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소바인 한 명과 네안데르탈인 세 명의 혈액형을 분석한 결과, 이 인구군의 진화 역사와 건강, 취약성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엑스-마르세유대 연구팀은 오픈 엑세스 저널인 플로스 원(PLOS ONE) 28일 자에 이번 발견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약 30만~4만 년 전 서유럽에서부터 시베리아까지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살았던 고인류다. 여러 이전 연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 이 고인류 15개 개체의 전체 게놈 DNA 서열이 분석돼 이 종들에 대한 이해가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혈액형은 DNA에 암호화돼 있음에도 지금까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사하라 이남에서 나타나는 혈액형 대립유전자 공유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고인류학자인 실바나 콩데미(Silvana Condemi) 박사팀은 이전에 유전체가 분석된 10만~4만 년 전의 데니소바인 한 개체와 네안데르탈인 세 개체의 유전체를 조사해 이들의 혈액형을 결정하고 그 의미를 분석했다.
혈액형을 정확히 결정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43개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으나, 연구팀은 이 가운데 수혈을 위한 의료 환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7개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이 7개 혈액형 시스템은 ABO형을 포함한 H/ Se, Rh (Rhesus), Kell, Duffy, Kidd, MNS, Diego 등이었다.
분석 결과, 네 개체의 혈액형은 해당 종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보여주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ABO 혈액형에서 여러 형이 존재하는 다형성(polymorphic)이었고, 현대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혈액 그룹 대립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이 고인류들은 하나같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유래했다는 생각과 일치하는 혈액형 대립 유전자(alleles), 즉 같은 유전자의 다른 버전을 지니고 있었다.
낮은 출산율과 유아감염 취약성이 멸종 이끌어?
이와 함께 네안데르탈인의 혈액형과, 호주 원주민 및 토착 파푸아인 사이의 뚜렷한 유전적 연관성은 많은 현대인들이 동남아시아로 이주하기 전에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 사이에 교배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안데르탈인 개체들은 또한 현대인에 비해 질병에 더 취약한 혈액형 대립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이것이 태아와 신생아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많은 대립 유전자들의 가변성도 적었다.
이 같은 패턴은 네안데르탈인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낮고 생식 성공률이 저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멸종에 이르렀다는 기존의 증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런 발견들은 인간의 진화 역사 이해에 혈액형도 관련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논문 저자들은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혈액 그룹 시스템을 확인해 이들의 진화 역사를 더욱 잘 이해하는 한편, 유라시아에서 이들의 분산과 초기 호모사피엔스와의 이종 교배에 관한 가설을 강화해 준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에 대한 혈액 그룹 시스템 분석 결과는 이들의 아프리카 기원뿐 아니라 출산율에서의 약점 그리고 높은 유아 사망률로 이어질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취약성을 확인시켜준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21-08-0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