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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민아 객원기자
2019-06-17

암 종양이 발광(發光)하다 포도당 대사량 실시간 수치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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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네이처 매소드에 '생물 발광에 기반한 영상화와 생체 내 포도당 흡수량의 정량화(Bioluminescent-based imaging and quantification of glucose uptake in vivo)'란 제목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EPFL(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 논문에는 암 종양의 포도당 대사의 실시간 수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밝혀져 있다.

연구팀은 암 종양이 설탕을 섭취하면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도록 설계했다. 빛의 양은 대사된 설탕의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빛의 양으로 포도당 대사 실시간 수치 측정이 가능한 것이다. 실시간 포도당 대사 수치는 종양의 대사 상태와 더불어 종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을 수 있는 약의 종류에 대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빈딧불이의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발광 물질에 의한 것으로 흔히 반딧불이, 개똥벌레, 조개물벼룩, 등에서 일어난다. 루시페린은 산소와 만날 때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의 도움을 받아 산화된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빛 에너지의 형태로 체외로 나오는 현상을 생물발광이라 한다.

생물발광은 일종의 광화학반응이다. 루시페린이 발광세포 내에서 생명체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3인산인 ATP에 의해 활성화되어 활성 루시페린으로 된다.  그리고 이 활성 루시페린이 산소를 만날 때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의 촉매작용에 의해 산화되어 산화 루시페린이 된다. 이때 화학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시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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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위키피디아

생물발광, 암 치료에 다양하게 활용

‘생물 발광’을 이용한 암 치료 기술 개발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5년에 국내 연구진에 의해 ‘생물발광’을 이용한 암 치료 기술이 개발된 바 있다.

그것은 생채 내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반응을 이용해 빛을 발산해 암을 사멸시키는 방식이었다. 즉 스스로 빛을 발산해 암조직에 축적된 광감각제를 활성화시키면 그것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고 그 활성산소가 암을 사멸시키는 방식이었다. 이 치료법은 특정 부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이전의 광역동 치료의 한계를 극복했다.

암 종양은 저산소의 환경 하에 포도당을 끌어와 소비하고 증식하며 활성 산소 앞에서 힘을 잃는 존재이다. 당시 연구가 활성 산소를 발생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연구는 포도당 대사량의 실시간 수치화해 치료제를 연구하기 위한 것으로 암 치료 연구에 중요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PFL연구팀의 연구 과정

EPFL 연구팀의 연구엔 쥐가 이용됐다.

우선 환자에게서 암 종양을 채취하여 루시페라아제를 붙이고 이것을 쥐의 몸속에서 자라게 한다. 다음으로 혈액 속에서 분해되지 않는 첫 번째 화합물을 주입시켰다. 24시간 뒤 시간차를 두고 두 번째 화합물을 쥐에게 주입시키는데 이것은 특정 조건 하에서 첫 번째 화합물에만 반응하게 고안된 것이다.

두 화합물 사이의 반응은 반딧불이처럼 생체 발광 빛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은 오직 발광 효소를 붙인 암 종양이 설탕을 대사하는 곳에서만 일어난다. 쥐의 몸에 가져다 댄 ccd 카메라 (전하 결합 장치를 이용해 영상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카메라)로 설탕 대사량을 측정한다. 그건 설탕 대사량과 빛의 양이 정비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클릭 화학과 결합된 발광의 원리

이번 연구를 이끈 생물 유기화학과 분자영상의학 연구실의 EPFL 화학자 고운(Goun)과 그녀의 연구팀은 반딧불이를 보며 얻은 영감을 클릭 화학과 결합시켰다. 클릭 화학이란 생물의 복잡한 환경 중에 일어나는 맞춤형 반응으로 특정한 조건 하에서 '딸깍'하고 결합하는 반응을 말한다.

고운은 두 개의 클릭분자를 조작했다. 하나는 설탕으로 다른 하나는 반딧불의 발광 화합물인 특정화된 루시페린으로 진행됐다. 일단 설탕이 종양에 의해 먹히고 나면 종양은 클릭 반응을 통해 특정화된 루시페린과 반응하고, 이때 종양은 세포로 들어가는 설탕의 양에 비례하는 발광 빛을 내게 되는 것이다.

개똥벌레 분자구조
개똥벌레의 루시페린 분자구조ⓒ 위키피디아

바이글루크라 명명한 반딧불 이미징 기술

고운은 이 반딧불 영상의학의 기술을 ‘생물 발광 포도당’이란 말을 줄여 ‘바이글루크’로 칭했다. '바이글루크'는 다양한 종양의 대사 조건을 이해하는데 사용되어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의 생성을 위한 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바이글루크는 암을 넘어 당뇨병, 신경퇴행성 질환, 비알콜성지방간염등과 같은 신진대사의 변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 다른 병리학에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운은 “이러한 결과가 흥미로운 것은 여러 인간 질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 중요한 대사물의 흡수를 계량화하기 위한 초민감 영상 플랫폼의 개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객원기자
g-story@naver.com
저작권자 2019-06-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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