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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AI를 이용한다? AI를 사용하여 동물의 의사소통 방식을 분석하고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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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의사소통, 인간의 의사소통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숲이나 산, 들판의 바위에 앉아 있으면 자연이 조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새들은 지저귀고 있으며 콧노래 소리를 부르고 있다. 이는 도시, 시골을 가리지 않으며 지역별 서식하는 동물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심지어 같은 동물이어도 지역과 상황에 따라 약간 다른 소리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때가 있는 듯 보인다. 예를 들면 소는 거주 지역마다 우는 소리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으며 원숭이는 상황과 위협 정도에 따라 특정 소리가 나오곤 한다. 또한 생쥐는 노래를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귀뚜라미는 특이하게도 짝짓기 시 비명을 지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보면 동물의 의사소통은 인간의 의사소통과 비슷하면서도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AI를 사용하여 동물의 발성, 특히 그들의 복잡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연구 및 해독하고 있다.

영국 딘 지방의 패서린 종의 새 ©GettyImages

과학자들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언어가 그다지 독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향유고래는 'ㅏ'모음과 'ㅣ'모음의 패턴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보이며, 향유고래 발성에서 들리는 '딸깍' 소리가 인간의 말로 치면 모음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인간이 부르는 '언어'라는 것이 있을까? 이들의 의사소통은 인간의 의사소통과 어떻게 다를까?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다

최근 십수 년간 인문학부터 자연과학, 공학 그리고 심지어는 예술 부분까지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하여 과학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결과 도출을 추구하고 있으며, 동물과의 의사소통 연구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이용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대한 양의 동물 울음소리 오디오 데이터를 인간이 작업하면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하면 단 몇 초 만에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작업으로는 수십 년이 걸리는 방대한 양의 동물 울음소리 오디오 데이터를 수많은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하여 단 몇 초 만에 분석할 수 있다. ©GettyImages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케빈 코피 교수(Prof. Kevin Coffey)는 설치류의 발성을 해독하는 머신러닝 도구 ‘딥스퀴크(DeepSqueak)’를 최근 개발하였다. 딥스퀴크는 원시 오디오 데이터에서 쥐의 울음소리를 골라내어 비슷한 특성의 울음소리와 비교하고 동물의 행동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코피 교수에 따르면 쥐는 초음파 발성(USV: UltraSonic Vocalizations)을 사용한다. 쥐가 내는 소리 중 50킬로 헤르츠(kHz)의 고음은 웃음소리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놀이, 구애, 심지어 약을 먹었을 때와 같은 긍정적인 상황에서 50kHz의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쥐가 내는 소리 중 22kHz의 울음소리는 통증을 느낄 때 같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관찰되었다. 코피 교수는 이 주파수를 적용시킨 실험을 통해 실험에서 쥐의 기분이 나빠지는 때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쥐가 내는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딥스퀴크 등 기타 도구를 사용하면 쥐가 내는 소리에 따른 의미를 해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딥스퀴크는 2018년에 출시된 이후 설치류의 사회적 행동, 약물 사용, 자폐증 등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또한 돌고래, 원숭이, 새와 같은 다른 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코피에 따르면, 과거에는 수작업으로 USV 스펙트로그램을 분석했지만 AI 도구를 사용하면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각각의 발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와 딥러닝 도구는 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서 동물을 관찰하고 울음소리를 행동, 감정 등과 연결시켜야 하는 생물학자들은 매우 진보된 AI 도구의 개발에도 끝없는 힘든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을까?

의사소통은 본질적으로 정보의 전달이 목적이다. 모든 동물은 냄새, 페로몬, 행동, 발성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의사소통하는데, 동물의 언어에 대한 개념은 부분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는 인간이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과 언어가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동물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에게도 언어와 비슷한 형태의 소통 방법이 있다. 물론 향유고래의 대화나 원숭이의 상징적 의사소통과 같이 대부분 동물의 의사소통은 인간 언어의 풍부함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피 교수는 ‘언어’라고 부를 수 있는 도구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보이며,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특별히 고도로 발전된 인간의 도구라고 설명한다. 코피 교수는 ‘물론 설치류들은 확실히 매우 사회적이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발성은 매우 다양하고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전달한다’ 라고 설명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것이 ‘언어’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인류학자들 역시 언어가 문화적 신념, 관계, 정체성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능력 때문에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고유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또한, 인간의 언어는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일부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과 이를 향한 표현이 인간의 언어 능력과 함께 발전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른 동물의 발성이나 행동으로는 이러한 표현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의인화’에 주목하라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자신의 말에는 의미가 있지만 앵무새의 말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말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과도 같다. 20세기 초 비트겐슈타인이 위와 같이 말한 이후 과학은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의 과학자들은 쥐가 간지럽힘을 당하면 ‘웃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이때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대부분은 쥐에게 유머를 즐길 수 있는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쥐가 간지럼을 ‘재미있다’ 고 느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쥐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은 인간과의 의사소통이 발달된 대표적인 동물이다. ©GettyImages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간지럼힘을 당한 쥐의 50kHz 고주파 울음소리를 유머나 웃음으로 해석하는 것은 인간이 동물을 의인화하는 것 즉, 동물이나 심지어 로봇과 같은 사물을 ‘인간화’하는 경향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일부 연구자들 역시 과학자나 비과학자가 다른 동물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꽥꽥거리는 소리’에 의미를 투영하는 것 역시 바로 인간이 부여한 의미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또 다른 전문가들은 고통을 느끼는 물고기, 지능적인 문어, 쥐의 웃음 등 새로운 발견에 대한 연구 결과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을 근거로 우리가 동물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언제 행복한지 슬픈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려동물 보호자 역시 비슷한 관점을 가진 셈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언제 행복한지 슬픈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는 우리가 종종 동물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GettyImages

물론 코피 교수에 따르면 어느 정도의 의인화는 사람들이 동물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학계에서 의사소통과 언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결코 쥐, 돌고래 등의 동물들과  ‘e스포츠’나 ‘인플레이션’에 대해 논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AI 도구를 통해 동물과 소통하기

AI 도구를 통해 동물들과 소통하는 것은 동물들의 삶을 개선하고 신경과학 분야에서 인간이 번역 가능한 발견의 비율을 높일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코피 교수는 말한다. 물론 이를 위해 실험실에서 연구를 통해 설치류의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것은 그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동물과의 의사소통은 동물의 삶을 개선해줄 수 있다. ©GettyImages

다른 과학자들과 단체들 역시 야생 동물의 생물 다양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AI 도구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연구원들은 마이크를 사용하여 열대우림의 소리를 녹음하고 곤충과 새를 포함한 동물 발성의 불협화음을 분석하여 생물 다양성 회복을 추적하고 있다.

동물과의 의사소통은 동물의 삶을 개선해줄 수 있다. ©GettyImages

지구 종 프로젝트(ESP: The Earth Species Project)도 생물 다양성을 모니터링하는 데에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지구 종 프로젝트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에 대한 이해와 다른 종과의 의사소통이 우리와 자연 간의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목적 아래 AI를 도입하고 있다. 위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다른 생물종과 소통하고 그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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