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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6-06-03

환경을 바꾸니 흉악범죄 20% 감소 환경 디자인 '셉테드' 주목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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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흉악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따른 예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흉악범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초구에 마련된 셉테드 도입 도로 '여성 안심 귀갓길'
서초구에 마련된 셉테드 도입 도로 '여성 안심 귀갓길' ⓒ 국토정보공사

경찰은 CCTV 설치의 확대 및 방범 순찰 강화 등, 범죄에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보안 활동을 강화하고는 있으나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적 요소가 제거되지 않는 이상, 범죄자가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 그렇다면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 이 같은 생각에서 시작된 새로운 환경설계 기법이 있다. 이른바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이라 불리는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다. 거리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고, 조명도 밝게 바꿔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범죄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디자인

셉테드란 건축물이나 도로 같은 도시시설이 범죄를 예방 할 수 있도록, 설계단계부터 아예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환경설계 디자인을 말한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셉테드를 도입하여 범죄 예방에 활용해왔다. 도입 이전만 하더라도 주로 주거지와 상업지, 그리고 학교 주변 등을 대상으로 방범 활동에 주력했지만, 각 도시들마다 셉테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범죄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례로 보스턴시는 1980년대 초에 접어들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 셉테드를 도입했다. 우범 지대에 위치해 있던 주택단지에는 가로등이 추가로 설치됐고, 보기 흉한 낙서로 가득했던 거리의 벽은 밝고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졌다.

막다른 골목을 조성하는 설계 기법인 쿨데삭 ⓒ 국토정보공사
막다른 골목을 조성하는 설계 기법인 쿨데삭 ⓒ 국토정보공사

또한 불량배들이 모이는 어둡던 곳은 화사한 정원으로 바꿨고, 뒷골목으로 연결되는 건물 후문은 늦은 밤부터 아침까지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그 결과 보스톤시는 절도와 강도, 폭력 등의 범죄 발생률이 2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국내의 경우는 미국에 비해 30년 정도가 지난 2005년에 부천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주택 밀집 지역이었던 고강동과 심곡동을 시범지역으로 하여 셉테드를 시행한 결과, 범죄 발생률이 이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서울시 서초구가 귀가 여성의 안전을 위해, 이면 도로의 노면마다 50~70m 간격으로 ‘여성 안심 귀갓길’이라는 글씨를 표시해 놓았고, 보안등을 LED 등으로 교체하는 등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어 범죄 예방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셉테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청의 관계자는 “도입에 따른 성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고는 있지만, 관련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제도 도입 단계에서 범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셉테드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죄 발생율 낮춘 셉테드 도입 사례

다음은 셉테드 도입을 통해 범죄 발생율을 대폭 낮추면서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전 세계의 사례들이다.

▶ 도주로를 차단하는 막다른 골목, ‘쿨데삭(Cul-de-sac)’

쿨데삭이란 ‘막다른 골목’을 뜻하는 프랑스어로서, 도로에 이어진 골목 끝을 주거 단지로 막아 놓은 주거 환경 설계법이다. 이 설계법은 주거 단지가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뻗어 있고, 공용 공간은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보행자의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침입과 도주가 쉽지 않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범죄 발생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 쿨데삭 설계 방법을 도입한 도시로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외곽 지역과 영국 런던 근교의 전원도시, 그리고 미국의 부촌 지역으로 유명한 비버리힐즈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판교 신도시가 이 설계 방법을 적용하여 도로를 조성했다.

▶ 빈민가의 환경을 바꾸는 ‘페인팅 프로젝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인 파벨라 지역은 폭력과 마약 등의 범죄들로 가득한 슬럼가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판자촌과 미로 같은 복잡한 골목 때문에 온갖 범죄자들이 모여들면서, 파벨라는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이곳에 수십명의 네덜란드의 화가들이 마을 거주민들과 함께 무지갯빛 벽화를 그리면서 아름다운 변화가 시작됐다. 그 결과 이 지역은 범죄율이 25%나 낮아지게 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고, 축제가 이어지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원 프로젝트로 변신하고 있는 덴마크의 우범 지대  ⓒ 국토정보공사
공원 프로젝트로 변신하고 있는 덴마크의 우범 지대 ⓒ 국토정보공사

▶ 범죄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바나나 파크’

덴마크 코펜하겐의 뇌레브로 지역은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우범지대였다. 버려진 집들을 비행 청소년들이 아지트로 사용하면서, 총기 사고와 마약 거래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슬럼가 중 하나였다.

그러던 이곳에 바나나 파크(BaNanna Park)라는 이름의 공원이 조성되면서 넓은 잔디밭과 농구대, 그리고 등반연습을 할 수 있는 인공암벽 등이 설치됐다. 그 결과 범죄의 늪이었던 이 곳이 지금은 청소년들과 주민들을 위한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여 지역발전에 활력을 주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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