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곡백과가 익는 계절에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추석이 곧이다. 추석에는 잘 익은 과일과 자꾸만 손이 가는 모둠전, 송편 등 각종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마냥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식탁 아래에서는 귀여운 반려견이 우리의 소중한 음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명절 음식을 반려견으로부터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비법이 제시됐다. 개가 숨기는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개는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냄새 잘 맡아
개는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 냄새 분자는 코로 날아와 후각상피에 접촉한다. 후각상피의 표면적은 후각 능력에 직결된다. 사람은 후각상피 표면적이 3~4㎠ 정도지만, 개는 품종에 따라 적게는 18㎠에서 넓게는 150㎠에 이른다. 후각 세포의 수도 사람보다 약 44배나 많다. 후각 정보를 분석하는 뇌의 후각 망울이 뇌 전체 용적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31%나 된다. 사람의 경우 0.01%에 불과하다.

개의 뛰어난 후각 능력은 마약 탐지나 위험물 탐색, 재난 현장에서의 생존자 구조 등에서 유용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후각과 달리 개의 시각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물체를 입체적으로 보는 능력도 떨어진다.

시각 정보 기억해 먹이 탐색
이렇게 약한 시각 정보라도 개의 기억력과 합쳐지면 시너지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바스티안 베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수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개는 음식의 위치를 기억하고, 향기가 아닌 시각적으로 학습된 기억을 활용해 음식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개와 늑대를 대상으로 먹이 탐색 실험을 진행했다. 오스트리아 에른스브룬에 위치한 늑대과학센터(Wolf Science Center)에 사는 9마리의 늑대와 8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가로 28m, 세로 24m의 미로와 같은 실험실에 토끼, 닭고기, 병아리, 사슴 고기 등 먹이를 숨겨둔 뒤 개와 늑대가 탐색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식이다. 이때 어떨 때는 음식을 숨기는 과정을 보여주고, 어떨 때는 숨기는 것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찾는 능력을 시험했다.
실험 결과, 개와 늑대 모두 음식을 숨겨지는 과정을 본 경우에 음식을 더 빨리 발견하고, 최소 거리만 이동하여 음식을 찾았다. 연구진은 이는 동물들이 음식을 찾는 데 후각만 사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베터 교수는 “많은 종들은 사회적 학습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특히 개와 늑대는 다른 개체를 관철하거나 상호작용하며 배우는 사회적 학습 형태인 ‘관찰적 공간 기억’을 갖고 있다는 보고가 이전에도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행동 실험을 통해 두 종 모두 관찰적 공간 기억을 가진다는 증거를 보강한다”고 말했다.
음식을 숨기는 과정을 봤는지에 관계없이 늑대는 개보다 음식을 더 찾았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러한 능력 차이가 관찰적 공간 기억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음식 탐색에 대한 동기 등 다른 특성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베터 교수는 “관찰적 공간 기억 능력이 개와 늑대 간에 다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현재 연구의 결과는 인지 능력이 개와 늑대 사이에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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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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