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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11-26

현생인류의 조상은 누구인가? EU,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뿌리찾기에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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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데니소바인(Denisovans)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7월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30~50세 가량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가락뼈와 치아, 그리고 다리뼈 화석이었다.

화석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이 유골이 현생인류와는 다르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매우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화석의 주인이 4만1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08년 시베리아 데니솝바 동굴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손가락뼈. 유전자 분석을 통해 현생인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Wikipedia
지난 2008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데니소바인의 손가락뼈. 유전자 분석을 통해 현생인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Wikipedia

현생인류 조상 놓고 데니소바인 논란

과학자들은 데니소바인을 지금까지 고생인류(archeoanthropine)로 분류했다. 고생인류는 인류 진화의 최종 단계인 현생인류(homo sapience)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는 데니소바인을 자바원인, 베이징원인, 하이델베르크인, 네안데르탈인 등과 함께 현생 인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또 다른 인류 조상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유전자 분석이 이어지면서 계속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26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최근 과학자들은 현재 살고 있는 뉴기니아인(New Guineans)의 유전자 중 6%,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aboriginal Australians)의 유전자 중 3~5%가 데니소바인의 유전자와 일치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이들 유전자가 높은 고도에 살고 있는 티벳인(Tibetan)에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데니소바인과 현생인류를 연관시키는 갖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중의 하나는 약 1만 년 전 현생인류가 데니소바인과 조우해 그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곧 의문이 제기됐다. 1만 년 전에 현생 인류와 관계를 가진 데니소바인의 흔적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4만1000년 전에 살았던 손가락뼈와 치아, 그리고 다리뼈 화석뿐이다.

데니소바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또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 주장을 펴고 있는 과학자들은 “일부 과학자들이 빈약한 화석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검사 결과만 믿고 이 멸종된 인류를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관련지으려 한다”며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EU, 뿌리 찾기 ‘FINDER’ 프로젝트 가동

양측 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데니소바인의 화석이 너무 소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EU(유럽연합) 과학자들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이 화석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인 연구 그룹인 ‘FINDER(Fossil Fingerprinting and Identification of New Denisovan Remains from Pleistocene Asia)’를 결성하고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대규모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EU에 의해 설립된 유럽연구회(ERC, European Research Council)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FINDER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에 비추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간의 혈연관계가 지속돼왔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 목표는 삼자 간의 밀접한 결속관계를 밝혀내는 일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현생인류의 계보를 밝혀내는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에 데니소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카테리나 도우카(Katerina Douka) 박사는 “대단위  연구를 통해 데니소바인이 어디에 살았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생인류와 접촉했는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시베리아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을 재탐사할 계획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방사선탄소 전문가인 톰 하이엄(Tom Higham) 교수는 “데니소바 동굴은 인류조상을 추적하기 위한 자료가 엄청나게 쌓여 있는 놀라운 장소”라고 말했다. “많은 화석들이 유전자를 보존한 채 서늘한 동굴 안에 축적돼 있다”는 것.

그는 “그중에는 매머드, 양과 같은 동물 뼈 화석도 있지만, 그 안에 사람의 뼈도 섞여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새롭게 발견될 인류 조상들의 유골이 현생인류의 계보를 명확히 밝히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에는 새로 개발된 첨단 장비들이 대거 동원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장비들을 통해 정교한 유전자 채취 및 분석 작업을 진행, 화석이 형성된 과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엄 교수는 “데니소바 동굴에는 수만 개의 화석들이 있다. 첨단 장비를 사용해 이 화석들을 정밀 분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동굴 안에 살았던 인류 화석은 물론이고, 동굴에 유입된 다른 동물의 화석까지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한 후 동굴 내 삶의 모습을 재현해 내 현생인류와의 연관 관계를 밝혀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U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대단위 프로젝트 ‘FINDER’가 우리들의 원초적 조상 계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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