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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5-03-19

“내 마음을 몰라주냐멍”, 반려견의 감정은 사람의 오판? 실제로 반려견 주변 환경적 요소가 반려견 감정 판단에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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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반려견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소통’에 갈증을 느껴봤을 것이다. 인간과 반려견 사이에 공통 언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반려견의 음성과 행동을 읽고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에 의존한다. 예컨대 반려견에게 간식을 줬을 때, 간식을 받아든 반려견의 표정을 보고 강아지가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간식을 다 먹은 반려견이 다가오면, 그때의 표정을 간식을 더 얻기 위한 측은 또는 애교로 해석한다.

하지만 최근 개의 표정만으로 감정을 해석하는 것은 ‘오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인간이 개의 감정을 인식하는 실험을 통해 개의 감정을 해석할 때 본질적인 단서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인간동물학회(ISAZ) 학술지에 발표했다. 

반려견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Gettyimagesbank

반려견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Gettyimagesbank

 

반려견의 행동분석 방법: 시각요소, 외부 환경요소, 경험요소

해당 연구는 설문 실험과 행동분석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감정을 표현하는 개들의 사진과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이 개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분석했다. 실험에 쓰인 영상은 행복한 상황과 불편한 상황으로 분류했으며, 행복한 상황은 개에게 산책 줄을 보여주거나 간식을 주는 장면, 불편한 상황은 청소기를 보여주거나 꾸짖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이 실험 설계에는 세 가지 주요 변수가 고려되었다. 

먼저 개의 감정을 나타내는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개의 표정과 몸짓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관찰했다. 첫 번째 실험에는 383명이 참여했고, 이들에게 시각적 배경이 있는 영상과 없는 영상을 보여주고 감정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개라 하더라도 품종과 크기에 따라 참가자들의 반응이 달라지는지를 비교했다. 

두 번째 변수는 외부 환경요인의 간섭이다. 외부 환경이 개의 감정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개가 익숙한 환경과 낯선 공간에 있는 경우를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두 번째 실험 참여자 485명에게는 동일한 강아지 영상을 조작해서 원래 행복한 상황에 있던 강아지를 불행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반대로 불행한 상황에 있던 강아지를 행복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개의 외형뿐만 아니라 배경 환경이 감정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했다. 

마지막 변수는 참가자들이 반려견과 함께한 경험 유무다. 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워본 경험이 개의 감정을 해석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개의 감정을 읽을 때 귀와 꼬리의 움직임을 중요한 단서로 삼았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은 주로 개의 입 모양이나 이빨을 드러내는지 여부로 감정을 판단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감정을 표현하는 개들의 사진과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이 개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분석했다. ⒸISAZ

연구팀은 감정을 표현하는 개들의 사진과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이 개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분석했다. ⒸISAZ

 

개의 감정 해석에 개의 크기와 외부 환경요소 간섭 높아

연구결과 참가자들은 개의 실제 감정보다는 외부 환경요인에 의해 감정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더라도 작음 품종의 개는 두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몸집이 큰 개는 공격적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개가 집과 같은 편안한 환경에 있을 때보다 낯선 환경에서 촬영된 사진일 경우, 참가자들은 개가 더 불안해 보인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개의 감정을 평가할 때 본능적으로 배경과 개의 크기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감정 해석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홀리 몰리나로(Holly Molinaro)  연구원은 “사람들은 개가 무엇을 하는지 보다 개를 둘러싼 상황을 보고 그에 따라 감정을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개가 간식을 받으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고 혼나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 가정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개의 실제 행동이나 감정 신호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도 사람의 오판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청소기에 반응하는 강아지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강아지가 불안하고 초조해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동일한 행동을 하는 강아지가 이번에는 산책 줄을 본 것처럼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자, 같은 사람들이 강아지가 행복하고 차분하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과 개의 소통이 지극히 ‘인간화’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의인화(Anthropomorphizing)는 자신의 감정을 개에게 투사하여 실제로 개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맥락이 포함된 경우와 포함되지 않은 경우에 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상황별 평균 쾌락(valence) 반응 (a) 및 각성(arousal) 반응 (b). 서로 다른 문자로 표시된 평균 값들은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나타낸다. ⒸISAZ

맥락이 포함된 경우와 포함되지 않은 경우에 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상황별 평균 쾌락(valence) 반응 (a) 및 각성(arousal) 반응 (b). 서로 다른 문자로 표시된 평균 값들은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나타낸다. ⒸISAZ

 

반려견과 깊은 유대감을 쌓기 위해 오판은 금물

몰리나로 연구원은 인간과 강아지가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오며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지만, 인간의 감정과 강아지의 감정이 동일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편견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감정 인식조차 얼굴 표정뿐만 아니라 문화, 기분, 상황적 맥락 등에 영향을 받는데, 동물 감정 인식에서도 동일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클라이브 윈(Clive Wynne) 아리조나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강아지의 감정을 평가할 때, 정작 강아지의 행동이 아니라 주변 상황을 보고 결론을 내린다면, 반려인으로서도, 과학자로서도 감정 이해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개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단순한 직관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려견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단순히 표정을 읽는 것이 아니라 개의 전반적인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개의 감정을 오해할 때, 그 오해는 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아가 반려동물과 인간의 유대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애견 언어 번역기’에 거는 기대 

한편, 최근에는 ‘애견 언어 번역기’가 화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견의 의사 표현을 이해하고자 하는 수요도 따라 증가한 이유다. 

현재 시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기들은 인공지능과 음성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강아지의 짖는 소리를 감정이나 욕구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음성뿐만 아니라 행동, 심박수, 얼굴 표정까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머신러닝을 통해 정확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애견 언어 번역기는 반려인의 관심을 끌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정확도가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체마다 감정 표현의 차이가 크고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반려견과의 소통 방식이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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