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과학자팀이 현재까지 발굴된 것 중 가장 완벽한 네안데르탈인 골격을 바탕으로 흉곽 부위를 3D 가상현실로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 고대인류가 어떻게 움직이고 호흡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함께 이들의 생활상과 환경을 새롭게 엿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워싱턴대를 비롯한 스페인과 이스라엘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초점을 둔 부분은 심장과 폐 수용 공간을 형성하는 흉곽과 상부 척추가 있는 흉부.
연구팀은 케바라2(Kebara 2)로 알려진 약 6만년 된 네안데르탈인 남성 골격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분석해 가슴 3D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구성된 모습은 우리가 오랫동안 상상해 왔던, 잘 발달된 가슴과 약간 구부정한 모습을 한 ‘동굴거주자(caveman)’와는 다소 달랐다. 현대인보다 폐 용량은 더 크고, 척추가 현대인보다 더 곧추선 모습이었다. 관련동영상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30일자에 발표됐다.

중요한 신체 모습 현대인과 달라
논문 제1저자인 스페인 바스크 컨트리대 아시에르 고메즈-올리벤시아(Asier Gomez-Olivencia) 박사는 “흉부의 모양은 호흡과 균형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당시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워싱턴대(UW) 인류학과 패트리샤 크레이머(Patricia Kramer)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움직이는 방식은 이들이 가용한 자원을 활용해 생존할 수 있는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레이머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그 신체 모습은 우리와 다르다”며, “이들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했는지를 이해하면 우리 자신의 진화 경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년 전에 출현한 고인류로, 오늘날의 서유럽에서 중앙아시아까지 퍼져 살았다. 수렵 채집인으로서 어떤 지역에서는 동굴에 거주하기도 했다. 약 4만년 전 사라지기전까지 이들은 여러 차례의 빙하기를 헤쳐오기도 했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현생인류는 이종교배를 했으며, 그 결과 현대의 여러 인구군에도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남아있다.
지난해의 척추 연구에 이번 흉부 연구 덧붙여
네안데르탈인 유해는 지난 150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여러 지역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중 ‘모셰(Moshe)’라 이름 지은 골격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모셰는 1983년 북이스라엘 카르멜 산의 케바라 동굴에서 발굴됐다.
모셰는 두개골이 유실됐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네안데르탈 성인 남성 유골로는 가장 완벽한 것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팀이 연대를 측정한 결과 5만9000년~6만4000년 전 사이에 생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세기와 20세기에 이루어진 네안데르탈인 유해 발굴과 연구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이 구부정한 동굴거주자라는 이론을 펴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한층 명료해 졌다.
그러나 흉부의 구조, 폐 용량 및 네안데르탈인이 적응할 수 있었거나 혹은 할 수 없었던 조건들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어 왔다. 이번 연구는 흉부 3D 재건을 통해 이런 논란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크레이머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골격 등을 가상으로 재건하는 작업이 더욱 보편화되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흉부와 같이 뼈가 물러서 물리적 재건이 어렵고 위험한 화석에 유용한 방법이다.
약 2년 전 같은 연구팀은 케바라2 설골의 척추를 가상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성공해 네안데르탈인의 생체역학 이론을 수정 보완하는 첫 발을 내디뎠다.
연구팀은 지난해 1월 발표한 ‘인류 고생물학과 선사시대’(Human Paleontology and Prehistory)책자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직립 자세를 재확인하고 현대인보다 척추가 더 곧추섰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유골 관찰과 CT스캔 자료로 3D 재구성
이번 흉부 모델에서 연구팀은 두 가지 직접 관찰 자료를 사용했다. 하나는 현재 텔 아비브 대학에 보관된 케바라2 설골이고, 또 하나는 과학연구용 3D 소프트웨를 포함한, 척추와 갈비뼈 및 골반뼈에 대한 의학적 CT스캔 자료다.
이스라엘 바 일란대 알론 바라쉬(Alon Barash) 강사는 “이번 작업은 세심하게 진행됐다. 각 척추뼈와 모든 갈비뼈 조각을 하나하나 CT로 스캔한 다음 3D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 뼈 이미지와 현대인 남성의 뼈 스캔이미지와 비교하기 위해 형태학적 분석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고메즈-올리벤시아 박사는 “재건 과정에서 완전한 흉부를 나타내기 위해 변형된 부분은 가상적으로 잘라서 재배열하고 제대로 보존이 안된 부분은 복제 이미지를 썼다”고 밝혔다.
“숨쉴 때 횡격막에 의존”
연구팀의 이전 작업과 함께 이번 흉부 재구성을 살펴보면, 갈비뼈가 내측방향으로 척추와 연결돼 흉강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척추가 약간 뒤쪽으로 기울어지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현대인의 S자 모양 척추곡선보다는 덜 휘어진 모양이 된다.
스페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가상 인류학 연구소 마르쿠스 바스티르(Markus Bastir) 선임연구원은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흉부 모양 차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메즈-올리벤시아 박사는 “네안데르탈인 척추는 흉부의 더 안쪽에 위치해 더 높은 안정성을 제공한다”며, “또 흉부의 하부가 더 넓다”고 말했다. 흉곽이 이렇게 생기면 횡경막이 더 크고 따라서 폐 용량도 더 많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오노 아카데믹 컬리지의 엘라 빈(Ella Been)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의 폭 넓은 하부 흉부와 수평방향의 갈비뼈는 숨쉴 때 횡격막에 더 의존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현대인은 이와 달리 숨쉴 때 횡격막과 함께 흉곽의 팽창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본격 연구를 위한 준비운동”
크레이머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어떻게 생활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문은 여러 가지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어떻게 숨을 쉬었고, 어떤 신체적 요인 때문에 강력한 폐가 필요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움직였고, 그들이 살았던 환경은 어떠했을까? 이런 신체적 특징들이 기후 변화 적응에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했을까?
크레이머 교수는 이번 흉부 재구성에 대해 “출발선에서의 준비운동과 같은 것으로서, 네안데르탈인의 외모와 생활에 대한 과거 이론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업은 모든 조각이 없는 조각그림 맞추기와 같았으나 과하거나 편향되지 않게 중립적인 접근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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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0-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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