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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4-12-12

반려견의 ‘물 털기’ 행동의 이유? C-섬유 저역치 기계수용체(C-LTMR)가 불쾌한 감각을 포착하여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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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구독자의 반려견 ‘하쿠’ ⓒ구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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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왜 요란하게 몸을 털어 물기를 제거할까

털 많은 반려동물을 씻기면서 물벼락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몸에 물이 닿으면 요란하게 몸을 털어 물기를 제거하는 그들 특유의 행동 때문이다. 지금까지 본능으로 알려져 훈련으로도 통제되지 않는 이 행동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됐다. 다웨이 장(Dawei Zhang)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와 휴즈의학연구소 연구팀은 동물이 몸을 털어 물기를 제거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특정 감각수용체와 신경세포 경로를 찾았다고 밝혔다.

우리집 반려견이 요란하게 몸을 터는 이유가 밝혀졌다. ⒸGettyimagesbank

우리집 반려견이 요란하게 몸을 터는 이유가 밝혀졌다. ⒸGettyimagesbank

 

몸을 터는 행동은 불편함을 털어내는 본능

몸을 터는 반사행동은 쥐, 고양이, , 사자, 곰 등 털이 많은 포유류에서 자주 포착된다. 몸에 물뿐만 아니라 기생충, 흙 등을 털어낼 때도 몸을 세차게 흔드는 행동을 보인다. 이들의 피부에는 12개 이상의 감각 뉴런이 있는데, 이것이 감각을 감지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느껴질 때 몸을 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행동이 어떤 뉴런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진 바는 없다.

사이언스타임즈 구독자의 반려견 ‘하쿠’ ⓒ구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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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털기에만 적용되는 감각 수용체

하버드의대 휴즈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이 과정을 밝히기 위해 촉감 감지 수용체 C-LTMR의 경로를 분석했다. 연구의 초점인 C-섬유 저역치 기계수용체(C-Low Threshold Mechanoreceptors, C-LTMR)는 피부에 위치하며 미세한 자극을 감지하는 초민감 센서다. 사람의 경우 부드러운 촉각(: 쓰다듬기)을 감지하지만, 동물에게는 외부 자극(물기, 기생충, 이물질)을 감지해 이를 제거하려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행동실험을 위해 우선 쥐의 목 부위 털에 해바라기유 한 방울을 떨어뜨려 인위적인 자극을 주었다. 정상적인 쥐의 대부분은 10초 이내에 몸을 흔들어 기름을 제거했으나, C-LTMR이 비활성화한 쥐들은 몸을 흔드는 행동이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바라기유로 유발된 행동실험. C 이미지는 오일을 떨어뜨린 시점을 기준으로 ‘젖은 개 흔들기(Wet dog shakes, WDS)’, 몸을 정리하는 행동, 피부를 긁는 행동 등 실험쥐의 행동 패턴에 대한 설명. ⒸScience

해바라기유로 유발된 행동실험. C 이미지는 오일을 떨어뜨린 시점을 기준으로 ‘젖은 개 흔들기(Wet dog shakes, WDS)’, 몸을 정리하는 행동, 피부를 긁는 행동 등 실험쥐의 행동 패턴에 대한 설명. ⒸScience

이어 광유전학(optogenetics)을 통해 C-LTMR이 전달하는 신호의 경로를 조사했다. C-LTMR의 신호가 척수의 신경세포를 거쳐 뇌의 팔곁핵으로 전달되는 신경 경로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팔곁핵(parabrachial nucleus)은 공포나 불안 반응에 필요한 여러 유해자극을 인식하여 공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뇌 영역으로 정보를 투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험에서 이 경로를 차단한 쥐들은 몸을 흔드는 행동이 58%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몸에 이물질이 묻어 불쾌감을 느낀 개체들은 몸 털기대신 벽이나 바닥에 몸 긁기행동은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는 해당 신경 경로가 이러한 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신경 경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 활동을 전기생리학적 기법을 통해 측정했다. 그 결과 액체에 의해 젖은 자극을 받은 쥐들의 C-LTMR이 활성화되면 척수의 감각신경과 연결과 뉴런이 동시다발적으로 반응했다. 이 신호는 뇌간의 팔곁핵으로 전송되어 행동을 유발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빛 자극 전(5분), 빛 자극(15분), 빛 자극 이후(5분)의 타임라인 동안 몸털기 행동(Wet Dog Shake, WDS)을 관찰하는 광유전학 실험 설계. E와 F 이미지는 LED 자극을 통해 SPN 경로를 활성화한 쥐는 빛 자극 이후에서 물기 털기 행동 횟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결과. ⒸScience

빛 자극 전(5분), 빛 자극(15분), 빛 자극 이후(5분)의 타임라인 동안 몸털기 행동(Wet Dog Shake, WDS)을 관찰하는 광유전학 실험 설계. E와 F 이미지는 LED 자극을 통해 SPN 경로를 활성화한 쥐는 빛 자극 이후에서 물기 털기 행동 횟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결과. ⒸScience

 

피부와 감각신경 연구로 확장?

장 교수는 젖은 개 흔들기(Wet dog shakes, WDS)’의 메커니즘을 밝히면서, “C-LTMR이 활성화된 쥐는 부드럽고 지속적인 촉각 자극을 받을 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연구결과를 정리했다. 또한, C-LTMR가 억제된 쥐는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이 줄어들고 다른 쥐와의 접촉 빈도가 감소했다는 부가 결과를 덧붙였다. C-LTMR는 단순한 감각 수용체를 넘어 감정적 접촉과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연구진은 이 실험이 향후 인간의 피부와 감각신경 연구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을 통해 말했다. 특히 C-LTMR이 인간에게도 가려움증이나 기타 피부 관련 불편증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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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TMRs evoke wet dog shakes via the spinoparabrachial pathway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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