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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으로 다가온 ‘해저도시’ 미래 인류의 새 거주지 제1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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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해양학자 자크 쿠스토는 1963년 홍해 속 9미터 깊이의 실험실에서 30일 동안 생활함으로써 ‘바닷속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란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51년 후인 지난 7월 2일 다시 그 기록을 경신한 이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자크 쿠스토의 손자인 파비앙 쿠스토로서, 그 역시 해양학자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바닷속 18미터 깊이의 해저실험실에서 꼬박 31일 동안 살았다. 침실과 샤워실, 공기정화장치, 무선인터넷 등을 갖춘 그 실험실 안에서 그는 해양생물에 대한 관찰 및 해양 오염 연구와 함께 물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다. 또한 매일 실험실 밖으로 나가 해저를 탐사하며 바닷속 기후변화와 해양산성화에 대해 연구했으며, 그의 탐사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요즘 화제가 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고갈의 위기에 처한 인류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서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인류가 그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경우 새로운 거주지의 제1 후보는 먼 우주의 행성보다 지구의 바닷속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해저도시를 건설하게 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바닷속의 무궁무진한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저도시는 대기오염 같은 환경재해와 지진 및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에서 안전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쿠스토 가문이 대를 이어가며 바닷속에서 오래 버티는 진기록을 세운 것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시미즈건설이 내놓은 해저도시 구상 '오션 스파이럴'의 상상도.
시미즈건설이 내놓은 해저도시 구상 '오션 스파이럴'의 상상도. ⓒ 시미즈건설 홈페이지

그런데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지던 해저도시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최근에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의 시미즈건설이 내놓은 심해 미래 도시구상 ‘오션 스파이럴(OCEAN SPIRAL)’이 바로 그것. 수면에서부터 바닷속 3000~4000미터 깊이까지 나선 모양의 건축물로 이어진 이 도시는 5000명의 인구가 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 전력 및 식량을 보낼 수 있다.

이 도시가 지속가능한 이유는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에너지와 식량을 생산하고 외부로 공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오션 스파이럴은 해저도시의 특성상 태양에너지보다는 해양온도차 발전을 이용해 전력을 만들어낸다. 해양온도차 발전이란 해면과 심해의 온도 차를 이용해 전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이미 실용화된 기술이다.

5천명이 거주할 수 있는 오션 스파이럴

또한 해저의 메탄 생성균을 이용해 지상의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함으로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이 먹는 식수는 심해의 압력을 직접 이용해 심해 2500미터의 해수를 역삼투막식 담수화처리를 통해 만들어낸다. 심해 1500미터의 위치에서 채취한 수온 2~3도의 해수로는 회유어에 대한 양식 어업을 함으로써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해저도시의 중심 지역은 수면 위로 윗부분이 약간 노출된 지름 500미터의 원형 구조물인 ‘블루가든’이다. 블루가든 안에 건설되는 75층 높이의 중앙타워에는 4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과 1150호의 거주시설 및 연구시설, 컨벤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블루가든의 바로 밑에는 직경 200미터의 구체인 ‘슈퍼 밸러스트 볼’이 수직방향으로 나열된다. 이 시설물은 내부의 모래 및 공기 비율을 바꾸어 부력을 조정함으로써 태풍이 올 때는 블루가든 전체를 수면 밑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

‘슈퍼 밸러스트 볼’의 바깥으로는 오션 스파이럴이라는 구상명대로 직경 600미터의 원호를 그리는 나선 모양을 한 ‘인프라 스파이럴’이 해저면까지 이어진다. 사람 및 물건, 정보 등의 운송기구 역할을 할 전장 1만5000미터의 인프라 스파이럴 내부에는 해양온도차 발전시설 및 해수 담수화 설비, 양식장용 심층수 취득 설비, 심해 모니터링 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인프라 스파이럴의 끝부분과 연결돼 해저 바닥면에 건설되는 ‘어스 팩토리(Earth Factory)’는 메탄 제조공장 및 희토류 같은 희귀금속을 개발하는 시설로 설계되어 있다. 시미즈건설은 2030년까지 기술이 개발될 경우 이 해저도시를 건설하는 데 5년의 기간 및 약 3조엔(한화 약 28조 3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이 필요한 시공기술 중의 하나는 바로 3D 프린터로서, 시미즈건설은 해수면 위에 거대한 3D 프린터를 준비한 다음 그곳에서 밑으로 조금씩 구조물을 제조하면서 메워나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해저 공간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

시미즈건설의 오션 스파이럴 같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해저 공간을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지금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몰디브와 홍해에서는 수심 5~7미터 깊이에서 식사를 하면서 산호와 물고기를 감상할 수 있는 해저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피지섬의 해저에 지어지고 있는 ‘포세이돈 해저 리조트’는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수심 13미터의 해저에 대략 51㎡ 크기의 스위트룸 24개가 들어서게 된다. 독립된 모듈 형태로 지어지는 이 스위트룸들은 외부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구조물에서 자동으로 분리돼 투숙객들의 탈출을 돕게 된다. 그밖에 레스토랑 및 바, 라운지, 도서관, 회의실, 예식장, 수중 스파 등의 시설이 이 해저 리조트에 들어설 계획이다.

우주선처럼 둥근 원반 형태의 해저호텔이 지어지고 있는 두바이에는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는 ‘수중테마파크’도 들어설 계획이다. 약 1만6500㎡ 규모에 ‘잃어버린 고대 도시’라는 컨셉트로 제작되는 이곳은 SF 블록버스트 영화 ‘아바타’의 특수효과 연출팀이 디자인에 참여한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해저도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바다 130미터 아래의 지하 암반에 해저 유류 비축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이미 1단계 공사를 마친 이 기지는 축구장 84개를 합친 크기에 약 93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2단계 공사까지 끝날 경우 1800만 배럴까지 저장할 수 있는데, 그 규모가 세계 3대 오일허브로 도약한 싱가포르 전체 원유 저장시설의 약 10%에 해당한다.

지상에서의 자원 고갈 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해저 공간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또한 지구의 약 70%가 바다이므로 인류 사회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해저 이용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해저도시는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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