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과학자들이 우울증은 뇌의 기능부전이 아니라, 특정한 인지적 잇점을 주는 정신적 적응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폴 앤드류(Paul W. Andrews)와 앤더슨 톰슨 주니어(J. Anderson Thomson, Jr.)은 최근 <사이언티픽 어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발표된 기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우울증은 진화 상의 역설처럼 보인다”며 “정신적인 기능장애를 보이는 비율은 낮은데 우울증을 보이는 비율은 높은 점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정신의학적 진단 상 표준에 따라 자신들의 삶에서 주요 우울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들은 “그러나 우울증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뇌는 살아남아 재생산을 하기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진화의 중압감이 우리들의 뇌를 기능부전의 높은 비율에 견딜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역설을 설명하고자 할 때, 만약 우울증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문제라면 해결될 수 있다. 우리 몸의 전체 시스템과 뇌를 포함한 장기의 기능이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우울증을 설명하는 데 만족스럽지 않은데, 우울증은 청년기와 사춘기에서 처음으로 발현되기 쉽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혹은, 아마도, 우울증은 비대화된 것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우며, “현대 증상들을 보면 우리가 진화했던 것, 혹은 그 방향과 우울증의 확산방법은 상당히 다르다. 호모 사피엔스의 손가락끝에서 쿠키나 소다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진화된 것은 아니어서, 여짓껏 진화의 방향으로는 우울증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울증의 징후를 세심하게 점검해본 결과 우울증은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파라과이의 아체족(Ache)이나 남아프리카의 쿵족(Kung)과 같은 작은 크기의 사회에서도 우울증은 발견된다. 우리들의 진화가 일어나는 과거에서 밝혀진 것으로 보자면 더 작은 환경에서 진화가 일어나긴 어렵지만, 사람들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우울증이 발견된다는 것을 보면 우울증은 진화적인 현상으로 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우울증은 사실 적응의 과정
이들은 우울증 발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은 전적으로 기능부전으로 생각될 수는 없다. 최근 <사이콜로지컬 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발표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우울증이 사실 적응의 과정이며 마음의 상태가 실질적인 비용을 만들어내는 한편 실제로는 이익도 가져다 준다"는 주장을 폈다.
우울증이 기능부전이 아니라 적응이라고 추정하는 한 가지 이유는 5HT1A이라고 알려진 수용체가 뇌에서 작용하는 분자활동을 관찰하면서 나타났다. 5HT1A 수용체는 세로토닌(serotonin, 혈관수축작용을 하는 호르몬)과 다른 뇌 분자물질을 합성해 우울증에 관계하는데, 가장 최근에 유입된 항우울 약물의 목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수용체가 소진돼 결핍되면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반응해도 더 적은 우울증세를 보이게 된다. 이 수용체가 우울증을 키우는데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쥐의 5HT1A 수용체의 기능 조합이 인간의 것과 99% 유사하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연구자들은 “이는 자연선택 가설이 보존된다는 의미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용체의 상태에 따라 “켜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고자들은 “이 주장이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우울한 사람들은 종종 일상의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은 졸리고, 종종 식사나 섹스와 같은 활동으로부터 위안을 얻는 능력을 잃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혹하고 긴 우울증으로 생명을 위협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와 반대로 우울증이 주는 잇점을 살피고 있다. 이들은 “우울한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루미네이션(ruminations)'이라고 부르는데, 고집스럽고 우울한 사람들은 그외의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 수많은 연구결과들은 이런 생각의 스타일이 종종 대단히 분석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복잡한 문제에 천착하면서 한 번에 한가지씩으로 고려되는 더 작은 구성요소로 문제를 나눠간다”고 설명했다.
- 박상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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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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