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의 개발은 인류의 과학기술을 한 차원 높이는 데 큰 일조를 했다. 현미경이 있었기에 인간의 유전자와 세포 등을 보다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고 바이오 분야의 기술이 한층 발전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현미경의 성능 역시 더욱 정밀해졌다. 때문에 빛의 회절현상으로 인해 형광파장 절반 이하의 구조는 구분하지 못하는 기존의 광학 현미경의 단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10여 년간 빛의 비선형적 성질을 이용해 빛의 회절한계를 넘어 수십 나노미터의 해상도를 제공하는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이 개발됐다.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은 이름 그대로 높은 해상도로 피사체를 관찰할 수 있는다. 이로 인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세포 내 소기관의 동작기제를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의료연구와 생명공학 연구에 적극 이용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기존의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의 경우 레이저 세기가 너무 강해 세포가 피해를 입거나 특수한 형광물질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때문에 기존의 실험방법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작용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간섭무늬 이용, 해상도 높은 현미경 개발
국내 연구진이 기존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예종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이 레이저의 간섭무늬를 이용해 기존 광학현미경보다 세 배 이상 높은 형광현미경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생물실험에서 흔히 사용하는 형광물질로도 전자현미경 해상도에 근접하는 수준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상용성이 높아짐에 따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이란 형광물질의 깜빡임 같은 광학적인 비선형성을 이용해 수십 나노미터의 구조를 영상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빛의 회절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과는 다른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가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형광현미경을 많이 사용하며 해상도를 높이는 연구도 다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장이 2분의1 이하로 내려가기 힘든 경우가 문제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점 중 하나로, 형광입자들의 빛이 깜빡거리는 것을 응용한 결과죠.”
예 교수팀은 기존의 형광현미경에 스페클 조명을 적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이용했다. 스페클이란 불규칙한 표면에 레이저가 부딪히며 반사될 때 나타나는 빛의 간섭무늬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깜빡이는 형광물질을 새롭게 만드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무엇보다 80나노미터의 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동안 간섭무늬는 영상처리에서 제거해야 할 잡음으로만 간주됐지만, 예 교수팀은 역발상으로 이를 기술에 적용, 간섭무늬에 담긴 정보를 수집해 해상도를 높이는 데 이용한 것이다.
“기존에는 형광현미경으로 물체를 관찰하기 위해 형광물질을 점멸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어요.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물체 대신 조명을 이용해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대상물체에 따라 형광물질을 다르게 디자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극복한 거죠.
레이저를 강하게 분사시키면 시료가 상하게 됩니다. 반면, 빛을 깜빡거리게 하면 새로운 형광물질이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빛을 무작위로 랜덤 형태로 패턴을 만들도록 했어요. 이렇게 하면 기존의 형광물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빛을 무작위로 깜빡거리게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정보 역시 질서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성질을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예 교수팀은 빛이 랜덤하게 움직인다 해도 그 안에서 공통된 물질을 찾아내 기존 선형적 방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선형의 알고리즘에 비선형 방법을 적용시킨 것이다.
이는 스페클 조명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형광물질은 제자리에 있고 형광물질의 분포는 전체 영상에서 작은 영역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연구팀은 신호가 희소할수록 더 좋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는 압축센싱(Compressive Sensing) 알고리즘을 이용했다.
압축센싱 기술이란 신호획득의 기본원리로 불리는 나이퀴스트(Nyquist) 한계에서 논의되는 샘플보다 훨씬 적은 샘플로도 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바이오 및 의료영상 분야에서 시공간적 분해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상을 복원할 수 있어 장점이 부각됐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해상도를 약 세 배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이전에도 비슷하게 시도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일정한 줄무늬를 적용시킨 후 그것을 이용해 이미지를 변절시켜서 해상도를 약 두 배 정도 높이는 연구였어요. 하지만 그 방법은 패턴들을 정확히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더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었죠.”
이외에도 해상도를 무작위로 높이려는 연구도 진행됐으나, 해당 방법 역시 관측 대상의 비선형성을 생각하지 않고 선형적 알고리즘을 사용했기 때문에 해상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비선형 방법을 이용, 기존 두 배 정도의 해상도에서 그 수준을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불어 기존의 관찰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해도 될 뿐 아니라 강한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높은 응용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존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형광 단백질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단백질 조절이 쉽지 않아요. 우리 연구팀의 연구는 형광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융합 연구가 이룬 쾌거
예종철 교수는 연구에 대해 언급하며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예 교수는 콘셉트와 시스템적인 면에서 해당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으며, 이를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나노 구조와 바이올로지 전문가들의 도움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융합연구가 이룬 큰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바이오 뇌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만, 이번 연구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했거든요. 때문에 다양한 전문분야 관계자들이 힘을 쓴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 교수가 이번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압축센싱이라는 비선형적 방법을 통해 해상도를 높이는 시스템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모든 시스템에 해당 방법을 적용할 경우 해상도를 극복하는 큰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디어가 잘 들어맞은 것이죠. 이번 연구는 기존 현미경에 비해 높은 해상도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지를 세 배 크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수치상으로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를 실제로 살펴보면 높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어요.
사실 현미경의 높은 해상도가 중요한 이유는 세포의 소기관이 어떤 구조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만약 강한 레이저를 사용해서 이들 세포가 모두 죽었다면 문제가 발생하겠죠.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방법을 새롭게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생물학적인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현미경이 깜빡거렸던 기존의 방법 대신 조명이 점멸하도록 한 방법은 기존에도 있던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것은 패턴을 준다든지 혹은 선형적 방법을 통해 이미지를 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120나노미터 이하로는 관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 팀의 연구는 현재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명을 더욱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도 나올 수 있어요. 새롭게 현미경을 만들지 않고도, 부품 하나만 새롭게 바꾼 채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많은 생물학자들의 연구 환경이 더욱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예 교수는 최근 들어 좋은 시스템을 갖춘 현미경들이 개발됐다지만 기존 생물학자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새롭게 개발된 많은 현미경들은 시스템이 복잡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기존의 것을 사용하지 못하고 새롭게 다시 구매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형광물질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생물 실험에서 중요한 것이 새로운 프로토콜로 바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우리 연구팀의 시스템은 그에 비해 매우 간단합니다. 또한 조명만 간단히 바꿔주는 방식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손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생물학 분야에서 보편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결과에 대한 의의를 언급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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