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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런던 = 김지원 통신원
2005-01-09

새해에 그려보는 올 영국 과학계 변화 유럽 최초 인간배아복제실험 본격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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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으레 희망과 기대로 한해를 예측하고 전망한다. 21세기에서 훌쩍 5년을 성큼 내디딘 새해, 영국은 어떤 중요한 일들을 예정하고 있을까. 우선 4년마다 치르는 올봄 총선이 가장 큰 영국 내 일정이다. 보수당이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이 사상 최초로 3기 연속 재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예측이다. 따라서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은 큰 변화 없이 줄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생물과학과 우주공학의 시대

지난해 우리 나라의 황우석 박사가 인간 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해 세계적 뉴스가 됐다. 영국에서도 의료연구를 위한 유럽 최초의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뉴카슬 생명센터의 알리슨 머독 교수와 미오드래드 스토코비치 박사팀은 지난해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의 연구허용을 승인받았다. 또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에딘버러의 로슬린 연구소 이언 윌무트 박사와 런던의 정신의학연구소 크리스토퍼 쇼 교수도 2005년 퇴행성 근육신경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인간 배아 복제 연구의 허용을 승인받았다. 영국은 인간수정태생학위원회(HFEA:Human Fertilisation and Embryology Autority)에 의해 인간복제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두 팀은 인간배아의 줄기세포를 통해 심각한 질병의 치료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멀린생명과학'(Merlin Biosciences) 의장인 크리스 에반스 경이 적극적 기금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실험에서 개발된 세포 치료를 일반 의료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민간 의료재단을 위한 4억파운드(약 8천억원) 재정을 모은다는 목표다. 과학계 인물의 변동도 예상된다. 영국 최고의 과학 학술원인 왕립협회(Royal Society)는 올해 새 의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데, 천문학자 마틴 리즈와 노벨상 수상자이며 뉴욕 록펠러 대학 총장인 폴 널스 경이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최장기 재임을 기록하고 있는 통상산업부 과학기술담당 장관 데이비드 세인스버리 경도 퇴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2월 콜럼비아호 폭발 이후 우주 탐사가 중단된 가운데 올 봄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이 다시 우주 정거장을 향해 발사될 예정이다. 영국 서섹스 출신의 우주비행사 피어스 셀러가 탑승할 계획이어서 영국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국은 2003년 크리스마스 때 화성 착륙을 계획했던 비글 2호가 연락 두절로 실종돼 우주 탐사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기술진을 이끌었던 개방대학의 콜린 필링거 교수는 화성 탐사선 비글 3호 제작을 위한 기금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필링거 박사는 영국 정부에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지만 아직 일정은 모호한 상태다. 한편 지난 1997년 토성 우주탐사선 카시니가 토성 궤도에 진입한 이후 토성 최대 위성인 타이탄 탐사 로봇 호이겐스가 오는 1월 14일 카시니에서 분리 착륙하게 된다. 베일에 싸여 있던 어두운 표면의 실체를 탐사할 예정이어서 영국의 과학자들은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이밖에 2005년도 노벨상 수상 후보자 가운데 영국의 봅 에드워드 박사가 꼽히고 있다. 에드워드 박사는 1988년 사망한 패트릭 스텝토와 함께 인공 수정(IVF: In Vitro Fertilisation) 기술을 개발해 의료과학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도 있다. '유명한 실험실'(FameLab)이라는 프로그램을 채널4에서 마련, 로버트 윈스톤, 수잔 그린필드 같은 최고 과학자들을 조명한다. 데일리 텔리그라프와 함께 첼튼햄 과학 축제 등 영국 전역의 과학 인물을 조명하게 된다.



건강 보건과 교통 분야

영국은 국가의료서비스(NHS:National Health Service) 제도를 통해 2005년 4월부터 태아 수정에 문제를 지닌 부부를 대상으로 무료 인공 수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40세 미만 여성에게 수정이 될 때까지 반복 시술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978년 처음 실험관 아기가 탄생한 이래 전세계 수천명의 아기가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났다. 한편 국가의료서비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술 환자의 대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올해도 계속한다. 이미 지난해 환자의 최대 대기 기간을 9개월을 넘지 않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3월말까지 대기 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킬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영국에서 대기 기간 9개월을 넘긴 환자는 57명으로 이는 2002년 3월 12만 5천명이 9개월 이상 기다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수술 대기환자의 명단을 줄이기 위한 장려책은 정부가 진단진료센터(DTCs: diagnostic and treatment centres)를 열어 더욱 효과를 거둘 모양이다. 전문위원회는 백내장 수술 같은 최장기 대기환자의 특별 수술에 집중하게 된다. 올해는 또 출범한 지 일년이 채 안된 건강복지위원회(Healthcare Commission)가 위원장인 이언 케네디 경의 지휘 아래 강력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영국 국가의료서비스(NHS)와 민간병원의 실질적 실행 평가를 통해 수십억 파운드에 이르는 국민 보건 비용이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감사하고 결과 보고서를 직접 의회에 제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건강복지위원회는 각 의료기관의 실행 평가를 위한 연구조사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며 그에 대한 상담을 오는 2월까지 병행한다. 감사에 있어 의료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협조를 유발하며 정보를 공유한다는 원칙 아래 감사와 평가 기준에 대한 합의사항을 공개한다.


교통기관 민간화 이후 해마다 조금씩 올랐던 버스와 지하철, 철도 이용 요금이 올해도 평균 4% 올라 영국인의 교통요금 부담이 훨씬 높아졌다. 서비스는 달라진 게 없는 가운데 요금이 오르자 교통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철도와 고속도로 증강을 위한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하면서 올 봄 총선 이후 내각의 개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낡을 대로 낡은 철로의 재건설, 일괄적으로 징수하는 현재의 고속도로 이용료 대신 이용자에게만 과세하도록 하는 세제 개혁, 대중 교통 기술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재정 지원 등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2012년 올림픽 개최지 최종 결정이 올 7월 발표되면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런던의 교통 시스템은 전면적 개혁이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2012년까지 지하철망을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계획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년 초 스탠스테드 공항의 새 활주로 적법성 여부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날 예정이어서, 교통부 장관의 입지가 주목된다. 정부가 패소하게 되면 남동부 지역 공항 이용의 심각한 혼잡은 달리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통신과 개인용 기술상품

휴대폰은 지난 20년간 영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술 분야이며, 인구 수보다 더 많은 휴대폰이 팔리고, 이동통신 요금을 가장 많이 지불하는 휴대폰 최강의시장으로 떠올랐다. 영국 성인의 거의 모두와 십대 두 명 중 한 명꼴로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230억개의 문자 메시지가 전달됐으며 200억 통의 통화가 휴대폰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영국회사 '커뮤닉8'은 얼마전 4세부터 8세까지 유아들을 위한 단순기능의 휴대폰 '마이모'를 출시해 인기를 모으고 있어서 휴대폰의 휴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휴대폰 인기는 개인 컴퓨터가 나온 지 40년이 됐지만, 아직 영국사회 각 가정마다 보급되지는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동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휴대폰 회사들은 초고속 '제3세대' 휴대폰 기술개발에 수십억 파운드씩 투자를 했다. 올해는 바로 투자에 대한 각 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회사들은 각기 비디오폰, 뉴스와 스포츠 단신, 컴퓨터 게임 등의 솔루션과 결합한 휴대폰을 내놓고 있는데, 음성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대한가격 경쟁은 격렬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이 무선 이메일 장비와 휴대폰을 결합해 개인정보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서버 소프트웨어인 '블랙베리'의 해였다면, 2005년은 훨씬 기능이 다양해진 무선 인터넷 솔루션과 결합한 '스마트 모바일폰'의 형태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대형 평면 TV의 인기도 갈수록 높아져 2005년에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평면 화면은 크리스마스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애플은 연초 소형 '아이포드' 음악기기를 선보일 예정이고, 소니는 삼월에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테크노매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영국인의 삶은 유전공학에서부터 이동통신 기술에 이르기까지 각 개인이 첨단 과학기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21세기형 과학생활 방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런던 = 김지원 통신원
저작권자 2005-0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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