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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오 인디언이 라틴아메리카를 변화시켰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에서 고대 인류가 남겼던 12,800년 전 벽화가 발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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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오 인디언이 라틴 아메리카를 바꿨다?

선사시대 아메리카 원주민인 팔레오인디언(Paleo-Indians)이 라틴 아메리카를 변화시켰다는 첫 연구가 공개되었다. 이는 콜롬비아의 세라노 데 라 린도사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에서 고대 인류가 남겼던 12,800년 전 벽화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인데, 연구자들은 팔레오 인디언들이 멋진 동굴 예술을 통해서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삶과 환경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팔레오 인디언이란?

러시아와 미국 사이는 덴마크 출신의 항해사이자 탐험가인 비투스 베링(Vitus Bering)이 발견한 베링 해협(Bering Strait)이라 부르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다. 때문에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대륙은 상당히 다른 문화를 통하여 번성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빙하시대,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았을 때 이곳은 얼음으로 뒤덮여서 동 시베리아와 서알래스카는 사실상 소통이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현재에도 ‘자연이 만든’ 이 육교를 통해 이동하던 동물들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오차는 존재하지만 대략 최소 12,000년부터 최대 30,000여 년 전, 동아시아에 살던 유목민들과 북유라시아인계 인류는 먹잇감을 찾아서 사냥을 떠나던 중 이 육교를 건너 아메리카 땅의 원주민이 되었다고 알려졌다. 이들을 ‘팔레오 인디언(Paleo-Indian: ‘Paleo’는 그리스어로 ‘오래된’이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팔레오 인디언의 상상도 © kids.britannica.com

수 세기 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는 바람에 원주민들은 인디언이라고 불렀고, 이에 따라 이들 역시 또 다른 ‘인디언’이 되었지만 이들 원주민들은 사실 우리와 조상이 같거나 비슷한, 즉 유전학적으로 매우 비슷한 계통의 민족들이다. 유전적으로 보아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동아시아계와 가장 가깝다.

 

팔레오 인디언들은 어떤 문화유산을 남겼을까?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처음 건너간 팔레오 인디언들 중 수렵 채집인들은 현재의 라틴 아메리카로도 이주하며 동굴과 절벽에 암벽화를 그리며 삶의 흔적을 남겼다. 특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식물과 동물로 가득한 동굴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다양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이 그림들을 통해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법을 배웠는지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오늘날 이 지역의 생물 다양성과 문화에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대한 단서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 남아있는 팔레오 인디언 문화에 대한 주요 증거는 콜롬비아의 세라노 데 라 린도사(Serranía de La Lindosa)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 예술에서 발견되었다. 이곳의 벽화는 12,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빙하기 말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벽화는 12,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빙하기 말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 Erik.roger.fuller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대학교(University of Antioquia)에서 수년간 동굴을 연구해 온 고고학자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아세이투노(Francisco Javier Aceituno)는 이 벽화를 과거의 “사진”이라고 설명한다. 주로 붉은 황토색으로 그려진 이 예술품은 그 당시의 다양한 동물 종을 묘사하고 있는데, 일부 학자들은 이를 분석하여 땅 나무늘보나 토종말과 같이 지금은 멸종된 동물이나 소와 개 등 가축화된 종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남미 전역에서 젊은 세대에게 다양한 동식물을 언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교육 도 구로 사용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파타고니아 동굴에서 발견된 증거에 따르면 8,200년 전의 그림은 130여 세대에 걸쳐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었는데, 특히 사람들이 변화하는 기후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세이투노는 암벽화를 자신들이 그동안 수행한 고고학 발굴의 결과와 비교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발견한 그림과 벽화들은 마치 그 시절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의 작품 같다고 감탄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창의적인 표현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라노 데 라 린도사의 동굴 예술과 남미 다른 지역의 동굴 예술에는 영적인 세계를 묘사하는 상징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춤추는 의식이나 샤머니즘 의식을 묘사한 장면이 있으며 이러한 영적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은 자연의 힘을 제어함으로써 자연 세계를 길들이려고 했다고 추정된다.

춤추는 의식이나 샤머니즘 의식을 묘사한 장면이 있으며, 이러한 영적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은 자연의 힘을 제어함으로써 자연 세계를 길들이려고 했다고 추정된다. © Erik.roger.fulle

이러한 비물질적 실재들에 대한 믿음이나 영성들은 그림과 음악을 통해 전 세계 고대 예술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거가 인간이 자연 세계와 신성한 관계를 형성했던 가장 초기의 종교 형태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생하는 환각제는 초기 영성 및 종교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팔레오 인디언들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를 휩쓸었던 LSD 파티나 브라질의 현대 아야와스카 사용과 같이 환각제를 사용하여 영적인 상태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레오 인디언 문화는 현대 아마존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3,000~8,000년 전 아마존은 건조한 사바나와 관목 지대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열대 우림으로 변모했다고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했고 지역 문화와 토착민들은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했기에 이를 동굴 예술을 통해서 극복했다고 설명한다.

세라노 데 라 린도사의 발굴을 통해 아세이투노와 그의 동료들은 동굴 예술의 연대를 이 변화의 시기로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세이투노에 따르면 가장 놀라운 발견은 세라노 데 라 린도사에서 인류 문화가 12,000년 이상 살았다는 사실이다. 아세이투노는 인류가 기후 전환기에 아마존의 생물 다양성과 식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오늘날에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이 지역의 암벽화는 약 9,000년 전에 인간이 식물 종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힌트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현재 아마존에 유용한 식물이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아마존에는 음식과 의약품에 사용되는 식물이 유난히 풍부하다. 퀴닌과 코카인을 포함한 많은 의약품과 마약이 아마존에서 생산되어 “세계 최대의 약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은 바 있다. 한편 팔레오 인디언은 자연 자원 관리에서 균형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또한 식물과 동물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로 여긴 듯 보이며, 전문가들은 이에 팔레오 인디언들이 자원과 식량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보존 원칙을 지킨 듯 보인다고 설명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원주민 집단의 유전적 역사

아세이투노는 또 다른 문화유산으로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원주민 집단의 구석기 시대 유산을 꼽는다. 그는 현재 이 지역의 원주민 그룹이 숲을 이용하는 전통과 방법 그리고 “메소아메리카” 우주관(cosmovision)을 물려받았다고 설명한다. 메소아메리카 우주관의 요소 그리고 그들의 세계관은 제사 의식이나 우주의 모든 것이 한 쌍의 일부라는 원주민의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아세이투노는 이 사실을 통해서 현재의 원주민 공동체가 “생물학적 의미에서” 고인디언 문화의 직계 후손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비물질적 실재들에 대한 믿음들이나 영성들은 그림과 음악을 통해 전 세계 고대 예술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Leonardo Munoz/Agencia EFE/imago images

한편 최근의 고대 DNA 검사 기술은 지역 원주민 집단의 유전적 역사를 발견하고 다른 동굴 예술의 도움으로 그들의 문화가 남미 전역에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후속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Colonisation and early peopling of the Colombian Amazon during the Late Pleistocene and the Early Holocene: New evidence from La Serranía La Lindosa (플라이스토세 말기와 홀로세 초기 콜롬비아 아마존의 식민지화와 초기 인류: 라 세라노아 라 린도사의 새로운 증거), Gaspar Morcote-Ríos et al. 2021

Earliest directly dated rock art from Patagonia reveals socioecological resilience to mid-Holocene climate (파타고니아에서 직접 연대 측정한 최초의 암벽화로 드러난 홀로세 중기 기후에 대한 사회생태학적 회복력), Guadalupe Romero Villanueva et al. 2024

Datura quids at Pinwheel Cave, California, provide unambiguous confirmation of the ingestion of hallucinogens at a rock art site (암벽화 유적지에서 드러난 환각제 섭취에 대한 명확한 증거: 캘리포니아 바람개비 동굴의 다투라 퀴드), Robinson et al. 2020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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