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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9

한국의 금문교를 만든다 - (32) 토목공학 기술사 장기식 기술사 대림산업(주) 토목사업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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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문교, 영국의 런던 브릿지 등 나라마다 각국을 상징하는 멋진 다리가 있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다리가 무엇인가 물어올 때마다 뭐라고 대답할까를 한참 고민해왔는데 이런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다리가 새로 건설되었다.


21세기 서해안 시대의 상징이자 동북아 시대를 이끌어갈 서해교역의 관문 서해대교가 바로 한국의 상징적인 다리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답하고 있다.


1993년 11월 착공된 후 만 7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완공된 서해대교는 그 규모나 외형에 있어 국내 최고의 교량을 자랑하며 길이 7,310m, 폭 31.4m에 왕복 6차선으로 건설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다리이다.


2001년 2월 우리의 서해대교가 미국토목협회(ASCE) 학회지에 소개되었다. 성수대교 붕괴로 추락해버린 한국 토목기술의 위상을 회복시키고 이를 세계 속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 기술진들이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교량건설문화의 새 역사를 세운다는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서해대교 건설에 착공했으나 우리의 건설 역군들은 ‘저 망망대해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 것인가!’라는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최대의 조수간만의 차이 9.3m라는 지형적인 불리함과 초속 25.7m가 넘는 풍속, 초속 2.3m가 넘는 빠른 유속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엄청난 자연의 힘을 극복해야만 하는 난공사를 신장비 개발과 새로운 공법과 기술로 극복해낸 건설 역군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연투입 인원 200만명, 연투입 장비 45만대, 철근 12만톤, 시멘트 32만톤, 사장교케이블 200톤, 강형 1만2천톤 등 막대한 물자와 인원이 투입된 대공사였다. 풍속 초당 65m의 강풍에도 흔들림이 없고, 리히터 규모 6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규모뿐만이 아니라 성능 면에서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교량이다.


서해대교의 성공적 건설은 국내 교량건설기술의 향상과 더불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진외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하나 더 추가시킨 건설 역군들의 숨은 노력에 감사를 표하며 토목공학 분야와 그들의 활약에 대해 알아보자.


토목공학이란?

토목공사란 개인을 상대하는 건축보다는 지역 또는 국가의 복리를 우선하고 평화와 생활의 편의를 위한 건설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교량 등 큰 구조물을 다루는 구조공학 분야, 댐 건설과 수리구조물을 다루는 수공학 분야, 수질 대기 오염 등을 다루는 환경공학 분야, 도로 항만 등의 교통 분야가 있으며 그밖에 연관된 분야로는 토질, 측량, 수자원, 콘크리트 공학 등 토목공학의 분야는 다양하다.


근래에 와서 사회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교통 및 도시의 재개발과 재배치 등을 위한 환경 도시공학 등의 학문이 독립된 과(科)로서 분화되고 있다. 이처럼 넓은 분야를 다루는 토목공학은 산업의 고도성장을 위한 기초학문으로서 인류의 문명이 존속하는 한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이다.


토목공학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토목공학과 관련된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공과대학에 있는 토목공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에서는 컴퓨터개론 및 실습, 측량학 및 실습, 기초유체역학, 측량학, 재료역학, 공학수학, 응용동력학 등 기초적인 역학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학 과목을 주로 학습한다.


수리학, 토질역학, 구조역학, 철근콘크리트, 수문학, 시공학 등 제반 분야의 역학을 공부하며 역학적 지식을 구체적인 대상에 적용하고 전산기를 이용하는 과목으로 토질 공학, PS콘크리트이론, 수자원공학, 포장공학, 교량공학, 철도공학, 항만공학, 행령구조해석, 철근콘크리트 구조설계 중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공부한다.


항상 지나다니는 길, 건너가는 다리, 항상 드나드는 건물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강한 책임감, 치밀하고 조직적인 두뇌, 물리현상과 그 변화에 흥미와 관심, 진취적인 정신이 필요하다.


국토종합 개발계획, 각종 도시 및 지역 개발계획, 지역균형 발전대책 등을 시행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 산하의 각 부처에 계획, 설계, 운영 및 관리 등의 전문 인력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방자치시대에 돌입하여 시, 도별로 전문인력 확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1970년대 전후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건설 붐이 가라앉고, 국내건설 경기가 침체국면인 상황에다 전반적인 산업 추세가 첨단산업을 우선하므로 토목공학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으나 토목자체가 기간산업으로 앞으로 국토개발, 주택건설 등에 많은 인력을 꾸준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진출의 기회와 영역은 넓다.


위축되었던 건설경기가 현재 회복세에 있으며, 공공부분에 대한 정책적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직업전망은 밝다.


대학원을 진학하여 학계에 남는 경우가 있고 사회에 진출하면 교통부, 건설부 등의 관공서와 산업지 개발공사, 수자원공사와 같은 국영기업체의 연구기관에 종사할 수도 있다.


많은 수가 건설회사, 감리전문회사, 주택건설회사, 건축사 사무소, 기술사 사무소, 안전진단전문기관, 품질검사 전문기관, 유지관리회사, 건설교육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토목기사, 측량기사, 각 종 관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에 유리하다.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다리를 설계 하련다!


장기식 기술사 대림산업(주) 토목사업본부 차장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대림산업(주)에 입사해 15년째 근무 중이다. 보령화력발전소(#3~#6호기), 말레이시아 GPP (Gas Plant Project) 및 서해대교 건설공사 등에 참여했다.


건설현장 최일선에서 고난도의 공사를 수행하면서 공법개선, 신기술 및 신공법 등을 적극 도입하여 시행하였으며, 특히 서해대교건설공사의 사장교 주탑 시공 및 사장교 케이블가설에 선진외국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기술 자립에 초석을 마련했다.


풍부한 경험 및 효율적인 업무수행으로 무재해, 고품질, 친환경, 견실시공 등을 통해 건설선진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건설전문 기술사(Professional Engineer)이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생각이 깊고 호기심이 많았던 학생이었던 것 같다. 다른 아이들처럼 손재주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장군이나 정치가가 되어 권력을 우러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다만 ‘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 똑같다’는 말을 새겨서 좋은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며 살다보니 생각이 많아 졌던 것 같다. 이런 습성은 곧 사물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자연히 호기심이 많아져갔다.


자유경쟁사회에서는 민간기업이 국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대규모 국가기간산업에 참여하여 국토건설에 일조하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공학도를 꿈꿨다. 성격상 섬세함을 요구하고 세밀한 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았고 규모가 큰 무엇인가에 이끌려 우리 주위에 있는 각종구조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입학할 무렵에 어느 덴마크 토목공학자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껴 문패에 토목공학자라고 표기한다는 사실과 유럽에서는 토목기술자라는 직업이 매우 예우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목공학을 잘못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쯤으로 알고 있었던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토목공학은 공익사업으로서 실패가 있게 되면 곧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에 직결되며, 구조적 안정성의 확보 및 사용주체인 국민의 만족을 얻어 내려면 그 어떤 직업보다도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완벽한 설계, 철저한 시공,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전문 직업이라는 것을 전공 공부를 하면서 터득하게 되었다. 졸업 후 토목구조물의 시공을 위주로 하는 건설회사에 입사하여 토목공학의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다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가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량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과 어려운 점은?

서해대교 건설을 마치고 지금은 본사의 토목사업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곧 또 다른 교량(현수교) 건설공사에 참여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서해대교를 바라보시는 분들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이야기 하실 때 보람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점도 많다.


서해대교 시공으로 보람을 느끼는 점은 기술적인 면에서 선진외국기술의 국내 자립화, 공법개선 및 신기술, 신공법의 과감한 도입이라 할 수 있다.


서해대교의 사장교케이블가설 공법은 프랑스 후레씨네사의 특허공법으로 케이블 한묶음(Bundle)에 설치되는 각각의 강연선(Strand)이 사용하중 재하시(최종단계)에 각각의 강연선에 동등한 장력이 작용하게끔 시공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내에는 상기의 케이블 가설공법 사례가 없었던 것을 국내기술자립화를 실현시키는데 일조한 것은 평생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외의 대형 Project의 건설참여기술자로서 신기술, 신공법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건설기술 발전에 일조를 하였고, 더불어 이에 따른 유무형의 많은 성과를 거두어 결국 막대한 국가예산 절감효과를 보게 되었다.


서해대교와 같은 대형구조물의 외형에만 관심이 있지 그 속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은 간과하고 있다. 토목공학이 단순 무식한 것으로 이해하시는 국민들의 이해부족이 안타깝습니다.


서해대교를 예로 든다면 서해대교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시공하고 유지관리하는 것을 모두 토목공학자들이 한다. 한순간의 실수가 곧바로 대형 Project의 실패를 의미하며 군대에서의 한번실패는 병가지상사라는 것 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 건설공사의 특징이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첫째, 먼저 내 마음이 끌리는 부문이 어딘지를 고민하시기 바란다. 우스개 소리로 어렵게 정상에 오르고 났더니 '에개? 이산이 아닌가보네!'라며 내가 정복했어야 할 목표가 저 멀리에 있다면 이처럼 큰 낭패는 없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올라야 할 산이 어딘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각 전공분야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토목공학(Civil Engineering)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만만한 학문이 아니다. 유전공학이나 전자공학과 같은 공학적인 논리와 체계적인 이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힘으로, 악으로 깡으로 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셋째, 토목공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이냐고 한다면 여러분이 알고 있는 건설공사 중 전문공학 이외는 모두 토목공학이라 생각하면 된다. 건축공학하면 바로 건물을 세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도시계획과라면 도시계획을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환경공학하면 수질, 대기등 환경관련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이 들지요? 그러나 토목공학하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떠오르지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의 목적을 학과명으로 하는데 토목공학은 재료를 학과명으로 삼았고 그나마 그 재료명도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므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토목의 주요재료는 콘크리트와 철강재(철근, 강재)이니 굳이 시빌 엔지니링(Civil Engineering)의 명칭을 하자면 콘크리트공학이나 철강재공학이 되어야 하나 이 또한 본 공학의 공사성격을 정확히 표현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요즘은 건설공학이 토목공학의 새로운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으로 어렵기 하지만 그래도 건설공학이 가장 근접한 명칭이 될 것 이다. 도로, 교량, 철도, 댐, 공항, 하천, 항만, 지하철, 단지조성(택지, 골프장) 등이 토목공학의 분야입니다.


넷째, 토목공학의 분야 중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토목공학이라 하면 삽이나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주선을 개발하고 대형선박을 건조할 때 목적에 맞도록 설계를 해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설계에 필요한 각종 구조 검토 등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듯이 토목공학에서도 설계된 데로 도면화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이를 시공해야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서해대교를 예를 든다면 지금이야 시공을 한사람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대외적으로 보여 지겠지만 사실은 교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에 맞는 구조계산을 하여 알맞은 재료와 교량의 규격을 결정해야하며, 설계가 적합한지를 모형실험을 통해 규명해야한다.


이 모든 준비가 완비된 후에 시공사에서 설계된 데로 시공을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토목공학을 선택한다면 이는 어느 산을 오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산을 오르는 데에는 각자의 능력에 맞는 역할이 따로 부여된다.


물론 토목공학은 다른 공학하고 다른 점이 연구실에서의 모든 것이 그대로 시공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상적인 도면의 상태와는 다른 것이 자연이다. 따라서 자연을 상대로 한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것이 오히려 토목공학을 더욱 토목공학적이게 하는 매력이 아닌가 한다.


다섯째,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원리에 집중해야한다. 공학이라는 것에 꼭 필요한 것이 엔지니어링 센스(Engineering Sense)라는 것이다. 대형프로젝트의 경우 수시로 변하는 현장여건을 감안하여 최적의 시공법을 찾으려면 공학적 감각이 있어야 하고 부족하다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개발하여야 한다.


시공을 할 때는 물론이고 설계를 할 때도 구조검토를 할 때도 이 공학적 감각이 꼭 필요하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영감이라고도 하고 천부적 자질이라고도 하는 것 바로 그런 공학적 감각이 있는지를 자문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책을 많이 읽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도 같다. 친구는 사람이기에 변할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지만 좋은 책은 변함없이 나에게 힘을 준다.


세상의 모든 것을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다 경험하고 알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 그러면 공학적 감각(Engineering Sense)도 향상되고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이 잡힐 것이다.


<기획 및 정리: 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저작권자 2004-06-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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