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보통신기술 (ICT)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가전기기 분야는 그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가전기기가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보조 배터리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의 가전기기를 쓰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가령, 얼마 전에는 중국의 공기 청정기가 국내에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이처럼 인기가 많은 이유는 사용할 만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나 중국의 빠른 발전은 스마트폰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자.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카운터포인트 (Counterpoint)’는 분기별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사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의 상위 7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중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3위), 오포 (4위), 샤오미 (공동 5위), 비보 (공동 5위)가 이에 해당한다. 참고로 화웨이는 작년 2분기와 작년 3분기에 애플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삼성과 애플이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당 기업의 국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력이 1위와 2위라고는 말할 수 없다. 국가별로 조사하면, 중국이 스마트폰 시장의 최소 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2016년부터 해당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5년까지만 해도 시장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면, 2016년부터는 성장률이 2.5%를 기록하면서 급격히 하락했다. 그리고 해당 연도는 애플의 판매량이 처음으로 감소한 시기이기도 하다.
안정기의 주요 경쟁력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느끼기에 제품 차이가 크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의 특성은 중국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게 한다.
따라서 선두 기업에서는 새로운 혁신적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적 기술로 ‘폴더블 폰’이 떠오르고 있다. 폴더블 폰은 반으로 접었다가 펼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반으로 접었을 때는 휴대가 간편한 장점이 있고, 펼칠 때는 넓은 화면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일석이조의 기술인 셈이다.
존속성 혁신과 파괴적 혁신
폴더블 폰은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변혁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전에 ‘존속성 혁신’과 ‘파괴적 혁신’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Clayton Christensen)’은 200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혁신의 딜레마라는 주제로 ‘존속성 혁신’과 ‘파괴적 혁신’을 언급했다.
존속성 혁신은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기능을 추가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더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혁신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질 개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파괴적 혁신은 고객에게 기존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에 따라 선두 기업이 기술 우위에 점할 수 있게 하는 혁신이다. 폴더블 폰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SDC 2018)’에서 폴더블 폰인 ‘갤럭시 폴드’를 처음으로 시연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폴드는 접었을 때 4.58인치로 휴대하기 편리했고, 이를 폈을 때는 7.3인치로 갤럭시 노트보다 더 큰 화면을 제공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에 맞춘 화면도 준비하고 있다. 원 UI (One User Interface)는 삼성 스마트폰의 높은 가독성과 접근성을 제공케 한다. 또한 당일 행사에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갤럭시 폴드에 최적화된 화면을 제공할 것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SDC 2018 이후에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MWC 2019), 갤럭시 언팩 등에서 갤럭시 폴드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외 수많은 언론사가 갤럭시 폴드의 출시일과 가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선보임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을 가져온다고 확신할 수 없다. 이러한 혁신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폴더블 폰의 파괴적 혁신을 저해하는 두 가지 장벽
폴더블 폰이 파괴적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 장벽은 ‘가치 제공’이다. 폴더블 폰이 흥미로운 기술은 사실이다. 그러나 흥미와 가치 제공은 별개이다.
많은 사람이 “폴더블 폰으로 구매자에게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만큼의 가치를 제공할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물론 폴더블 폰은 접을 수 있는 기능으로 편의성 가치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가 시장에서 얼마나 발휘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LG전자는 폴더블 폰 대신에 두 개의 화면을 제공하는 ‘듀얼 폰’을 MWC 2019에서 선보였다. 듀얼 폰은 두 개의 화면을 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면을 붙였다가 뗄 수 있는 편리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개의 화면에서는 여러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하는 즐거움도 준다. 야구 중계 영상을 예로 들어보자. 한 화면에는 야구장의 전체 영상을 보여주고, 다른 화면에는 투수와 타자의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사용자에게 더욱더 실감 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가격 또한 경쟁력이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폴더블 폰의 가격은 200만원 중후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듀얼 폰은 이에 절반이 100만 원 중후반 가격으로 예상된다. 결국, LG전자의 듀얼 폰 출시는 폴더블 폰의 가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 장벽은 ‘후발 기업의 추격’이다. 삼성전자만이 폴더블 폰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다. 화웨이 또한 폴더블 폰 ‘메이트 X (Mate X)’를 국제전자박람회 (CES 2019)에서 선보인 바 있다. 화면은 갤럭시 폴드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격 또한 약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오미 또한 폴더블 폰 개발에 뛰어들었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에 폴더블 폰 ‘미 플렉스 (Mi Flex)’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가격 또한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100만원 초반 가격이 예상된다. 이는 삼성과 화웨이의 가격에 절반 수준이다.
폴더블 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가격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벌써부터 안정기에 볼 수 있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는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을 기대하게 했다. 그런데 ‘가치 제공’과 ‘후발 기업 추격’이 이러한 기대를 우려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폴더블 폰은 출시되지 않았다. 실제로 봐야지 알 수 있다. 과연 폴더블 폰은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 저작권자 2019-03-2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