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미소? 돌고래를 생각하면 입을 벌린 특유의 표정이 먼저 떠오른다.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드는 이 표정의 의미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iScience 저널에 발표됐다.
이탈리아 피사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돌고래(Tursiops truncates)의 행동 관찰 결과 다른 개체와 놀이 행동을 할 때 특유의 입 벌린 얼굴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른 개체가 이러한 표정 신호를 보내면, 이를 모방하여 치아를 드러내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돌고래의 이러한 신호는 동료와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환경 적응 및 사회적 관계 강화를 설명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돌고래의 호기심과 사교성, 인간과 닮아
돌고래는 높은 지능과 사회성을 가진 해양 포유류로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많은 긍정적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돌고래가 사람을 우호적으로 느끼는 이유에 대한 연구는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주제이며, 그 결과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는 분위기다. 최근 영국 헐 대학교 블레이크 모턴 박사 연구팀은 돌고래와 인간은 매우 다른 환경에서 진화해왔지만, 인간과 유사한 성향이 관찰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호기심과 사교성은 다른 영장류처럼 높은 지능, 모여있기를 좋아하는 사회적 군거성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돌고래는 복잡한 사회적 구조를 형성하고,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협력하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중에서 다양한 행동들을 학습한다. 이를 기반으로 일부 연구진은 간혹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돌고래가 인간을 구조하는’ 사례의 경우, 위험 상황에서 구조 음향에 반응하는 그들의 본능과 구조에 대한 학습된 행동으로 인해 인간에게 우호적인 결과로 표현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돌고래의 신호 인식과 모방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이들이 수중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놀이를 즐기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는 게 제일 좋아. 돌고래 모여라”
돌고래의 표정을 연구한 사례는 많지 않지만, 이 표정을 해석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견은 분분하다. 대표적으로 돌고래 해방운동가인 릭 오바리(Ric O’Barry)는 “돌고래의 표정은 그들의 얼굴 생김새일 뿐 미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돌고래는 얼굴 근육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며, 이를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돌고래의 입을 벌린 ‘미소’는 친밀함을 나타내는 의사소통법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의 돌고래 행동 관찰 결과에 따르면 놀이 행동을 할 때, 이빨 전체가 보이게 입을 벌린 표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특히 놀이 개체가 시야에 있을 때 89%가 이 표정을 지었으며, 이러한 표정을 감지한 개체의 33%는 표정을 모방하여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연구 기간 중 입을 벌리는 행동이 총 1,288번 관찰됐는데, 이 중 92%는 돌고래들 사이의 놀이 중에 발생했다. 반면, 사람과 놀 때나 홀로 놀 때 입을 벌리는 행동은 단 한 번 기록된 것과 대조됐다.
책임저자인 리비오 파바로(Livio Favaro) 시스템생물학 박사는 “돌고래가 종종 동일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단지 우연히 서로의 입을 벌린 표정을 따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주장도 수신자-발신자 사이에 이 표정 신호를 1초 이내에 따라 하는 확률이 13배 높은 이유를 설명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돌고래의 이러한 모방 행동은 미어캣, 말레이곰 등 일부 육지동물에서 관찰된 것과 일치하며, 수중동물에서는 처음 관찰된 결과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한편 연구진은 돌고래의 눈 추적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에 대한 연구와 함께 놀이 중 음향 신호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놀이 중 돌고래의 복잡한 음성 시스템과 시각적 단서를 혼합하면 이들의 의사소통 방법 및 포식자를 덜 경계하는 사회적 놀이 유형 분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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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10-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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