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마스크는 입과 코 등의 호흡기를 가림으로써 비말로 인한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 감염을 피한 국내외 사례들이 전해지면서, 백신과 치료제의 완벽한 보급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모든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의사소통의 방식에 변화가 초래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지에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에이레즈(Erez Freud) 캐나다 요크대학 심리학 교수는 마스크 착용 얼굴과 미착용 얼굴에 대한 얼굴 인식 방식을 실험하여, 마스크 착용 얼굴 인식에 양적·질적 변화가 발생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면서 한 번쯤은 겪었던 불편함과 이를 극복하려는 변화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 현상의 하나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눈과 입을 통해 전달되는 얼굴에 담긴 정보
사람의 얼굴은 성별, 연령, 인종, 감정, 정체성 등 가시적·비가시적 정보를 포함한다. 따라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의사소통은 상대방의 특정 감정을 포착하고, 언어적 표현 이상의 정보를 획득하기 쉽다.
물론 사회 환경과 문화권별로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레이첼 잭(R. E. Jack)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얼굴 표정 인식의 문화적 차이’를 실험한 결과 서양인은 얼굴 전체에 시선을 두는 반면, 동양인은 주로 눈을 집중적으로 관찰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서양인은 입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경향이 있으나, 동양인은 주로 눈을 통해 감정을 파악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러한 특징은 채팅을 할 때 흔히 사용하는 이모티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 ㅜㅜ와 같이 눈으로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반면 서양인은 :-), :-(으로 표현해 입을 강조하는 차이가 바로 그것.
하지만 눈과 입, 코 중 어느 영역을 먼저 인식하느냐는 순서의 차이일 뿐, 사람의 얼굴에서 눈과 입은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영역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얼굴의 각 영역을 통합해야만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얼굴 인식의 정확도는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사소통마저도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에 사람들은 얼굴 인식의 손상 범위를 어떤 지각 메커니즘으로 중재할까?

마스크를 쓴 얼굴 인식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얼굴을 구성하는 눈, 코, 입의 관계를 탐지하고, 특징을 하나의 의미체로 조직하여 통합한 후, 특징들 사이의 2차 관계 처리를 진행한다.
에이레즈(Erez Freud)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프로세스가 마스크로 인해 결함이 생길 것이라는 가설 하에, 사람들이 얼굴 인식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 중 입과 코 부위를 포함한 얼굴의 아랫부분을 가리고, 얼굴 인식의 차이를 구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대표적인 얼굴 인식 능력 테스트 프로그램인 CFMT(Cambridge Face Memory Test)을 도구로 한 실험이다.
실험군과 대조군은 마스크 착용을 변수로 하여 첫 번째 단계에서 보통의 얼굴을 인식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좌우·상하 반전과 조명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얼굴을 인식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시각적 노이즈가 추가된 얼굴 인식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모든 단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얼굴 인식에 비해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 인식 정도가 약 15%가량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장 어려운 3단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 인식은 평균 점수에 한참 못 미치며, 기회 수준에 가깝게 조사돼 얼굴 인식 능력 손상이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실험의 유의미한 결과 중 하나는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의 반전 효과 감소, 즉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에 대한 통합적 처리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마스크가 없는 얼굴에 반전 효과를 준 2단계 CFMT 점수는 14점(26%)인 반면, 마스크 착용한 얼굴의 반전 효과 점수는 7점(16%)로 조사됐다. 일상의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보는 상하·좌우, 조명 등의 조작적 변수에 따라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확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
또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용 가능한 정보들, 즉 마스크 외에 노출된 눈썹, 눈에 더 많이 의존하고, 이를 통합 처리하려고 안구 운동 패턴에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특히 눈 움직임 패턴은 왼쪽 눈, 오른쪽 눈, 콧대, 코와 윗입술 등의 주요 초점을 기반으로 클러스터링된 것으로 보인다. 단, 에이레즈 교수는 이 발견은 실험 가설에 포함하지 않았기에 평가할 수는 없었지만, 유의미한 결과이므로 향후 연구에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험을 완료한 후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마스크를 쓰면 얼굴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마스크를 쓰면 낯선 사람으로 착각하게 된다.’, ‘마스크를 쓰면 목소리도 안 들리고, 알아보려고 애쓴다’ 등의 항목에 리커트(Likert) 5점에 가까운 점수가 집계됐다. 실제로 얼굴을 가린 상황에서 의사소통 시 많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톤과 음조, 과장된 표현,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은 눈과 눈썹의 근육 등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뉴노멀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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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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