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감퇴된 상관 기억 사이의 고리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신경과학 연구팀은 실험 쥐의 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력된 서로 다른 기억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지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나이가 들면 통상 기억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해진다. 연구팀은 중년층의 뇌에서 이같이 분리된 기억들을 재연결하는 방법을 고안해 냄으로써 노화에 따른 기억 감퇴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해결방법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알치노 실바(Alcino Silva) 의대 신경생물학 교수는 “신경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뇌가 단일 기억들을 어떻게 생성하고 축적하는지를 연구하는데 초점을 두었으나, 우리 연구팀은 뇌가 두 기억 사이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시간의 경과가 연결성의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데니스 카이(Denise Cai) 실바 교수실 연구원은 “실생활에서 기억들은 동떨어져서 생겨나지 않는다”며, “과거 경험들이 새로운 기억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견하고 입력된 정보로 미래의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복잡한 실험을 통해 젊은 쥐와 중년의 쥐들이 각각 5시간과 7일 동안 분리된 경험의 기억들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를 조사했다.
뇌신경세포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UCLA 신경과학자 페이먼 골샤니(Peyman Golshani), 발지트 카크(Baljit Khakh) 박사와 실바 교수가 백악관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와 의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미니스코프(Miniscope)란 미세 현미경을 활용했다. 이 현미경은 강력한 카메라를 장착해 연구자들이 젊은 쥐의 뇌 속에서 움직이는 신경세포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쥐의 머리에 설치된 현미경은 쥐들이 자연환경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신경세포가 작동하는 모습을 비추었다.
각각의 실험 쥐는 한번에 10분 동안 냄새나 모양, 조명이나 바닥재가 서로 다른 세 개의 상자에 놓여졌다. 일주일 동안은 첫 번째 상자와 두 번째 상자에 분리해서 배치했다. 그리고 5시간 동안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상자에 넣어두었다. 세 번째 상자에서는 나중에 발에 가벼운 자극이 가해지도록 했다.
이틀 후 쥐들을 세 개의 상자로 복귀시키자 예상했던 대로 세 번째 상자 안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쥐들은 자극을 받았던 두려움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다음에 놀라운 일이 생겼다. 실바 교수는 “아무런 자극이 일어나지 않았던 두 번째 상자에 들어간 쥐들도 움츠러들었다”며, “이것은 쥐들이 세 번째 상자 안에서의 자극 경험을 5시간 전에 있었던 두 번째 박스에서의 경험에 전이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이 연구원은 “세 번째 상자 안에서의 자극을 기록한 같은 뇌세포들이 그 기억을 몇시간 전에 있었던 두 번째 상자 안의 경험에 부호화시켰다”며, “시간상 가까운 기억 속에 있는 실험동물의 경험 가운데 20% 이상이 뇌신경회로에 겹쳐지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실바 교수는 이에 대해 “기억은 뇌에서 어떻게 부호화되고 축적되느냐에 따라 상관관계를 갖게 되는데, 하나의 기억을 상기하면 시간상 관계가 있는 다른 기억을 상기하도록 촉발한다”고 덧붙였다.
뇌세포 흥분돼야 기억력 작동
실바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뇌신경세포는 흥분해서 작동 준비가 됐을 때 기억을 부호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흥분한 뇌는 마치 운동 전 근육을 스트레칭하거나 주행 전 차의 시동을 걸어놓는 것과 같다는 것.
연구팀은 노화가 뉴런을 충분히 흥분시키는 힘을 약화시킨다는 의구심을 갖고 중년 나이의 쥐에 두 개의 상자를 이용해 같은 실험을 했다. 자극은 두 번째 상자에서 주었다. 실험결과는 그렇게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카이 연구원은 “나이가 많은 쥐들은 자극을 받았던 상자 안에서만 움츠러들었고, 첫 번째 상자 안에서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세 현미경을 이용해 뇌 안을 살펴보자 두 개의 기억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았고, 각각 다른 신경회로에 부호화되어 있었다.
잃어버린 기억 되살리기
연구팀은 나이 든 쥐의 기억 연계 능력을 되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카이 연구원은 쥐를 상자에 넣기 전에 생물학적 도구를 써서 뇌 해마 부위의 작은 부분을 흥분시켰다. 쥐들은 이틀 후 두 번째 상자에서 발에 쇼크를 받도록 했다.
실바 교수는 “해마 부위를 자극시킨 후 중년 쥐들을 첫 번째 상자에 다시 넣자 이들이 움츠러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두 번째 상자에서의 자극 경험이 첫 번째 상자에서 나타난 것으로 흥분성(excitability)을 증가시키면 노화에 따라 기억 연계능력이 감퇴된 것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카이 연구원과 실바 교수는 현재 FDA 승인을 받은 약 중에서 중년 쥐들의 기억 연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약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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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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