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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런던 = 김지원 통신원
2005-03-30

작지만 굉장한 과학, 나노기술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보는 나노과학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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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안에 넣어둔 작은 감응 장치가 혈액 안에 약간 이상한 징후를 포착해 신호를 보내면 즉각 주치의에게 정보가 전해진다. 비디오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과자봉지나 옷에도 장착할 수 있다. 수퍼마켓에 있는 상품들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코드가 있어 좀도둑을 끝까지 추적해 넘길 수도 있다. 머지않은 우리 미래의 일상적 모습이다.


이렇듯 끝이 없는 나노기술의 현주소를 런던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첨단과학의 여러 테마를 현대식 건축과 실내장식으로 꾸민 ‘웰컴윙’ 갤러리 가운데 1층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곳이 ‘안테나관’이다. ‘안테나관’은 과학박물관 중에서도 가장 첨단의 과학에 대한 가장 최신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어서 갈 때마다 새로운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일종의 과학계의 최신 이슈를 포착하는 그야말로 ‘안테나’ 구실을 하는 공간인 셈인데,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가 ‘나노테크놀로지’다. 따로이 문도 없이 통로 같은 열린 공간이어서 카페에서 쉴 수도 있고,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의 최신 뉴스를 앉아서 볼 수도 있는 작은 광장같은 곳이다.


대서양에 발자국 하나 길이인 나노미터

멀리 보이는 빨아들일 듯한 빨간색의 병풍같은 설치대로 다가가니 바로 ‘나노테크놀로지’를 다루는 작은 전시코너다. 입구인 듯 ‘나노테크놀로지’를 안내하는 전시대에는 ‘조그맣지만 굉장한 과학’이라는 부제로 철의 원자를 크게 확대시킨 사진이 전위예술처럼 둘러쳐 있다. 간이벽으로 엇갈려 설치된 전시대는 ‘건강’ ‘여가생활’ ‘안전’ 같은 굵직한 주제로 전시물과 설명, 그리고 좀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손화면 컴퓨터가 있다.


나노테크놀로지란 이곳 설명에 따르면 아주 작은 물질을 만들고 조작하고 측정하는 기술이다. 작은 물질은 눈으로 보기엔 너무 작으니까 따로 ‘나노미터’라는 단위를 만들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소 길이단위는 밀리미터인데, 나노미터는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작은 개미의 머리통만한 1밀리미터를 1천배 축소시키면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데, 그걸 또다시 1천배로 축소시킨 단위가 ‘1나노미터’다. 그렇게 말해도 보통 사람은 그 길이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안테나관’에서 제시한 과학적 비교를 보고 나서야 ‘나노미터’의 개념이 잡히게 된다.


예컨대, 1나노미터는 대서양 폭의 길이에 비하면 발자국 하나에 해당한다. 1밀리미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1나노미터의 양은 런던의 빅벤 시계탑 높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종이의 양과 같다. 1 나노미터는 작은 핀의 머리 직경의 1백만분의 1 정도다. 사방 1미터의 정사각형을 물 한방울로 덮었을 때의 두께가 1나노미터다. 우리 머리카락의 굵기는 약 8만 나노미터이고, 머리카락은 1초에 6나노미터 손톱은 1초에 1나노미터 자란다.


화장품에서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나노기술과 우리의 일상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너무나 많다. 우선 건강과 피부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노 기술을 통해 질병을 초기에 예방할 수 있으며 약물을 아주 적확한 부위에 직접 투여할 수 있다. 전시대에는 나노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부서진 골절을 접합시킬 때 유용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뼈를 접합시킬 때 철을 사용하면 서로 어긋나기 쉽지만,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 결정체층으로 덮으면 저항이 훨씬 적다. 기본적으로 뼈가 탄소로 구성돼 있는데, 다이아몬드는 바로 탄소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목욕탕의 세균번식을 방지하기 위한 항균작용이라든가, 태양광선을 막아주는 데 필요한 아연산 함유 화장품에도 나노입자의 활약은 어김없이 두드러진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해서 그렇지 생활 곳곳에 나노 기술은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여름에 시원한 느낌을 주는 느낌의 옷이라든가, 땀냄새와 발곰팡이를 없애주는 양말도 모두 나노 기술 덕분이다. 운동에 있어선 더욱 효과가 크다. 스포츠과학이란 다름아닌 나노기술을 말한다. 육상 선수들에겐 땅에 발을 디딜 때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운동화와 더 강력한 운동기구, 지구력을 길러주는 데 모두 나노기술이 도입된다. 정구채나 골프채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내성이 강한 탄소 나노튜브를 사용하면 훨씬 뒤틀림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 단단하다.


‘안테나관’에서 알게 된 흥미롭고 새로운 사실은 더 많다. 지금은 흔한 엠피3 플레이어가 5천곡을 담을 수 있는 것은 나노크기의 컴퓨터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칩 하나는 크기가 눈동자의 동공만한데 여기에 100 나노미터의 트랜지스터가 10억개 들어간다. 그러니까 트랜지스터를 집채만한 크기라 한다면, 컴퓨터 칩은 아일랜드 전체 면적에 해당한다. 나노입자는 군인의 방탄복이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강력한 무기로도 이용될 수 있고, 공해 물질을 제거하거나 오염을 방지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생각거리 던져주는 ‘나노기술’의 미래

이쯤해서 나노기술의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 섭렵했나 싶으면 마지막에 ‘생각하고 의견 말하기’ 코너가 있다. 세대의 컴퓨터에는 각기 하나씩 나노기술에 관한 논쟁의 주제를 다루는데, 예컨대 ‘나노기술과 사생활침해’라든가, 나노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발명품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과 함께 들은 후 나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해놓은 소통의 공간인 셈이다. 이곳에 남긴 의견은 정부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속해 있는 ‘무역산업부’(The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로 넘겨진다.


나노기술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어서 화장품과 스포츠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에 나노기술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노 입자가 우리 몸 속이나 환경에 파고드는 것이 혹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개인의 정보가 조작되고 통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전시관은 나노기술이 그 화려하고 다채로운 활용성과 함께 아직 확인되지 않은 효과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게끔 유도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를 위한 투자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면, 이제 보통 사람들에게도 나노기술의 현재를 적극 알리고, 우리 삶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문화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런던 과학박물관의 ‘나노테크놀로지’ 전시는 과학기술과 일반인 사이에 충분한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과학문화의 최전선이다.


참조 : 과학박물관 http://www.sciencemuseum.org.uk

무역산업부 http://www.dti.gov.uk

런던 = 김지원 통신원
저작권자 2005-03-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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