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나 피겨스케이팅 등 화려한 회전이 필요한 동작을 수행하는 선수들은 시선을 한곳에 집중하고는 한다. 회전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줄이기 위해서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먼 곳을 지속적으로 응시하면 멀미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흐르는 물속에서 물고기들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고, 헤엄칠 수 있을까. 최근 그 비결이 물고기의 시선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울퉁불퉁 강바닥은 헤엄칠 방향 정하는 표지석
멈춰있는 기차에 탑승했을 때, 옆 기차가 움직이면 내가 움직이는 착각이 들고는 한다. 항상 출렁거리는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은 우리와 달리 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기도 하고, 목적지를 찾아 헤엄쳐 이동하기도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이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제브라피쉬의 서식지로 향했다. 엠마 알렉산더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제브라피쉬의 뇌 및 행동은 실험실 수조가 아닌 자연의 서식지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은 자연의 서식지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도의 7개 제브라피쉬 서식지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360°를 관찰할 수 있는 방수 카메라를 매단 로봇 팔을 물속에 넣어 제브라피쉬의 행동을 모방했다. 물고기의 눈 대신 카메라의 눈으로 물고기의 생활을 따라해 본 것이다.
이후 실험실 수조에서 제브라피쉬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가 있는 투명한 수조 아래에 움직이는 줄무늬가 있는 비디오를 재생시켰다. 바닥의 무늬가 달라지자 제브라피쉬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이동했다. 야생과 실험실 관찰을 토대로 연구진은 제브라피쉬는 주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보고, 휩쓸려가지 않도록 헤엄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렉산더 교수는 “물고기는 흐르는 물에 휩쓸리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체 안정화를 시도한다”며 “수면, 다른 물고기, 식물 등 끊임없이 움직이는 요소에 대한 정보는 생략하고, 안정적인 강바닥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3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물고기의 닮은 수중 로봇 개발에 기여
연구진은 이 연구가 물속을 더욱 정교하게 탐험할 수 있는 생체모방 로봇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교수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만 모방하여 로봇을 개발한다면, 양옆에 달린 눈을 모방해 카메라를 옆쪽으로 향하게 만들기 쉽다”며 “우리 연구는 물고기의 시선이 헤엄칠 때는 아래를 보고 사냥할 때는 위를 본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향후 더 정교한 생체모방 로봇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모방한 탐사 로봇들은 이미 물속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일례로, 중국 저장대 연구진은 지구 상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 사는 ‘마리아나 꼼치’를 본떠 심해에서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다. 심해는 탐험이 어려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심해 탐사를 위해서는 극도로 높은 압력을 이겨낼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단한 외부를 떠올리기 쉽지만, 해파리 등 심해 생물은 단단한 몸체 없이도 극한의 깊이에서 살아갈 수 있다.
연구진은 마리아나 꼼치의 구조를 참고해 유연한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다. 머리를 단단한 뼈로 감싸는 대신, 중간중간 구멍을 내 압력을 분산한 꼼치처럼 여러 전자소자들을 떨어뜨려 배치했다. 그리고 이를 유연한 실리콘 그물망으로 감싸고, 지느러미처럼 수축과 팽창을 하는 인공근육을 연결해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개발된 로봇물고기는 남중국해 수심 3,224m의 심해에서 초속 5.1cm로 유영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최대 10,900m 깊이에서 무인 잠수정에 매달려 지느러미를 45분 동안 성공적으로 작동시켰다. 심해 탐사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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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1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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