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 인구수가 증가한 만큼, 동물의 행복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과학계에서도 반려견의 질병과 노화, 그리고 수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민 과학 빅데이터로 분석한 유병률
소형견이 대형견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크기가 개의 건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의 크기와 질병 유병률 사이의 관련성은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1월 17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개의 크기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개 노화 프로젝트(Dog Aging Project‧DAP)’에 참여한 238종, 2만 7540마리 개를 대상으로 수명 동안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DAP는 개 노화에 대한 장기적 추적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다. 견주들의 참여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의 노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진은 시민 과학을 토대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 크기별로 위험에 노출되는 질병의 종류가 다름을 발견했다. 대형견은 암, 뼈 관련 질환, 위장 장애, 귀‧코‧목과 관련된 질병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리고 신경 및 내분비 질환과 전염병에 더 취약했다. 반면, 소형견은 눈, 심장, 간, 췌장 그리고 호흡기 질환을 경험한 경향이 더 많았다. 신장 및 비뇨기 질환 발생 위험도는 크기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개의 성별이나 순종 여부 등을 고려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남윤비 미국 워싱턴대 박사는 “이 연구의 목적은 개의 크기, 나이 및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지는 않다”며 “다만, 일반적으로 대형견이 소형견에 비해 수명이 짧은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장수 견의 ‘관상’
한편,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는 품종별 기대수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도 실렸다. 영국 동물 구호단체인 ‘도그스 트러스트(Dogs Trust)’의 커스틴 맥밀런 박사팀은 58만 4734마리 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대수명을 조사했다. 이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진은 수의사 협회, 애완동물 보험 회사, 동물 복지 단체, 학술 기관 등 18개의 다양한 출처로부터 자료를 획득했다.
연구진은 개들을 155개의 순종 또는 교배종으로 분류했다. 이후 순종의 경우 몸 크기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하고, 머리 모양에 따라 코가 짧은 단두종, 코가 긴 장두종, 중두종 등으로 분류했다. 이후 각 품종 별 평균 기대수명을 계산했다.
조사 결과, 닥스훈트와 셰틀랜드 쉽독과 같은 소형 장두종 반려견이 13.3년으로 기대수명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잉글리시 불독과 같은 중형 단두종은 수컷이 9.1년, 암컷이 9.6년으로 나타났다. 덩치가 크고 코 길이가 짧은 코카시안 셰퍼드는 5.4년으로 평균 기대수명이 가장 짧았다. 암컷의 평균적인 기대수명(12.7)이 수컷(12.4년)보다 길었다.
한편, 연구진은 순종 여부에 따른 기대수명도 조사했다. 순종 개의 기대수명(12.7년)은 교배 종(12.0년)에 비해 길었다. 이는 교배종이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 더 건강할 것이라는 기존의 정설을 뒤집는 결과다. 향후 연구진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푸들을 교배한 ‘래브라두들’과 같은 디자니어 품종을 조사해 유전적 다양성의 영향을 파악할 예정이다.
맥밀런 박사는 “순종이면서 덩치가 작고, 긴 코를 가진 암컷 개가 장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는 영국 개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조기 사망 위험이 높은 개를 식별하여, 치료 등 복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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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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