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를 원류로 하는 현대인의 유전자에 이들보다 앞서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일부 섞여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8년에는 알타이산맥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뼈가 네안데르탈인 모계와 데니소바인 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고인류들 사이의 교류와 혼혈이 생각보다 훨씬 빈번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실제로 고인류 유전체를 새로 분석한 결과, 인류 가계도에 있는 서로 다른 가지들이 여러 번 교배함으로써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미지의 고대 조상으로부터 전해진 DNA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 생물기술연구소 프로그래머인 멜리사 허비쉬(Melissa Hubisz) 박사와 전산생물학과 에이미 윌리엄스(Amy Williams) 조교수,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의 애덤 시펠(Adam Siepel) 박사팀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사용해 이 같은 사실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플로스 유전체학’(PLOS Genetics) 6일 자에 발표했다.
강력한 알고리즘으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및 현대 아프리카인 게놈 분석
고고학과 고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약 5만 년 전 한 무리의 호모사피엔스가 인류의 발상지로 생각되는 아프리카를 떠난 뒤, 유라시아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만나 교배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이 옛 인류 조상과 친척들이 DNA를 교환한 유일한 시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과학적 분석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s)과 이들보다 좀 덜 알려진 고대인인 데니소바인(Denisovans)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런 교배 사건들과 고인류 집단의 이동에 대해 많은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ARGweaver-D로 명명한 유전체 분석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해 다른 고인류종들로부터 유래한 DNA 분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유전자 흐름 가운데는 수십만 년 전에 발생했거나 알려지지 않은 출처에서 나온 것도 있었다.
새 알고리즘을 사용해 분석한 대상은 네안데르탈인 두 명과 데니소바인 한 명 그리고 두 명의 현대 아프리카인 유전체였다.
초고인류 유전체 현대인에게 전해져
연구팀은 이번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의 3%가 다른 고인류들로부터 유래했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이들 사이의 교배는 20만 년~30만 년 전에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데니소바인 유전체의 1%는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 같은 미지의 훨씬 더 먼 조상들로부터 유래했으며, 이 ‘초고대(super-archaic)’ 유전체 영역의 15%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도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이전에 보고된 고대인과 이들의 친척 사이의 유전자 흐름 사례를 확인해 주는 한편, 새로운 교배 사례가 존재함을 가리킨다.
연구팀은 이 같은 교배 사례 수를 감안해 볼 때, 두 그룹이 만나는 시간과 장소가 겹칠 때마다 유전자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만년 전의 미세한 유전자 흐름 식별
이번에 사용된 새 알고리즘은 소수의 고대 게놈만을 활용할 수 있는 제한된 상황에서 수십만 년 전에 발생한 유전자 흐름의 작은 잔존물을 식별해 내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알고리즘은 사람 이외에도 늑대와 개처럼 교배가 발생한 다른 종의 유전자 흐름을 연구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펠 박사는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점은 현대인과 고인류족(hominins)의 유전체 분석을 합해서 전체 진화사를 재구성함으로써 인간 역사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멜리사 박사가 개발한 새로운 알고리즘은 내가 본 어떤 계산법보다 시간을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평하고, “특히 고대의 유전자 이입을 탐색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에서의 기술적 기여를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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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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