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과학 수사에서 치아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실종된 사람이 심하게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될 경우 치아의 배열이나 상태를 확인해 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인류학자들도 활용하고 있다. 4일 ‘스미소니언’ 지에 따르면 프랑스 툴루즈 3 대학의 인류학자들이 이탈리아에서 약 45만 년 전 치아 화석들을 발견했으며, 법의학적인 방식을 통해 이 치아들이 네안데르탈인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생성 절대연대(absolute age)보다 4만~13만 년 더 앞선 것이다. 인류학 관계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로 고대 인류조상의 가계도를 다시 작성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안데르탈인‧현생인류 관계 규명할 단서
인류학계 관계자들은 이 치아 화석들이 홍적세(洪積世, Pleistocene Epoch, 258만~1만 년) 중간기 동안 인류 조상이 어떤 가계도를 형성해왔는지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네안데르탈인은 인류 조상의 가계도를 형성하는데 있어 치열한 논란을 불러오는 ‘뜨거운 감자’였다.
20세기 초반까지 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을 현생인류와는 동떨어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라는 독립된 종이라고 보았다.
20세기 중반 들어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亞種)인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sapiens neanderthalensis)’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그러나 얼마 전 생명공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DNA(mitochondrial DNA)의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인류학자들 사이에서는 네인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서로 다른 종(種)으로 보아야 한다는 학설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또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우며 현생인류에 포함되는 일부 인종들의 경우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네안데르탈인의 혈통이 언제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혈통과 섞여졌는지’ 역시 과학계의 오래된 난제 중 하나다.
과학자들이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약 30만 년 전 이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반면 네안데르탈이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그 시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툴루즈 3 대학의 클레멘트 자놀리(Clément Zanolli) 교수 연구팀이 해결했다. 마이크로 CT 등 첨단 장비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발견한 치아 화석들의 형태를 세밀하게 분석했으며, 이들 화석들이 45만 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델베르그 원인이 공통조상일 수도”
중기 홍적세 때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치아가 발견된 곳은 로마 시 인근과 또 다른 도시인 트리에스터의 고대 유적지 두 곳이다. 관련 논문은 미국의 의학·과학 저널인 ‘PLOS ONE’ 4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 치아들이 이전에 발견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보다 4만~13만년 더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치아 분석 결과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대 인류 조상의 유전자 가계도를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인류학자, 데비 구아텔리-슈타인버그(Debbie Guatelli-Steinberg)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연구결과는 45 만 년 전이라는 오래된 시기에 유럽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고 밝히며 “현생인류에 이르는 인류 계보에 네안데르탈인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놀리 교수 연구팀은 그러나 “이 화석들이 다른 인류 조상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의 관계를 밝혀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속에 속한 고대 인류 종들의 계보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구아텔리-슈타인버그 교수는 “또 다른 고대 유럽인들의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탈리아에서 발견한 화석과 달리 네안데르탈인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이는 홍적세 기간 동안 유럽에 또 다른 인류 조상들이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약 60여만 년 전에 독일 하이델베르크 부근까지 진출했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공통 조상이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가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고대 인류 연구에 치아를 분석하는 방식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시카고 대학의 고인류학자 크리스틴 크뤼거(Kristin Krueger) 교수는 “치아의 끝과 돌기 그리고 치수강 등 치아 내부 공간은 인류 조상의 계보를 분류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고인류학에 있어 이정표가 될 중요한 연구사례”라며 “또 다른 연구를 통해 향후 치아를 통한 화석 연구가 더 활성화돼 인류 조상의 가계도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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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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