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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골프장이 홍수를 막아낸 비결 녹색 인프라, 자연재해에 강하고 비용도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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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최대 1500㎜가 넘는 기록적인 비를 뿌리며 무려 130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냈다. 당시 텍사스의 클리어 레이크 지역에도 하비가 상륙해 역사상 유례없는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더구나 그 지역은 텍사스에서도 홍수가 가장 잦은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유독 한 동네의 주택 150가구는 침수되지 않아 약 300명의 주민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미국 텍사스 클리어 레이크 지역은 버려진 골프장을 거대한 연못과 습지 등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홍수 방지 효과를 거두었다. ⓒ waterworld(explorationgreen.org)

그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연방재난관리청은 그 이유를 밝혀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동네의 침수를 막아낸 일등공신은 바로 지방 수자원 당국에 의해 진행되고 있던 ‘익스플로레이션 그린(Exploration Green)’이라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약 72만㎡에 달하는 버려진 골프장을 약 3.7억ℓ(수영장 750개 분량)의 물을 수용할 수 있는 5개의 거대한 연못으로 개조하는 공사였다. 또한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과 습지, 20㎞에 이르는 산책로 등을 만드는 사업도 이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녹색 인프라가 주택 가치도 상승시켜

댐이나 제방 같은 공학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골프장을 거대한 자연 습지로 바꾸는 녹색 프로젝트가 허리케인을 막아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위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가 하강하던 클리어 레이크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난 3년간 주택 가치를 50~100% 상승시켰다. 그 지역에 거주하는 4만 명의 주민 중 70% 이상이 도보로 그 공원에 접근해 산책이나 조깅 등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꾸며진 습지와 자연 공간은 다양한 나무와 풀, 야생화는 물론 물고기, 새 그리고 다른 야생동물들에게 매력적인 서식지가 되었다. 조사에 의하면 그곳에서는 약 400종에 이르는 새, 식물, 곤충, 파충류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려진 골프장을 동식물과 인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자연 공간으로 바꾼 익스플로레이션 그린 프로젝트는 녹색 인프라 구축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녹색 인프라란 누구나 균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정원, 공원, 녹지, 하천, 습지, 농경지, 그린벨트 등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연결해 만든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녹색 인프라가 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회색 인프라보다 자연재해에 훨씬 효과적이며 구축 비용도 더 저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사진은 허리케인 하비 당시 침수된 가옥들의 모습. ⓒ Public Domain(wikipedia)

녹색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자연재해 예방은 물론 이산화탄소 저감,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증진 등의 환경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삶의 질 향상과 커뮤니티 형성 등의 복지 증진도 꾀할 수 있다. 이처럼 자연의 힘이 생태적으로 작동하면 다양한 문화 창출은 물론 궁극적으로 도시의 가치와 브랜드도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녹색 인프라가 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회색 인프라보다 자연재해에 훨씬 효과적이며 구축 비용도 더 저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지난 9일 공개됐다. 미국 야생동식물연맹(NWF)과 글로벌 보험회사 ‘얼라이드월드’가 공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학계, 정부, 비영리 관련 기관 등이 발표한 300개 이상의 논문과 연구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색 인프라보다 비용 면에서도 더 효율적

이 보고서에 의하면 녹색 인프라 같은 자연 기반 해결책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영향을 방지하거나 감소시킨다는 연구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3개의 오래된 댐을 없애고 자연 범람원을 복원하면 주변 지역의 홍수 위험을 감소시키고 댐 붕괴의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댐을 제거하면 향후 30년 동안 구조물을 보수하고 유지하는 것보다 비용이 60%나 덜 들어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 NWF의 수자원 및 연안정책센터 책임자 제시 리터는 “전 세계의 모델 기반 연구 및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녹색 인프라가 자연재해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할 수 있으며 회색 인프라 시설보다 비용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5월 환경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일자리, 시장 창출 같은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그린뉴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그린뉴딜은 대대적인 토목사업 대신 우리 주변의 생활 인프라들을 녹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이 그린뉴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기후 위기 극복과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뉴딜 관련 토론회에서의 화상 연설을 통해서다.

단, 그는 여기서 한국판 그린뉴딜의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개별적인 시범사업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21세기의 한국을 운영하고 미래로 나아가게 해주는 인프라로의 완전한 전환이 되어야만 한다는 게 바로 그 조건이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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