력
스마트폰을 사용한 자살 방지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미국 주방위군의 자살률이 2004년 이후 450% 늘고 있다. 이에 미국 테네시주 방위군은 자살을 기도하는 군인들이 도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자살 방지 앱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드 유어 버디(Guard Your Buddy)’앱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어려운 시기에 누군가와 이야기 할 수 있는 통로를 미리 확보할 수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준다.
SNS에서도 자살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은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포스팅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핫라인 번호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전화를 하도록 하거나, 친구들을 통해 연락을 취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자살을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유저수와 포스팅 개수를 고려하였을 때 실제 페이스북 포스팅 내용 중 자살 관련 단어를 검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새로 전개하는 서비스는 전미자살방지상담전화(NSPL)와 협력을 통해 위기상황을 24시간 채팅창을 통해 전문 상담가와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친구 중 자살을 암시하는 포시팅을 발견할 경우, 간단히 “좋아요”, “공유하기”와 같은 버튼을 통해 페이스북 센터에 관련 글을 신고하면 페이스북은 자동으로 이메일을 통해 핫라인에 전화를 할 수 있는 번호를 알려주거나 비공개채팅을 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여 직접 전문가와 상담이 가능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과 야후에서도 오래전부터 자살방지 위해 검책창에 자살(Suicide)이란 단어로 검색 시 전미자살방지상담저화(NSPL) 핫라인 번호를 첫 번째 페이지에 보여지도록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등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시행해 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난 때문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자살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급증했다고 한다. 재정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전체에서 가장 자살률이 낮았던 지역이 그리스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OECD 국가 중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경기 불황에 따라 자살률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과학기술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 박정호 객원기자
- aijen@kdi.re.kr
- 저작권자 2011-1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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