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까지만 해도 우주 탐사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다. 막대한 예산과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민간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했던 베레시트(Beresheet)가 있다.
베레시트는 2011년에 설립된 이스라엘의 비영리 민간기업 SpaceIL에서 개발된 착륙선으로 구글의 루나 엑스프라이즈(GLXP)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개발이 시작되었다.
GLXP 대회의 목적은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500m 이상 이동하면서 획득한 영상과 과학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었다. 이 대회의 원래 기한은 2014년이었으나, 최종적으로 남은 5팀 모두 연장된 기한까지 발사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해당 대회는 우승자 없이 종료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베레시트 개발팀은 착륙선의 조립과 시험을 계속 수행하였다.
총 1억 달러의 개발 예산 확보를 위해 이스라엘의 기업(인)들로부터 기부를 받았으나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사회 저명인사의 추가적인 후원을 끌어내기도 했다. 달 착륙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우주청 및 우주산업 등의 지원을 받았고, 교육적인 부분은 이스라엘의 여러 대학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결국 자력계와 레이저 반사경을 탑재한 베레시트가 2019년 2월 22일 1시 45분(UTC, 협정 세계시) 팰콘 9 발사체에 의해 발사되었고, 이스라엘은 달에 탐사선을 보낸 7번째 국가가 되었다. 아쉽게도 세계 4번째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가 더 많은 민간 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베레시트의 임무 타임라인
베레시트는 근지점이 215km, 원지점이 6만km인 궤도에 투입되었으며, 지구를 여러 번 회전한 후 달에 도달하는 위상 전이 궤적을 이용하였다. 이 궤적은 운영 경험이 부족하거나 발사체의 투입이 정밀하지 않을 때 주로 이용된다. 일본, 인도 및 중국이 처음 달에 궤도선을 보낼 때도 이 궤적이 이용되었고, 대한민국이 2021년에 처음 발사할 시험용 달 궤도선도 이 궤적을 이용할 계획이다.
베레시트는 발사 이후 자세 결정에 사용되는 별 추적기의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또한 원지점 고도를 올리기 위한 기동 명령이 예상치 않은 소프트웨어 문제로 취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첫 번째 근지점 기동에 실패하였다.
발사 초기에 예상하지 않은 문제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지만, 궤적을 재설계하여 원지점을 각각 13만km 및 27만km로 높이고 마침내 달에 도달하였다.
빠른 속도로 달에 도달한 착륙선을 달 중력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진행속도의 반대 방향으로 기동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달 궤도 진입 기동이라 부른다.
만약 이 기동이 실패한다면 달에 다시 진입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달 탐사에 실패하게 된다. 베레시트는 발사 이후에 발생한 문제로 인하여 달 궤도 진입 기동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베레시트는 정상적으로 달 궤도 진입 기동이 수행되어 고도가 200km인 달 궤도에 진입하였다.
이후 베레시트는 추가적인 기동을 통하여 고도를 15km까지 낮추었고, 다음날 착륙 예정지인 ‘Mare Serenitatis’에 착륙을 시도하였다. 착륙의 경우 사전에 업로드된 자동 시퀀스로 진행되었다. 순조롭게 착륙하던 베레시트는 고도 14km 지점에서부터 주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고도 7km 지점에서 엔진이 멈춰 긴급하게 엔진을 재가동하였다.
하지만 가속이 붙은 착륙선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너무 늦었고, 통신 두절이라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결국 착륙에 실패하고 말았다.
베레시트 착륙선의 한계
보통 위성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예산, 인원 및 일정이다. 베레시트는 개발 초기부터 예산이 부족하여 장기간에 걸쳐 기부를 받을 수밖에 없어 예산의 어려움이 있었다.
두 번째로 인원인데, SpaceIL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200명이 넘지만, 이 중 95%의 인원이 지원자로 구성되어 핵심기술 분야를 지속해서 연구할 고급 인력의 유지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정도 당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3년 이상 늘어남에 따라 전반적으로 개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까지 발사되었던 대부분 달 탐사선들은 발사체의 주 탑재체로 계약되었다. 하지만 베레시트는 예산의 영향으로 발사체의 두 번째 탑재체가 되었고, 베레시트가 착륙선임에도 불구하고 위상 전이 궤적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임무 설계의 복잡성이 많이 증가하고 달에 도달 및 착륙에 요구되는 연료량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 최수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2019-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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